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스러운 비밀의식, 동이타기
무교인은 일월성신맞이 굿을 할 때와 황해도굿 용태부인거리에서 물동이 위에 올라 춤을 추며 강신(降神)한다. 또 비수거리(작두)에서 모말(쌀말) 아래 물동이를 받치고 작두를 설치한다.
물동이는 단순히 굿을 할 때 사용하는 소품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지 왜 물동이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물동이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다.
동이는 동이족(東夷族)이 처음 만들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동이를 다른 말로 단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단지라는 말은 부루단군을 상징하는 부루단지(扶婁壇地)라고 부르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단군세기>
그러면 단지(壇地)는 완전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하늘의 가르침인 계명을 따르겠다는 전계(佺戒)의식을 할 때 부르는 명칭이 아닌가 한다.
동이에 물을 담으면 물동이가 되고, 제단(祭壇)위에 올라가서 곡식을 담으면 단지가 된다는 것이다.
물이라는 것은 모든 만물의 근원이다. 어머니의 자궁을 상징할 수도 있다. 메소포타미아 서사시에서 고귀한 ‘씨’를 담수(淡水)에 비교하기도 하고, 근원적인 물이라고 한다. 즉, 물은 모든 생명의 ‘씨’라고 할 수 있으며 ‘정령’이기도 하다. 즉, 깨달은 자의 씨앗이라는 것이다.
바다는 한자로 ‘海’라 하는데 ‘해’는 바로 태양을 의미하며, 물은 태양의 ‘씨’ 즉, 제사장인 지배자의 ‘정령’을 의미하기도 한다.
태양을 땅에 펼친 것이 ‘海’라고 한다. 海는 해(太陽)이며, 불이라고 한다. 불은 아기라고 손노선이 논문<전통문화에 내재 된 불의 의미>에서 주장하였으니 항아리 속의 물은 곧 불이고 불은 아기를 태어나게 하는 정자라는 것이다.
캄보디아 ‘앙코르왓’ 사원에 그려진 신화 ‘우유 바다 휘젓기’ 역시 비밀의식을 그린 신화로 우유 바다는 정령임을 암시하고 위대한 지도자의 탄생을 신격화 한 이야기라 볼 수 있다.
<후한서> <동이전>에는 동이가 조두(俎豆)를 사용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두는 항아리를 뜻한다. 고고학에서는 이를 저패기(貯貝器)라 부르며 조개들을 넣어두었다고 한다. 조개는 여성과 정령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조俎’자를 살펴보면 얼음 빙仌+차且로 구성되어 있다. ‘차且’자는 남성의 성기를 의미하는 글자다. 그렇다면 조두(俎豆)란 급속 냉동한 우수한 정자를 바치는 제사라고 할 수 있다.
즉, 조두(俎豆)란 바로 제사를 올릴 때 제기(豆) 위에 정자(俎)를 올려 두었다는 뜻이다.
고구려 축제 때 동쪽의 석굴에서 수신(隧神)을 모셔다 의례를 치르는데 석굴은 바로 궁족(穹族)을 연상케 하고, 궁족은 삼신(三神) 중 한 분인 궁희(穹姬)를 떠오르게 한다. 궁(穹)을 살펴보면 동굴 속에 뱀이 웅크리고 있는 형상이다.
궁(穹)을 표현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 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동이는 동이족의 상징이며 여자의 자궁을 의미하며 그 속에 물은 정자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영화에서 악마 등을 깨우기 위하여 동굴이나 지하 신전에서 비밀의식을 거행하는데 반드시 특정 여인이 필요로 한다. 이것은 훌륭한 신녀의 몸을 빌려 항아리 속에 담아 두었던 정령을 심어 영웅을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즉 훌륭한 인자를 가진 정자로 인공수정을 하였다는 것이다.
이 의식을 주관하는 전문가가 바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삼신할머니로 삼신할머니는 산신(産神) 할머니라 하기도 한다. 이렇게 태어난 아기들을 서자(庶子)라고 하였다.
황당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그 당시 벌써 무당들은 DNA 유전자 개념을 알았으며, 지속해 위대한 영웅이 지배자가 되기를 기원했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신교, 즉 무교의 핵심 세력으로 비밀결사대인 용화교도(龍華敎徒)들은 부도, 즉 동굴은 신들의 정액을 넣어두는 자궁이라 했다. 이것은 부도에는 지배자인 제사장의 정액을 넣어두는 항아리가 있다는 의미다.
고대 그리스의 디오뉘소스 신화의 축제인 안테스테리아(Anthesteria)는 꽃과 새 술(포도주)을 축하는 봄의 축제로 항아리 축제라고도 한다. 이 항아리 속에는 디오뉘소스의 정자가 들어 있어 샤먼들이 비밀의식을 거행하던 축제라고 유추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전 세계 건국 신화를 살펴보면 아버지 없이 태어난 영웅들이 너무 많이 있다. 대부분 알에서 태어나거나 해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고 한다. 바로 이런 인물들이 샤먼들의 비밀의식에서 태어난 인물들이 아닐까 한다.
<산해경/해외서경>을 보면 ‘여자국’이 나온다.
<삼국지/위지동이전(三國志/魏志東夷傳)>에는 여자국(女子國)이 바다 한가운데 있었다고 하였다.
<후한서/동이전(後漢書/東夷傳)>에는 「여자국에는 신령스러운 우물이 있어 들여다보기만 해도 곧 애를 낳는다고 한다.」 기록되어 있다.
동진(東晋)의 문인 곽박(郭璞/276~324)은 「황지(黃池)라는 못이 있는데 부인들이 들어가 목욕하고 나오면 곧 임신하였다. 만약, 남자를 낳을 경우 세 살이 되면 죽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집트의 파피루스 텍스트에는 태양이 그의 신전에서 수음을 하여 무수한 신들을 낳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바로 부도에서 행해진 비밀의식을 이야기 한 것이다. 솔로몬 왕 시대에는 성전에서 놋쇠로 만든 세례반(洗禮盤)으로 비밀의식을 치렀다고 하는데, 이 놋쇠그릇을 놋쇠바다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렇듯 물은 곧 여성을 상징하며 임신은 풍요를 상징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의 이슈타르 신전에는 제1사제인 엔투(Entu), 제2사제인 살메(Salme), 제3사제인 지쿠르(Zikru), 제4사제인 카디슈투(Kadishtu)라는 여사제가 있었다.
이들은 신전에 공물이나 금화를 바치는 남성과는 의무적으로 성교를 하였다. 이러한 성교는 바로 신전에서 성스러운 비밀의식을 직접 주도하였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샤먼을 매개로 신과 교접하는 종교적인 행사로 신비스럽고 신성하게 여겼으며, 이때 태어난 아이들을 아멜루(Amelu)라고 불렀다.
이 아멜루(Amelu)는 서자(庶子)라는 말이며, 성스러운 결혼에서 태어난 인물이라는 뜻으로 수메르의 길가메시와 우리의 한웅천왕이 바로 서자 출신이다. 서자들은 어머니의 이름을 따르며 아멜루(Amelu)라는 사제나 전사 계급에 편입되는 특혜를 입었는데, 그 당시 사제나 전사들이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태백일사> <삼환관경본기>의 기록에 부루단군은 스스로 북극 수정(水精)의 아들로 수정자(水精子)라고 하였다. 이 말은 바로 부루단군이 비밀의식으로 태어났음을 스스로 밝힌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굿을 할 때 물동이를 타는 의식은 고대사회에서 오래전부터 행하여 온 비밀의식인 태양의 ‘씨’ 즉 위대한 영웅들의 ‘정령(精靈)’을 받는 신녀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지금의 물동이 속에 ‘깨달은 자’ ‘해탈한 자’의 유전자인 ‘정령’이 없다 하더라도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이 비밀스럽게 진행해 온 비밀의식을 재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물동이 속에 밤 · 대추를 비롯한 과일을 넣는 행위 역시 이러한 비밀의식의 잔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굿의 행위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고대의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한다. “구법 버리지 말고 신법 만들지 말라”는 노 만신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할 때다. 그 이유는 굿이 가지고 있는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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