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江이 가지는 상징성
강은 우리말로 ᄀᆞᄅᆞᆷ이라고 부르고 한자로 江 이라고 쓰는데, 어원은 ᄀᆞᆯ이라 한다.
몽골어 고을(河), 만주어 골오(河身), 튀르크어로 골(湖,澤) 등이 모두 같은 어원이라 한다.
바이칼 호수의 ‘칼’도 고어는 ‘갈’이며, 갈매기의 ‘갈’도 물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강은 어떤 경계선이나 통로, 또는 위기에서 벗어나는 곳을 상징하는 것으로 많이 나타난다.
주몽이 부여의 왕에게 쫓겨 만난 곳도 엄수라는 강으로 어별魚鼈 즉 물고기와 자라들의 도움으로 그 강을 건널 수 있었기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무가 설화 바리공주 역시 갖은 고난 끝에 강을 건너서 서천서역국으로 들어가 생명수를 얻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 무가사설 칠성거리에서도 칠성님이 서천서역국에서 오실 때 24강을 건너서 오시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기독교의 모세의 기적이란 것도 역시 강을 대신한 바다가 갈라지면서 기독교의 번성을 예시하였다.
이렇게 강은 이쪽과 저쪽을 구분 짓는 두 세계의 경계선을 상징한다.
강江 물(氵)과 공(工)을 결합한 한자다.
여기서 ‘工’자는 하늘과 연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물 수 ‘氵’는 강이 바로 하늘과 연결되는 통로라는 의미가 담긴 한자다.
그러기에 강은 늘 죽음과 이성의 경계선으로 나타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죽음을 맞이하여 저 세상으로 갈 때는 반드시 강을 건너서 가는 것으로 묘사되곤 한다.
진오귀 굿을 할 때 긴 무명천을 길게 늘어 잡고 배를 가지고 길을 가르는 것 역시 강을 건너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우리 무교에서는 강은 우물, 못, 바다 등과 함께 수신水神이 거처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용신이 거처하는 곳으로 생각하였기에 강에 제사를 지내고 있는데, 강은 인간의 생명 줄이기도 하였기에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다.
고구려는 3월3일 삼짇날이면 낙랑의 언덕에 모여 돼지와 사슴을 잡아 산천에 제사를 지냈고, 신라는 삼산오악과 명산대천에 제사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풍습이 이어져 조산시대는 산천단山川壇이나 산천성황山川城隍 등의 제도가 확립되었으며 국가가 엄격히 규제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궐 안에 산천단을 두고 왕이 직접 제사를 주관하기도 하였다.
강의 신을 하백河伯이라 하는데, 본래의 이름은 빙이氷夷 또는 풍이馮夷 라고 한다.
이 명칭은 하백이 바로 이족夷族이란 말로, 우리들의 조상이란 뜻이다.
하백이 수신이 된 것은 선약을 먹고 물을 만나 신선이 되었기 때문이라 한다.
하백의 용모는 흰 얼굴에 훤칠한 미남으로 북해에 사는 능어陵漁처럼 하반신이 물고기 모양이며, 늘 용이 끄는 연꽃수레를 타고 미녀와 함께 구하九河를 유람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하백이 동이족의 조상이므로 그를 폄하하기 위하여 물에 빠져 죽어서 된 신이라고 하며, 남의 약점을 잘 이용하고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매년 황하를 비롯한 큰 강에서는 하백제河伯祭를 지내는데 미녀를 강물에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그리스도 강을 경배의 대상으로 대양大洋의 아들이나 요정의 아버지로 여기며 신성시 하였다. 그래서 강에 살아있는 말이나 소를 공물로 바치기도 하였다.
중국의 고대국가는 산이 무너지고 강의 물이 마르면 나라가 망한다고 하였는데, 국가의 기틀은 산천山川에 의지하기 때문에 물이 마르면 반드시 산이 무너지고 나라가 망하였다고 한다.
강은 냇물이 모여서 형성된 큰물이므로 ‘모두 함께 한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江에 湖가 결합하면 조정과 대립하는 개념이 되는데, 즉 강호江湖라는 말은 선비가 벼슬이나 세속적인 가치를 버리고 숨어사는 곳을 나타내기도 한다.
강은 이곳과 저곳을 구분하는 경계인 동시에 두 곳을 연결시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리고 물줄기가 사방으로 통하므로 외부세계와 통하는 곳, 또는 이별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강은 정화와 재생이란 의미도 가지고 있다.
인도에서는 갠지스 강에서 몸을 씻으며 정화의식을 가지며, 죽은 자를 강물에 띄워 보내기도 한다.
또 기독교에서 침례의식 역시 강물에 몸을 씻는 것으로 정화를 위한 의식들이다.
강물에 몸을 씻는 다는 것은 재생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신화에 바다의 여신 테티스가 그녀의 아들 아킬레우스를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하여 스틱스강에 담갔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강이 지니는 상징성을 사라지고 강은 흐른다는 속성 때문에 세월이나 덧없는 인생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러나 역류하지 않는 강의 일방적인 흐름은 굳건한 인간의 표상을 나타내기도 하므로 강물은 인생사에 많은 가르침과 깨우침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삼신할미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탑 속 봉안물이 가지는 의미 (0) | 2014.06.16 |
---|---|
샤먼의 바다 <바이칼 호수> (0) | 2014.03.26 |
꽃이 가지는 상징성 (0) | 2014.03.03 |
입춘의 세시풍속 (0) | 2014.02.02 |
설날의 세시풍속 (0) | 2014.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