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은 왼쪽으로만 돌아야 한다.- 2
몇 년 전 ‘무당은 왼쪽으로 돌아야 한다.’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글을 쓰게 된 목적은 무교인들이 굿을 할 때 사람마다 제각기 회전하는 방향이 틀리는 것을 보고 한 방향 즉, 왼쪽인 순방향으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나름대로 논리로 개발하여 2002년 3월 19일 인터넷에 글을 올린 지 6년이 지났다.
이 글은 생각보다 많은 파장을 불러 일으켜 많은 무교인들이 나의 논리에 공감하여 굿을 할 때 도는 방향은 왼쪽 즉, 순방향으로 회전하는 것이 원칙으로 알고 그렇게들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무교인들이 이글을 보고 필자에게 항의도 많이 하였지만,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으로 무시해 버렸다.
그런 관계로 황해도굿 뿐만 아니라 서울굿을 하는 원로 만신들에게 여쭈어 보고 그들이 굿을 할 때 유심히 살펴보아도 모두 왼쪽으로 돌고 있었으며, 그렇게 배웠다고 하였다.
그러면 왼쪽이란 방향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우리민족은 아기를 낳아서 잡인의 출입을 금할 때나 부정을 막을 때 금줄을 친다. 이 금줄을 칠 때 사용하는 새끼는 반드시 왼새끼로 꼬아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왼쪽으로 꼬아서 사용하는 새끼는 부정을 물리치는 힘을 스스로 가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옛날에 세워져 있는 전통 조형물 같은 곳을 보면 삼태극을 문양으로 새겨 넣은 것을 많이 볼 수가 있다. 이런 조형물이나 건축물에 새겨진 삼태극의 회전방향을 보면 대부분 왼쪽 즉 시계반대방향이라는 것을 발견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하여 왼쪽, 지구와 같은 방향으로 삼태극이 회전함으로써 지구의 회전력에 의하여 생기는 우주의 강력한 에너지 기氣는 곧 벽사의 의미를 지닌다고 믿었고 그러니 잡귀의 근접을 막기 위하여 왼쪽으로 회전하는 삼태극 문양을 새겨 넣거나 왼새끼를 꼬아서 사용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프랑스 소르본느대학교의 교수이면서 철학자로 유명한 ‘질들뢰즈’는 자신의 저서 <차이와 반복>에서 “재발견과 재창조는 상상력이 주파하는 순방향의 계열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즉 재발견과 재창조, 재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풍부하여야 하는데 그 상상력을 풍부하게 가지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주파하는 순방향, 즉 왼쪽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왼쪽방향을 재창조, 재생산, 재발견을 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어느 경영학자는 자신의 저서에서 경영회의를 할 때는 왼쪽으로 돌면서 발언과 토론을 진행시켜야 회의 결과가 회사에 도움이 되고 더욱 효과적인 회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우리와 친근감을 느끼는 몽골이나 부랴트 무당들도 굿을 할 때는 반드시 왼쪽으로 돈다고 한다. 왼쪽으로 도는 것은 저승의 길로 들어서는 죽은 자들만의 길이라 죽은 자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굿을 할 때는 반드시 왼쪽으로 맴돌이를 하여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즉 왼쪽으로 도는 것은 저승으로 가는 길이므로 굿을 할 때 왼쪽으로 회전을 하여야 저승과 이승을 넘나들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태고종의 의식인 영산제에서 바라춤을 추는 비구니들을 보면 어떤 승려는 왼쪽으로만 돌고, 어떤 승려는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돌고 있는 것을 보고 질문을 하였다.
그랬더니 왼쪽으로만 도는 승려의 말이 “서양의 어느 종교학자가 지구상의 모든 종교의식을 조사한 결과 모두 왼쪽으로 돌고 있다”고 자기 저서에 기록한 것을 보고 그때부터 자신은 다른 승려들과 다르게 왼쪽으로만 돈다고 하였다.
우리 조상들은 왼쪽 즉, 순방향으로 회전하는 것은 흡수, 흡입, 결집 등의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즉 우주의 대원칙인 지구가 자전하는 방향으로 회전을 함으로써 지구와 같이 도는 것이다. 즉, 지구와 같이 순행하면서 우주의 에너지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무당이 왼쪽으로 맴돌이를 할 적에는 무당의 몸은 작은 톱니바퀴가 되고 지구는 큰 톱니바퀴가 되어 자전거 체인처럼 서로 같이 회전을 하는 것이다. 즉 우주의 순리에 순행함으로써 발생하는 많은 에너지의 결집체인 우주의 기氣를 무당이 몸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굿을 할 때 무당은 맴돌이를 돌고 난 뒤 신의 말이라는 공수貢壽를 주는 등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오른쪽으로 맴을 돌면 우주의 기氣를 받아들이지를 못하여 영험한 공수가 나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오른쪽으로 도는 삼태극이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오른쪽으로 도는 삼태극은 확산, 발산 또는 파괴를 의미하는 것이라 한다.
한국의 불교에서 흔히 하는 탑돌이를 자세히 보면 시계방향으로 즉 우측으로 돌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티베트 등지의 밀교에서는 탑돌이를 할 때 반드시 시계반대 방향 즉 왼쪽으로 돌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무당들을 보면 무당은 왼쪽으로 돌아야 한다는 원칙을 모르고 자기 마음대로 오른쪽으로 돌거나, 왼쪽과 오른쪽을 마음대로 도는 무당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무교인은 굿을 할 때 반드시 왼쪽으로 돌아야 우주의 기(氣)를 받아들일 수가 있을 것이며, 또한 저승과 이승을 넘나들며 살아있는 자에게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영험한 무교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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