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공명이 살아난 듯하다는 ‘산대’의 점괘로 사람을 놀라게 한다.
경남 양산 중부동의 고즈넉한 곳에 자리 잡은 법륜정사란 토굴이 하나 있다. 법륜이란 이름에서 풍기듯 세상의 모든 이치를 순리에 따라 하나씩 깨닫겠다고 다짐한 큰 몸집의 법사가 기도에 전념하고 있는 곳으로 그의 이름은 여재(如宰) 김도환 법사다.
일찍 불교에 깊은 관심과 믿음을 가졌던 그는 직장으로 출근하기 전 선승들이 많이 찾는 선찰대본산 범어사에서 한 시간 정도 깊은 명상에 들어 깨우침을 얻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미륵전 · 비로전 · 관음전 등에서 선승들처럼 깊은 명상을 통하여 깨우침을 얻으려는 신념으로 20년 가까운 긴 세월동안 빠짐없이 명상에 들곤 하였다.
그는 기도 중에 범어사의 창건주인 의상과 일생을 남에게 보시하는 것으로 일관한 낙안(樂安), 구렁이가 된 스승을 제도한 영원(靈源), 근대의 고승 경허(鏡虛), 한용운(韓龍雲), 동산(東山) 등을 알게 되었으며, 명상 중 고승들의 가르침을 받았으며, 고승들과의 대화 속에서 많은 깨우침을 얻게 되었다. 지금 법륜정사란 당호를 가지게 된 것도 그런 인연 때문이다.
그가 태어난 곳은 부산 양정이다. 그의 집안은 제법 가풍이 있는 집안으로 전통 'ㄷ'자의 큰 한옥에서 축복을 받으며 태어났다. 대부분의 어머니가 태몽을 꾸듯 그도 역시 태몽을 꾸었다고 하는데 조금 특이한 꿈이었다. 어머니는 금정산 정상에 있는 큰 바위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을 때 바위 가운데 있는 조그마한 우물에서 금빛 잉어가 튀어 올라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가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재 김도환은 태고 적 울음을 터트리며 세상에 태어났던 것이다.
그의 부친은 청도 김씨로 그 당시 신의 직장인 은행지점장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집안의 가신으로 대대로 모셔 온 세존단지를 지극정성으로 받들고 기도하며 지냈다. 어머니가 금정산 바위 앞에서 기도할 때 금빛 잉어가 튀어 올랐다는 것은 바로 어머니가 파평 윤씨이기 때문에 꾼 태몽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특별한 태몽이다. 이런 태몽 때문인지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어려움 없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하여 평범한 소시민으로 행복하게 살아갔다.
그러던 그가 IMF가 한창인 1998년, 같은 직장을 다니던 동료들이 사라지고 사회는 혼란에 빠져 신문과 방송에는 기업들의 부도와 자살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도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뉴스들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고 자신이 당한 것처럼 마음을 아파하면서 무엇인가에 끌리듯 찾아 간 곳이 범어사였다.
그동안 자주 찾아 온 절로 낯설지 않았지만 그날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세상의 힘든 중생을 구제한 석가모니 같은 위대한 인물은 아니지만, 작금에 처한 현실에 주목하여 이런 고통을 받는 원인이 무엇이며, 이 고통에서 벗어나면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하는 화두에 잡혀 인생무상과 삶의 고통 그리고 육도윤회(六道輪廻)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새벽기도 3년쯤에 가장 먼저 변한 것은 식습관이었다. 어느 때부터 육류와 생선은 먹을 수가 없었다. 머리를 깎고 출가한 승려도 아닌데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서 도저히 가까이 할 수 없었다. 큰 몸짓에 단백질 공급을 못하면 어찌할까 주변에서 염려를 하였지만 채식만으로도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성격도 조금씩 변해갔다.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마다 않고 잘못된 것은 즉시 지적을 하던 그의 날카로움은 어느 듯 사라지고 달마의 온화함을 닮아 가는 듯 여유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관음전에서 깊은 명상에 빠졌을 때 신중탱화 속에 있는 동자가 지게에 책을 가득 지고 나타났다. 그리고 그 중에서 고서 5권을 그의 앞에 내려놓으면서 이 책들을 관세음보살님께서 전해주라는 명을 받고 왔다 하고선 홀연히 사라졌다.
이런 현상을 처음 겪는 그는 너무 당황스럽고 놀라서 명상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금방 후회하게 되었는데, 동자가 가져다 준 책들의 제목이나 내용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고 그런 아쉬움이 그때부터 그를 여러 가지 공부를 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그는 동자가 전한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인간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는,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하고 불교 경전을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인간이 가지는 일곱 가지 감정인 칠정(七情)의 생성과 소멸의 원인과 이것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깊은 고민 끝에 육임 · 주역 · 명리 · 풍수 등의 배움에 전념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더 많은 공부와 배움을 위하여 유명한 선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느 곳이던 마다않고 찾아가 듣고 배우는데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렇게 전국의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배우고 익히며 수많은 역술가 · 풍수가와 많은 토론을 통하여 학문의 이해와 깊이를 더해갔다.
어느 날부터 그는 범어사의 기도뿐만 아니라 무속인의 성소인 기도터도 찾아다니며 기도를 하게 되었다. 2010년 쯤 기장의 당산에서 기도를 하는 던 중 당산에 쳐진 금줄이 사라지고 당산 문이 열리는 현상을 보았다. 특이한 것은 당산 문이 땅에서 열리는 것이 아니라 하늘 높은 곳에서 당산 문이 활짝 열리는 것을 보았다.
이런 현상은 무속인이 하늘과 통할 수 있는 통천문을 여는 것으로 무속인들 사이에는 천문이 열렸다고 한다. 그런 현상 후 기도를 하면 “下心” “중용(中庸) 등의 문자가 허공에서 내려와 그의 가슴에 안기는 현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산신기도를 할 때는 하늘에서 지팡이가 내려오기도 하였다. 이 지팡이의 의미는 힘들고 지친 어려운 사람들이 의지할 수 있는 지팡이 같은 사람이 되라는 뜻일 것이다. 하심은 항상 낮은 자세로 사람을 대하라는 가르침이다.
이런 현상을 경험한 후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2016년 기화요초가 만발하는 5월 자신이 갈 길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신의 제자가 되었다. 큰 몸집이 그렇게 가볍게 뛰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에서 달마대사의 행복한 미소와 산신의 근엄함이 교차되는 듯 보였다.
그는 아직 직장에 몸을 담고 있을 때라 신당만 모시고 기도와 직장을 병행하며 지냈다. 욕심 없는 마음, 탐욕을 버리기 위하여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직장을 관둘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생을 따라 전국의 수많은 기도터를 찾아다니며 퇴직 후 만인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였다. 자신을 찾는 힘든 사람들과 공명을 하고 그 가운데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며 자신의 내면을 갈고 닦는데 노력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그는 2021년 직장을 퇴직하고 하늘의 뜻을 깨우쳐 이룬다는 천성산 아래에 ‘법륜정사’라는 토굴을 마련하여 힘들고 지친 이웃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일을 시작하였다.
그는 그 순간을 이렇게 말한다.
“30년 간 내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사느라 힘들고 불편했는데, 이제 비로소 내 옷을 찾아 입으니 이렇게 편하고 행복할 수 없다고”
우리 속담에 뚝배기보다 장맛이란 말이 있듯이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면 웃음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와 상담을 한 사람들은 3번 놀랐다고 한다. 첫째 신령(神靈)의 영험함과 깊은 학문이 어우러진 정확한 상담에 놀라고, 둘째 상대방을 꿰뚫어보는 듯한 깊은 내공에 놀라고, 셋째 욕심 없음에 놀란다고 한다.
그는 주역을 기본으로 하여 제작한 ‘산대’에서 뽑아내는 점괘는 제갈공명이 살아난 듯 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런 영험함은 바로 기도 중 ”숙정(肅靜)“이란 단어를 하늘로부터 받고 숙정의 참 뜻을 깨닫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즉 기를 멈추고 마음을 바로 잡으면 물욕이 일어나지 않고, 하늘의 이치가 스스로 밝아지게 되어 태양아래 거울을 걸어둔 듯 능히 천지신명의 올바른 뜻을 만인들에게 전달하여 인간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일 것이다.
부디 새롭게 시작한 삶은 아픈 사람들의 마을을 안아주며 용기와 희망을 주는 삶을 살아가는 법사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사람들이 받는 고통의 원인이 무엇이며, 이 고통에서 벗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진솔하게 알려주는 힘들고 지친 이웃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는 법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경남 양산시 양주3길 35-18 2층 법륜정사 010-3594-4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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