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할미 이야기

구미호의 진실

愚悟 2010. 8. 19. 12:24

구미호九尾狐의 진실

 

예전에 아리랑TV에서 모 포털사이트의 네티즌들이 뽑은 가장 무서운 귀신 Best Five에 가장 무서운 귀신이 처녀귀신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구미호九尾狐였으며, 이어서 저승사자, 삼신할머니, 서낭당귀신이었다.

그 당시 Best Five귀신들을 설명하는 녹화에서 유독 구미호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듣고,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방영하기 곤란하다는 PD의 말과 같이 방영되지 않았다.

 

우리는 구미호九尾狐에 대하여 막연하게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로 사람을 홀리고, 무덤을 파헤쳐 송장에서 간을 빼 먹는 무시무시한 여우귀신 정도로 알고 있을 뿐이다.

또 그런 내용을 주제로 한 九尾狐란 드라마도 방영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구미호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과연 구미호는 실제 존재했던 동물이며, 우리 조상들은 구미호를 어떻게 생각하였을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미호는 실제로 존재했던 동물로 기록에 나타나며, 많은 기록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여우가 아니라 상서로운 동물로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상서로움을 나타내는 여우가 언제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귀신으로 되었을까?

 

여우를 족칭으로 처음 사용한 사람은 오회라고 한다. 오회는 순임금과 사촌이자 동서로 제곡고신의 딸인 아황과 요의 딸 여영의 공동남편이다.

오회가 아황과 결혼하고 난 뒤 얻은 호정狐鼎에 새겨진 여우모양의 금문에서 여우 호狐자가 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금문학자들은 주장한다.

여우는 영악하고 꼬리가 많은 영물로 여겼다. 또 여우는 용의 여의주 같은 구슬을 가지고 있는데, 그 구슬을 빼 먹고 위대한 영웅이 되었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조선시대 유명한 풍수가인 <이의신>도 여우와 입맞춤할 때 입속으로 넣어준 구슬을 삼켰다고 한다. 구슬을 삼키는 순간 하늘을 보지 못하고 땅을 보았기 때문에 지리에 능통한 풍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 외 정철, 이황, 송시열 등이 여우의 구슬을 빼먹고 훌륭한 학자가 되었다고 전한다.

여기서 여우의 구슬은 바로 용의 여의주와 같은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여긴 것이다. 용의 여의주와 같은 능력이 있으므로 여우가 사람으로 변신할 수가 있으며 그 구슬을 먹은 사람은 아주 뛰어난 영웅이 되는 것으로 여겼다.

 

여우는 까마귀와 더불어 동이족의 대표적인 동물이었다.

늙은 어미를 봉양하는 새라고 하여 까마귀를 반포조反哺鳥라고 칭송했듯이, 여우 역시 죽을 때 자기가 왔던 곳으로 고개를 돌리고 죽는다고 하여, 근본을 잃지 않는 동물로 신령스럽게 여겨왔다.

허신許愼의 <설문說文>에도 역시 “여우에게는 세 가지 덕德이 있는데 색깔이 중화中和인 점과 앞은 작고 뒤는 큰 것이 그 것이다. 죽을 때 수구首丘를 한다.”라고 하여 여우를 긍정적인 이미지의 동물로 표현하고 있다.

 

중국 당나라의 구양순歐陽詢이 편찬한 <예문유취藝文類聚>에서, 임금의 인정이 하늘에 감응되어 나타 난 길한 조짐을 그린 <서응도瑞應圖>의 설명으로 “육합(六合, 하늘과 땅과 동서남북)이 하나로 되면 구미호가 나타난다.”라고 되어 있다.

 

송나라 태종 때 만들어진 중국의 역대 설화집인 <태평광기太平廣記/서응편瑞應編>에 여우(구미호)가 신이 되면 사람을 잡아먹는 속성을 잃어버린다고 하였다.

또「구미호는 신성한 동물이다. 몸체는 적색이고 네 개의 다리에 아홉 개의 꼬리가 달려 있다. 청구에 출현한다. 구미호를 먹으면 요괴나 독충을 피할 수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오월춘추월왕무여외전吳越春秋越王無余外傳>을 보면 「아홉 개 달린 구미호를 禹王이 아내로 맞이하였는데 그 이름이 여교女矯 라고 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우왕은 순임금의 명령으로 치수를 담당하던 관리로 조선의 부루태자에게 홍수를 막는 비법을 배워갔다.

 

<규원사화 단군기>를 2세 부루夫婁 단군 편을 보면 『이 때 신령스러운 짐승이 청구靑丘에 나타났는데, 털은 밝고 희고 꼬리가 아홉 개인 짐승이 서책書冊을 입에 물고 상서祥瑞함을 드러내는지라, 이에 임금께 글을 지어 그 상서로움을 아뢰니, 고시씨에게 상을 내리고 음악을 연주하여 나라 안을 모두 기쁘게 하며 ‘조천무朝天舞’를 만들어 추게 했다. 』고 기록되어 있다.

 

또 제17세 여을余乙 단군 시대에도 『이상한 짐승이 태백산太白山 남쪽에 나타났는데, 꼬리는 아홉이며 털은 흰데 늑대 같았으나 물건을 해치지는 않았다. 이 해에 제후들을 크게 모아 놓고 진번후眞番侯에게 상을 주었다. 』란 기록이 있듯이 구미호가 나타나면 상서로운 징조라고 하여 기뻐하고 잔치를 벌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산해경/대황동경>에도 구미호 이야기가 있다.

『청구국靑丘國 있는데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가 산다.』라고 되어 있으며, 곽박의 주注에는 “호狐는 세상이 태평하면 출현하여 상서祥瑞로움을 보인다는 여우”라고 하였다.

 

 

또 서왕모西王母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불사약을 가진 신녀神女다. 우리의 마고를 패러디한 중국 신으로 곤륜산 요지에 산다고 한다.

서왕모를 그린 중국 사천성에 있는 전각화를 보면, 동쪽 즉 좌청룡자리에 구미호 그림이 새겨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중국에서도 동이의 영향으로 구미호를 상서로운 동물로 여겼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상서로운 동물로 여겼던 구미호가 후대에 와서 아홉 개의 꼬리 덕분에 자손의 번창을 상징하는 동물로 격하되더니만 급기야 귀신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동이가 중원의 중심세력에서 밀려나면서 하화족夏華族에 의하여 동이의 정체성이 말살되고 동이의 정체성은 하화족의 정체성으로 왜곡 되면서 민족을 상징하는 동물들도 변질 왜곡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상서로운 동물로 여겼던 구미호를 귀신으로 왜곡되어, 같은 <산해경>이지만 <남산경>에서는 「청구산靑丘山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 어떤 짐승은 생김새가 여우같은데 아홉 개의 꼬리가 있으며 그 소리는 마치 어린애 같고 사람을 잘 잡아먹는다.」라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청구란 바로 치우천왕이 신시를 열었던 곳으로 동이의 중심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구미호九尾狐란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를 말하는데 이것은 구황족九皇族으로 불렀던 동이족을 나타낸 말로, 즉 구황족九皇族은 구한족九桓族으로 구이九夷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 당시 구이족이 더 넓은 중원에서 한번 움직이면 천지가 움직였다고 한다. 이런 구이족의 기세에 눌려 숨도 제대로 쉬어 보지 못한 하화족夏華族이 주周나라를 건국하고부터 서서히 동이족을 중원의 중심에서 밀어내면서 구이족에 대한 흔적을 지우고, 구이족의 전통을 말살하여 한족 중심의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시작된 역사의 왜곡과 동이족 폄하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역사 왜곡은 벌써 수 천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북공정으로 시끄럽던 지난 시간들이 어제 같은데 우리는 벌써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

우리가 냄비처럼 뜨겁다가 식어버린 사이 중국은 조금씩 역사의 왜곡을 자행해 왔고, 그 결과 중국의 역사 교과서가 진실을 담은 내용이 5%도 되지 않는다는 신문기사까지 났으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수 천 년 동안 역사를 왜곡하여 온 중국은 지금도 소리 없이 자국의 이익과 중화민족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역사왜곡을 자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너무나 참담하다.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지 않고 학생들은 입시를 핑계로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실증사학자들은 실존하는 역사도 우리 역사가 아니라고 하여 우리의 역사가 중국의 역사로 둔갑하는 것을 그냥 수수방관하고 있다.

아니 한술 더 떠서 우리 역사를 부정함으로써 중국의 역사왜곡을 돕고 있다 하겠다.

 

구미호가 꼬리가 아홉 개인 여우로 사람을 홀리고, 무덤을 파헤쳐 간을 빼먹는 사악한 여우라고 알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중국 후한後漢시대 반고(班固:32∼92)가 편찬한 경서經書 인 <백호통의白虎通義>를 보면 임금의 덕이 지극하면 백성은 물론 새나 짐승에까지 미치게 되어 구미호九尾狐가 출현한다고 하였다.

이렇게 상서로운 동물이 어쩌다 이렇게 귀신으로 전락하였는지 상서로운 동물인 구미호에게 죄스러움을 느껴야 한다.

대한민국은 언제 대통령의 덕이 지극하여 구미호가 다시 나타날 수 있을지, 부디 구미호가 나타나 온 나라가 대통령의 덕을 칭송하고 잔치를 벌이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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