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와 재치를 나타내는 원숭이
원숭이는 양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살지 않는 동물이다. 원숭이가 문헌에 기록된 예는 <삼국유사> 원종흥법조가 유일한데,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오거나, 외국 사신들을 통하여 우리나라에 들어 온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궁궐에서 애완동물로 키웠을 가능성이 많으며, 고려시대에는 인장의 손잡이로 원숭이를 청자로 만들어 사용하였다.
원숭이는 우리말로 ‘잔나비’ 또는 ‘잰나비’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원숭이를 한자로 ‘원猿’으로 부르지만 <훈민정음>에는 ‘납’으로 표기되어 있다. 잔나비는 원숭이가 잽싸고 빠르기 때문에 납이 나비로 변하여 ‘잔나비’로 부르게 되었다. 이 ‘잔나비’란 이름은 빠르다는 면도 있지만 자질구레한 이미지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원숭이의 재치와 꾀는 이리와 여우의 고기 다툼을 해결해 주는 이야기에서 증명되고 있다.
원숭이가 사람의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동물로도 전해지는데, 충남 부여군 조촌면 소사리에 원숭이 못이 있다. 이 못은 자기(원숭이)를 길러 준 포수의 아이가 화상을 입자 그 화상을 낫게 해주기 위하여 목욕을 시킨 못으로 약수로 된 못이라고 한다.
그와 반대로 원숭이는 욕심이 많은 동물, 재수가 없는 동물 등으로 더 많이 민간에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봉산탈춤> 4과장에 노장과 신장수가 등장하면서 원숭이도 함께 나온다. 여기서의 원숭이는 집안의 수호신으로 벽사의 의미를 띄고 있다.
원숭이를 나타내는 한자어는 <원猿>자 이외에도 <저狙> <유狖> <융狨> <노猱> 등 14가지나 된다. 또 원숭이와 관련된 약재는 진귀한 것으로 유명하다. 원숭이 뱃속에 생기는 결석을 후자라고 하며, 원숭이 고기를 소금에 절인 미후자, 그리고 난초 향기가 나는 차로 마시면 정신이 맑아진다는 후괴다猴魁茶 등이 있다.
세시풍속에는 새해 첫 신일申日을 원숭이 날이라고 하는데 상신일上申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신일은 일손을 쉬고 놀며, 특히 칼질을 하면 손을 벤다고 하여 삼간다. 또 여자보다 남자가 먼저 일어나서 문밖에 나가고, 비를 들고 부엌의 네 귀퉁이를 쓴 후 다시 마당 네 귀퉁이를 쓴다. 이 날만은 부엌에 귀신이 있다고 해서 남자가 먼저 부엌에 들어가기도 한다.
제주도에서는 납날이라고 하여 이 날은 나무를 자르지 않는다고 한다. 원숭이날에 나무를 자르게 되면, 그 나무는 목재 사용 시 좀이 많이 든다고 한다.
경남에서는 첫 원숭이날을 뿐만 아니라 원숭이날에는 사람날이라고 하여 원숭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도 않는다고 한다. 원숭이라는 소리를 입에 담으면 그날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날 불가피하게 원숭이란 말을 입에 담아야 할 경우 ‘잔나비’ 혹은 ‘잰나비’라고 바꾸어 말한다. 이러한 풍속 때문에 일부 무교인과 역학인들도 원숭이날에는 굿이나 치성을 드리면 효과가 없다고 하여 기피한다고 한다.
원숭이 띠는 쥐띠와 용띠, 그리고 뱀띠와는 잘 맞아 결혼이나 동업을 하여도 좋다고 한다. 그러나 토끼띠와는 서로 미워하고, 호랑이띠와는 사사건건 부딪치니 조심하여야 한다.
도교에서는 경신庚申날 기도를 올리면 신통한 기운을 얻는다고 하여 일 년에 6번이 돌아오는 육경신일에 밤새워 기도드리기를 하는데, 이 날 밤을 새우기가 다른 날 보다 더욱 힘들어 밤을 샐 수 없다고들 한다.
원숭이는 고독과 외로움의 상징으로도 나타나기도 하지만 시간과 방위의 수호신으로 나타나기도 하여 세화歲畵로도 자주 등장한다.
중국에는 큰 원숭이가 작은 원숭이를 무동을 태우는 그림 <비비봉후 輩輩封猴>가 있는데, 이것은 대대로 높은 벼슬을 하라는 의미이다. 또 원숭이가 복숭아를 선사하는 <후자헌도猴子獻桃> 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라고 한다.
원숭이는 총명하고 재주가 있는 사람에 비유되거나 숭고한 모성애로 표현되기도 한다. 반면에 원숭이도 나무에 떨어질 때가 있듯이 실수 〮경솔 〮만용 〮흉내 또는 장난꾸러기 등을 상징하기도 한다.
'동물의 상징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해년을 상징하는 동물 돼지 (0) | 2006.12.27 |
---|---|
암탉이 울면 집안이 흥한다. (0) | 2006.12.15 |
온순하지만 고집이 세고 어리석은 동물 <양> (0) | 2006.10.17 |
말이야기 (0) | 2006.06.04 |
뱀 이야기 (0) | 2006.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