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간을 알려주는 고양이
요즘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것이 고양이들이다. 거리를 헤매는 고양이들의 개체수가 들어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고양이는 옛날부터 삼 년 이상 기르면 영물로 변하여 사람을 해친다는 속설이 있듯이,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은 주인이라도 반드시 복수를 한다는 두려움과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아 잘 기르지 않았지만 지금은 서양의 영향으로 많이들 기르고 있다.
고양이는 한자로 묘(猫)라 하며, 수고양이를 낭묘郎猫, 암고양이를 여묘女猫, 얼룩고양이를 표화묘豹花猫, 들고양이를 야묘野猫라고 부른다. 애완용 고양이는 아프리카· 남유럽· 인도에 걸쳐 분포하는 리비아고양이(F.libyca)를 사육 순화시킨 것으로, 전 세계에서 2억 마리가 넘게 사육되고 있다고 하니 엄청난 숫자다.
예로부터 고양이는 귀신을 일으켜 세우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으며, 야행성으로 여성에 많이 비유하여 날카로운 여성을 암팡지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고양이와 개는 앙숙이라고 한다. 같이 부텨 놓으면 고양이는 달아나고 개는 쫓아가서 물려고 한다. 이렇게 고양이와 개가 앙숙이 되게 된 이야기가 바로 견묘쟁주犬猫爭珠에 담긴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로 노부부가 바다에서 잉어를 잡았는데 눈물을 흘리는 잉어를 보고 불쌍히 여겨 다시 살려주었다. 용왕의 왕자인 잉어는 노부부를 용궁으로 초대하여 용왕님께 여의주를 달라고 하여 부자가 되었다. 그 후 건너 마을 노파의 꼬임에 빠져 여의주를 잃어버리고 다시 가난하게 되자 노부부가 기르든 고양이와 개가 노파의 집에서 쥐들을 위협하여 다시 여의주를 찾아오다, 강을 건널 때 개가 고양이에게 자꾸 말을 시켜 화가 난 고양이가 대답을 하다 입에 물고 있는 여의주가 강물에 빠져 버렸기 때문에 여의주를 찾는데 공이 큰 고양이는 사람 품에 살고 여의주를 물에 빠트리게 한 개는 마루 밑에 살게 되면서부터 서로 원수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견묘쟁주에서 비롯되었는지 고양이가 죽어 변한 고양이귀신을 쫓을 때는 개를 이용하였으며 개 중에서도 호박개나 청삽사리가 많이 이용되었다.
고양이와 관련된 속설로는 이수광의 <지붕유설>에는 고양이가 얼굴을 씻고 귀까지 닦으면 손님이 온다고 했다. 또 중국에서는 고양이를 유순하게 만들기 위하여 정월의 첫 번째 인일寅日에 고양이 꼬리를 자른다고 하였다.
예전에는 사람이 죽으면 아궁이와 굴뚝부터 막았는데, 고양이가 장례식 때 방고래 밑이나, 굴뚝으로 들어가면 송장이 일어난다고 하였다. 또 고양이가 지붕 위에 올라가서 울면 사람이 죽는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것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귀신을 부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고양이를 이용하여 범인을 잡는 방법 등이 성행하였는데, 고양이를 가마솥에 삶아 죽이게 되면 도둑이 불구자가 되거나 죽는다고 믿었다. 평안북도에서는 장례에 사용했던 삼끈으로 고양이를 묶은 후 삼 일간 지붕에 올려놓았다가 삶아 죽이면 도둑도 같이 죽는다고 하였다. 전북에서는 고양이를 시루에 넣고 찌면서 의심 가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방향을 지시하고 놓아주면 고양이가 범인의 집으로 달려간다고 믿었다. 경기도에서는 고양이에게 사찰 세 곳의 기름을 바르고 고양이를 태우면 범인은 반드시 불구자가 된다고 믿었다.
실제로 1931년에 범인이 자신의 도둑질이 탄로 날까 고양이를 죽이기 위하여 불을 질렀다 잡힌 경우도 있다.
이러한 행위는 지금도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듯 고양이와 도둑을 동일시 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고양이 눈을 보고 시간을 알 수 있었기에 고양이 눈은 시계라는 말이 있다.
<규합총서>를 보면 고양이 눈이 시간대에 따라 동공의 크기가 변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시간을 알린다고 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고양이가 부정적인 이미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죽음을 면하게 해준 이야기가 연산군 시대에 전해져 온다. 또 고양이가 시험 당일 앞을 가로질러 가면 반드시 합격한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또 마을에 고양이의 귀 모양을 닮은 바위만 있어도 그 마음에는 쥐가 없어 부자가 된다는 전설도 전해져 온다.
고양이는 부패한 곳을 척결하고 깨끗하게 일이 처리한다는 이미지와 음흉하고 간교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은 꼭 성사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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