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샤먼과 흑샤먼
시베리아 지방의 북방샤먼들은 크게 백샤먼과 흑샤먼으로 구분한다.
백샤먼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선신善神을, 흑샤먼은 불행을 초래하는 악신으로 알려져 있다.
선신과 교통하는 백샤먼을 <사가니 뵈>라 부르고 악신과 교통하는 흑샤먼을 <카라인 뵈>라고 부른다.
백샤먼은 보통 사람들의 행복과 재물을 도와주는 선신을 위해서만 굿을 한다.
흑샤먼은 악신을 위한 굿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불행을 불러들이고 병을 창궐하게하고 죽음을 부르며, 사람의 혼을 먹어치우거나 팔아먹는 무서운 샤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백샤먼으로 나타내는 선신을 모실뿐만 아니라 악신이 화를 내지 않도록 흑샤먼도 정중하게 모신다.
그러나 여기서 흑샤먼이 우리가 이야기 하는 귀신이 아니라 바로 죽음과 질병 그리고 형벌을 관장하는 신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들은 하늘에는 45위의 검은 하늘에 있는 검은 악신과 55위의 흰 하늘에 있는 흰 선신을 합한 99위의 신들이 영원히 대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알타이 샤먼에서도 백샤먼과 흑샤먼으로 나누는데 흑샤먼은 천계 즉 하늘을, 흑샤먼은 지하계 즉 땅속을 관장하는 신이라고 말한다.
야쿠트족의 경우 흑샤먼들은 주로 남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은 지하세계의 악령을 맡아 동물로 피의 희생제를 지내는 것을 담당하며 스스로 망아상태로 빠져든다.
이와 반대로 백샤먼은 주로 여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깨끗하고 상서로운 천신들만 담당한다.
이들은 망아상태에 빠지지 않고 기도로써 천신을 맞이하며, 희생제물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한여름 전통적으로 거행하는 <이샤흐> 축제에서 그 동물들을 봉헌한 후 산채로 풀어 준다.
이들은 모두 전통적인 영적 전문가들이며 민간치료 전문가들이다.
시베리아는 농사를 짓는 대신 사냥으로 생활을 이어 간다. 그러니 사냥이 가장 중요하고 사냥을 잘하는 남자가 가장 우수한 남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 환경의 결과로 흑샤먼들은 남자로 구성되지 않았나 추론해 볼 수 있다.
또 인도의 ‘소라족’의 경우 중요한 샤먼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이들은 샤먼으로 힘을 얻기 위해서는 지하계의 영과 혼인해야 한다. 지하계의 영은 대부분 죽은 남자형제를 의미한다.
‘소라족’은 남자들은 小샤먼이라 하고 주로 전통적인 점술과 치병을 담당하는 반면, 여성은 대샤먼이라 하며 죽은 자의 장례는 大샤먼인 여성들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여기서 흑샤먼과 백샤먼들이 모시는 신령들이 바로 한국 무당들이 이야기 하는 소당蔬堂과 육당肉堂이 아닌가 한다.
한국의 무당들로 소신蔬神을 주신으로 모신 무당들이 있는가 하면, 육신肉神을 주신으로 모신 무당들이 있다.
그리고 굿을 할 때도 소蔬거리와 육肉거리의 구분이 엄격하다.
물론 상차림에도 소당蔬堂과 육당肉堂을 엄격히 구분하여 차린다.
또 신당을 모실 때도 소당蔬堂과 육당肉堂을 구분하여 모시는 것이 철칙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중당中堂이란 말이 생겨났다. 중당은 과연 무엇이 중당인지모르겠다.
이 중당이란 말이 생긴 지는 불과 10년 남짓 된 것 같다. 예전 노만신들은 소당과 육당만 구분하였는데, 갑자기 중당中堂이란 말이 생긴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 조금 아는 체하는 무당이 가운데 모신 신령님 위치를 중당이라 하여 생긴 말이 아닐까 한다.
위에서 기술하였듯이 소당蔬堂과 육당肉堂은 위치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역할 때문에 생긴 것인데 이것을 오해한 어느 무당이 만들어 낸 용어가 지금은 보편화 되었다.
그렇다면 중당의 신들은 어떤 신들인지 말해보라고 하면 정확하게 이야기 하지도 못한다.
그러니 중당이란 말은 지금부터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또 음양의 논리로 이야기 하여도 소당蔬堂은 양陽으로, 육당肉堂을 음陰으로 볼 수 있다. 이 음양의 기운을 조화롭게 작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인간으로 무당인 것이다.
굳이 따진다면 중당은 바로 인간인 무당이 중당이 되는 것이다.
중당은 소신과 육신의 기운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장하는 역할을 하는 무당 자신들이 중당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앞으로는 신당을 나눌 때 소당蔬堂과 육당肉堂만 구분하였으면 한다.
그러면 한국의 무당들도 백샤먼과 흑샤먼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는 좀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 같지만, 굿의 행태로 보아서는 어느 정도 구분을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즉, 사람이 죽으면 하는 진오귀굿이나 병굿을 주관하는 무당들, 또 황해도굿에서 군웅거리를 하는 무당들, 또 굿을 하기보다 기도로써 대신하는 무당들, 등등 그 행태로 볼 때 분명 구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구법 버리지 말고 신법 만들지 말라” 는 노만신들의 가르침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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