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상징성

고고한 선비의 상징 <학>

愚悟 2008. 4. 5. 22:19

고고한 인품을 지닌 선비의 상징 학

학이라고 하면 우리는 깨끗하고 고귀한 것을 상상한다. 학은 흰색의 몸통과 검은 색 머리 때문에 고고한 인품을 지닌 선비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학은 우리말로 두루미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날질승 중에서 가장 오랜 산다고 하여 십장생의 하나로 뽑힌다. 그러다보니 병풍이나 도자기 등에 자주 들어가는 새가 되었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말이 있다. 닭 무리 속에 학 한 마리라는 뜻으로 군중 속에 뛰어난 사람이 한 명 있어 지도자가 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학은 뛰어난 존재일 뿐 아니라 고고함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학은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거나 ‘학은 굶주려도 곡식을 먹지 않는다.’등이 속담이 있듯이 학은 신성이 하였으며 신선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선관도사를 비롯한 무신도에도 학이 많이 등장한다. 이러한 이미지가 굳어져 학은 선비로서 갖추어야 할 인품이나 성격을 상징하기도 하였다. 또 조선 고종 때에 와서 3품이상 당상관의 관복에 쌍학을 당하관에는 단학을 그린 흉배를 달고 다녔는데, 영조 때는 문관의 당상관은 운학을 당하관은 백학을 흉배로 사용하였다.
또 학창의鶴氅衣라고 하여 선비들의 고결함을 상징하는 옷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학창의를 우의羽衣, 즉 학의 깃털로 만든 옷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학창의는 학처럼 고결함을 지닌 인물이 입는 옷으로 상징되었으며 이것은 바로 우리 무복인 칠성복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신라 최고의 학자인 최치원이 아버지도 없는 자식을 낳았다고 하여 버려졌는데 그때 최고운을 11살이 될 때까지 돌보고 키운 동물이 바로 학이라고 한다.
또 <삼국유사>에 불교의 성자들이 학으로 변신하였다는 기록이 많은데 이것은 불교의 승자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 무교의 도인들을 불교의 승자로 왜곡시킨 것이라 생각한다.
학은 장수하는 동물이며 또 복을 부르고 자손을 번창하게 해주는 영물로 생각하였기에 풍수지리에도 학의 자리를 명당이라고 하여 그 자리에 묘를 써서 자손들이 크게 번창하였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져 온다.
<울산학춤연구>에 보면 승려들이 학성과 태화강에 날아오는 학들의 모습을 보고 신라 52대 효광왕 5년에 학춤을 추기 시작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기록한 자료들이 별로 없고 또 신빙성도 없다는 점에서 추정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학춤은 학의 행동을 묘사하는 춤이다. 그중에서 학을 탈을 쓰고 추는 춤으로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있다.
<악학궤범>에 수록된 학춤은 학의 가면을 쓰고 추는 학무로 고려시대부터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추는 춤은 조선 성종 때 완성되었다고 한다.
학무는 처용무 등과 함께 나례의식에서 연행되었는데 학춤이 처용무와 함께 벽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학춤의 시작은 바로 무속의 칠성거리로 단군시대 팔가 중 하나인 학가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 시작한 춤이 아닌가 한다.
이 칠성거리가 불교로 들어가 바라춤으로 변하여 승려들이 영산제를 지낼 때 추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학은 신성한 동물로 문양에 많이 사용되었는데 고려동경을 보면 세 가지 형식으로 학을 그려 넣었는데, 첫째는 쌍학에 구름문양이 들어 간 것이고, 두 번째는 학이 소나무를 물고 날아가는 모습이다. 세 번째는 파초사이에 먹이를 찾는 형상인데 모두 다 부귀 장수를 위미하는 뜻이다.
또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남극노인이라고 부르는 칠성의 여섯 번째 별은 수천 년이 된 선학을 타고 구름사이를 날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