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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굿의 불사거리

愚悟 2013. 4. 26. 23:02

 

서울굿의 불사거리

 

 

서울굿에서 제일먼저 하는 굿이 불사거리이다.

무당에 따라 지방에 따라 산맞이를 먼저하고 불사거리를 하는 예도 있지만 서울굿에는 따로 산을 맞이하는 거리가 없다고 한다.

산맞이에 해당하는 굿은 황토물림이라고 하여 대문 밖에 황토를 배설한 후 굿상을 차려놓고 그 마을을 관장하는 군웅신이나, 산신, 또는 산륭(호랑이를 산신으로 부를 때 용어)에게 고하는 것으로 대신한다는 것이다.

불사거리를 한자로 보통 佛士 또는 佛師라고 쓴다.

 

그러나 서울굿의 불사거리는 황해도굿의 칠성거리에 해당하는 굿으로 한자로 불사佛師라고 기록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불교가 우리 땅에 들어오면서 그 위세를 떨치고 국교로 지정되었지만 일반 백성들 사이에 여전히 남아 있는 무교를 의지하는 것을 흡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무교의 신들과 여러 가지 행위와 의식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 무불습합을 하는 과정에서 칠성거리가 불사거리로 이름이 바뀌지 않았나 생각한다.

칠성거리, 즉 불사거리는 유 〮불 〮선을 망라한 굿거리로 바로 삼신을 맞이하고 추앙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삼신사상에서 유 〮불 〮선이 탄생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삼신거리였을 것이다. 삼신은 바로 칠성과 연결되므로 칠성거리라고 하여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사용하고 있는 불사거리의 한자 표기를 佛師 〮佛士라고 사용하는데, 이 불자를 밝은 빛이라는 뜻의 ‘불巿’ 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굿에서 불사전이라고 한지를 오려서 굿청에 걸어두고 한다.

이 불사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 불사전의 형태는 바로 번개를 의미한다. 이것은 일본의 신사에 걸어둔 시데(しで垂)와 같은 것이다.

번개는 순간적으로 온 세상을 모두 밝히는 엄청난 힘을 가진 것으로 인간들이 번개의 밝음을 신으로 추앙하여 ‘불巿’이라 불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불巿은 시대를 잘못만나 부처라는 뜻인 ‘불佛’이 되어 버렸다.

사실 부처 ‘불佛’자도 밝다는 의미가 담겨 있지만 불교를 대표하는 글자기 때문에 우리 고유의 한자로 밝다는 뜻을 가진 ‘불巿’자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니 ‘불사’를 한자로 기록할 때는 ‘巿詞’ 또는 ‘巿射’로 기록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불사巿詞>는 밝은 말씀이라는 뜻으로 하늘로부터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다는 뜻이 된다.

또 <불사巿射>는 밝은 빛이 비추다란 뜻이 되므로 밝은 빛으로 인간의 앞날을 밝혀준다는 뜻이 될 수 있다.

 

불사거리에 차리는 음식을 소찬素餐이라고 한다. 장식도 없는 희고 깨끗한 음식이란 뜻이다. 때론 야채만을 의미하는 소찬蔬餐이라고 하기도 한다.

본디 불사거리 즉 칠성거리를 할 때는 대문 앞에 황토를 배설하고 금줄을 치고 대문을 걸어 잠그고 굿을 하였다. 불사거리는 삼신과 칠성님을 맞이하는 굿이기 때문에 잡인의 출입을 금하고 무당과 제가집만 참석하는 엄숙하고 깨끗하게 진행한다고 한다.

또 음식은 일반 굿상보다 조금 더 높은 상에 차린다.

 

일반 보통 굿은 외덕자라 하여 9가지를 차리지만, 큰굿은 양덕자라하여 18가지를 차린다고 한다. 나물은 송이채 〮더덕채 〮도라지채 라고 하여 3가지를 바치는데 일반 들판에서 거름을 주고 키우는 채소는 사용하지 않았다.

또 떡에는 꽃을 꽂는데 지금과 달이 흰 서리화를 직접 만들어 꽂는다. 황해도굿은 지금도 떡시루에 서리화를 꽂고 굿을 한다.

또 굿상에 두부를 꼭 바치는데 두부를 그냥 바치는 것이 아니라 팔각모양으로 만들어 바쳤으며, 그 위에 세발심지를 만들어 올려 두었다고 하는데, 팔각두부는 신의 감응을 잘 받기 위함이라고 한다.

 

팔각모양의 지붕이나 정자는 아무나 짓지 못하였다. 그 시대의 제일가는 세도가나 제일가는 부자도 팔각지붕을 한 정자나 집을 짓지 못하였는데, 팔각지붕의 정자나 집은 천자가 사는 집이나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장소에만 사용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또 불사상에는 특별히 후추차 〮대추차 〮황율차를 바쳤다고 한다.

불사맞이를 할 때는 불사삼전이라는 것을 준비하였다. 불사삼전이란 불사전(황해도굿에서는 전발)과 고비전과 넋전을 말한다.

불사거리에서 우리는 대추와 밤을 주면서 산이 맞나 헤아린다. 이러한 행위는 삼신님과 칠성님께서 제가집에 수명과 복을 주시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방울은 지금의 방울과 달리 칠령이라고 하여 일곱 개의 방울이 달린 것을 사용하였다.

서울을 비롯한 남쪽지방은 방울은 위로 쳐들고, 황해도 방울은 밑으로 내려든다.

물론 서울방울은 구조상이나 무개가 가벼워 위로 쳐들 수 있으나, 황해도의 아흔아홉상쇠방울은 너무 무겁고 구조상 밑으로 쳐지게 되어있어 내려드는지 모른다.

 

그러나 남쪽은 오행으로 火를 의미하므로 불꽃은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므로 불을 의미하는 뜻으로 서울을 비롯한 남쪽은 위로 쳐들어 들고, 황해도를 비롯한 이북은 오행으로 수를 의미하므로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성질이므로 물을 의미하는 뜻으로 내려 드는 것이 아닌가 한다.

불사거리를 할 때 다홍치마를 입는데 이것은 남편이 없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바로 칠성님이 남편이고 신령님이라는 의미 일 것이다.

 

또 남색을 입을 때가 있는데 이것은 남편이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서울굿의 불사거리와 황해도굿의 칠성거리는 같은 뜻을 지닌 굿으로 많은 굿거리 중에 가장 엄숙하고 장엄하고 우리민족 최고의 신을 섬기는 굿거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굿거리를 佛師거리라고 불교의 냄새가 풍기는 문자를 사용한다는 것은 한번 생각하고 고쳐야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