삼신할미 이야기

조왕신竈王神

愚悟 2025. 5. 7. 16:38

조왕신竈王神

 

조왕은 축융인 한인천제의 대리자

조왕신은 부녀자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신

 

 

 

조왕신은 부엌을 지키는 신으로 그 기원은 불을 다루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불을 다루다 보면 항상 화재의 위험이 따르기에 항상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불을 다루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신으로 승격하여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러면 언제부터 조왕신을 모시게 되었는지 그 유래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지만, 아마 고시가 불을 발견하고 난 뒤부터가 아닌가 추측할 수 있다.

 

중국의 서한시대 <회남만필술淮南萬畢術>에 의하면 조왕신은 사람들의 죄를 사하고 매월 그믐에 하늘로 올라간다고 구신회귀천, 백인죄(口神晦歸天, 白人罪)라고 하였다. 그리고 후한에 이르러서는 부뚜막에는 작은 신이 거하면서 인간의 허물을 살피고 꾸짖기도 한다고 전하였다.

 

또한 진나라 시대에 와서는 조왕신은 세상 사람들의 죄과를 하늘의 옥황상제에게 고하는 사찰임무를 맡게 되었다고 하였는데,

포박자-미지편 동한위서에서 이르기를

매월 그믐밤에 조왕신은 상제에게 죄상을 아뢰는데, 죄가 큰 자는 300일 수명을 감수하고 죄가 비교적 가벼운 자는 3일을 감한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조왕신이 하늘로 올라가는 날은 매달 그믐에 이르러 기축일己丑日 묘시卯時에 하늘로 올라간다고 한다. 이날 조왕신께 제사를 드리면 조왕신이 기분이 좋아 옥황상제에게 집안의 나쁜 일들은 숨기고 좋은 일만 이야기하여 복을 받는다고 하여 조선 중기까지 반상의 사람들이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즉 조왕신에게 뇌물을 먹인 것이다. 이때 바치는 제물로 떡과 과일, 생선 등의 제물을 바치는데 이때 색다른 제물을 하나 더 올렸다. 그것이 엿, 즉 조청이다. 조왕신이 엿을 먹고 입이 딱 달라붙어 집안 식구들의 온갖 잘잘못을 옥황상제에게 보고할 때 우물거리며 정확하게 발음할 수 없게 되니 결국 말하는 조왕신이나 듣는 천제가 흐지부지 넘어가게 된다는 생각에서 조왕신의 입을 막아 보겠다는 조상들의 순박한 재치를 엿볼 수 있다.

 

그러면 조왕신은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시작하여 신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여 보자. 조왕신은 불의 신이므로 우리 최고最古 조상 중의 한 분으로 태양을 상징하고 불의 신으로 여겨지는 한인천제로부터 시작이 되었다고 유추한다.

 

진주 소씨 문중에 전해오는 족보 서문에 보면 한인천제의 호가 축융祝融이라 기록되어있다. 축융은 다른 말로 성축成祝이라고도 하는데 불을 관장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즉 남방적제라는 말이다. 그러니 한인천제는 최초의 불의 신이자 해를 상징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조왕신은 한인천제의 대리자로서 불씨를 관리하는 사람들의 모든 행동을 관찰하여 그믐에 하늘로 올라가 한인천제에게 그 사람의 언행을 고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조왕신이 한인천제로부터 시작되었다는 또 하나의 증거로 우리 풍속의 예를 들 수 있다.

조왕신에게 제사할 때는 당반鐺飯(노구메)을 사용하였으며 장등長燈으로 불을 밝혔는데 이것을 인등因燈이라고도 했다. 이 인등因燈은 신등을 말하는데 즉 한인천제桓因天帝의 등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지금도 인등因燈이라 하여 사찰이나 무당집에서 밝히고 있다.

인등 불을 밝히는 진정한 뜻은 한인천제를 기리기 위한 것으로 인등 불을 밝힘으로써 사람의 살아생전 운명과 사후의 처분까지도 우리의 최고最古 조상인 한인천제에게 모두 맡긴다는 뜻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조왕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인등을 사용하는 거나 당반을 사용하는 것들이 모두 한인천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렇듯 조왕신과 한인천제의 관계로 보아 조왕신은 하늘의 신인 한인천제로부터 가정의 불을 관장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가택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조왕신을 부엌을 지키는 신으로 생각하게 된 이유는 부엌에는 항상 불씨를 보관하여야 하는 곳인 만큼 불의 신인 한인천제의 대리자인 조왕신을 부엌에 모셔두고 인간이 불씨를 꺼트리는 일 없이 잘 보관하게 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또한 부엌은 음식을 만드는 곳으로 인간들이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하며 항상 청결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조왕신이 있는 곳인 만큼 청결하게 하라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부엌이라는 곳이 남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 여자들만 모여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행동들을 할 수가 있는 장소이다. 남자들이 없는 부엌이라 할지라도 조왕신이 있으므로 모든 행동들을 보고 듣고 있다고 믿게 한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집안의 재물을 낭비하여 함부로 쌀을 버린다든지 하는 잘못된 행동들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뜻도 담겨 있다고 하겠다. 그 예로 부엌에서 해서는 안 될 금기 사항이 있다.

부녀자들이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나쁜 말을 하지 말아야 하며, 부뚜막에 걸터앉거나 발을 디디는 것, 또는 부뚜막에 올라서는 것 등은 금기 사항이었다.

이렇게 보면 조왕신이 부엌을 지키는 신이 된 것은 불씨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남자들에 의하여 부녀자들의 행동거지를 규제하는 방편으로 조왕신을 이용하였다고 생각된다.

 

조왕신은 부녀자들과 관계가 깊은 곳이므로 조왕신을 여신으로 간주하였으며 다른 말로 조신, 조왕각시, 조왕할망, 조왕대신, 부뚜막신이라고도 하는데 가택신家宅神 중에서 유일하게 부녀자들이 매일 정한 수를 바치며 섬기는 신이었다.

조왕신은 집안을 보호하고 부녀자들이 부지런히 일을 함으로 조왕신의 도움으로 집안이 잘되며, 특히 객지에 나가 있는 가족들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다.

조왕신을 모시는 방법에는 부엌 부뚜막에 물을 담은 종지를 놓아 조왕신을 모시는 풍속이 있는데 이것을 조왕보시기또는 조왕중발이라 부른다. 또한 강원도 화전민들은 부뚜막에 불씨를 보관하는 곳을 만들어 두었는데 이것을 화투또는 화티라 부른다.

 

이렇게 조왕신을 불의 신으로 모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왕신에서 비롯된 풍속이 20여 년 전까지만 하여도 서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다. 이사 갈 때 불을 꺼트리지 않고 가지고 가는 풍습이나, 이사 간 집에 성냥을 선물로 주는 풍습처럼 불을 신성시하며 숭배하던 신앙에서 유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옛날에는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대대로 보존해 왔다. 이는 단순히 불을 얻기가 힘들어서 보다 불의 신인 한인천제를 숭상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 예로 지금도 조상 대대로 내려온 불씨를 보존하고 있는 곳이 있다. 씨 종가댁이 바로 그곳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