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과 다산을 의미하는 박쥐
박쥐와 관련된 설화나 민담은 동서를 막론하고 많이 전해져 온다.
박쥐같은 인간이라고 하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는 이중성을 지닌 못된 인간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박쥐의 생김새에서 비롯된 것으로 명칭에서 보듯이 육상동물인 쥐의 일종이면서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기 때문에 텃새의 일종으로도 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는 박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서양에서는 박쥐를 마녀의 상징이나 악마의 대명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나, 동양에서는 오히려 오복과 장수의 상징으로서 경사와 행운을 가져다주는 의미로 많이 나타내었다. 그런 관계로 조선시대에는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도자기 · 회화 · 공예품 · 가구의 장식 등에 박쥐문양을 넣는 예가 많았다.
박쥐문양을 편복문蝙蝠文이라고 하는데 박쥐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오복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동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박쥐를 뜻하는 복蝠자가 복복福자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그 예로 행운을 가져다주는 상징으로 베게 양쪽에 박쥐의 형상을 수놓았으며, 또 장롱이나 장석의 디자인에도 박쥐의 문양을 그려 넣었다. 또 박쥐는 100년을 사는 것으로 생각하였기에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도 사용되었다.
보통 문양을 그릴 때는 다섯 마리의 박쥐를 그리는데 다섯 마리의 박쥐는 오복五福을 뜻하는 것으로 오복이란 장수壽, 부귀富, 강녕康寧, 수호덕收好德, 고종명考終命을 말한다.
또 박쥐는 번식력이 강하여 다산을 하기 때문에 자손을 많이 낳기를 기원하는 아낙들의 소지품이나 장식구 등에 많이 그려 넣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박쥐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였다. 그 예로 마녀가 박쥐로 변신하여 집에 들어온다고 믿었으며, 부엉이나 까마귀와 마찬가지로 박쥐가 집 주위에 모여들거나 날아다니면 재수가 없다고 하였다. 프랑스에서는 박쥐가 머리칼에 접촉하게 되면 액운이 닥치고, 젊은 처녀의 머리에 닿으면 평생 동안 결혼하지 못하고 혼자 지내는 처량한 신세가 된다고 믿어 왔다.
옛날부터 박쥐는 특별한 비방으로 부적과 함께 많이 사용되었는데, 예를 들면 박쥐의 머리를 비둘기 집에 걸쳐 놓으면 비둘기들이 집을 떠나지 않는 효험이 있다고 했으며, 또 살아있는 박쥐를 잡고 집 주위를 세 바퀴 돈 다음 박쥐머리를 창문 밑으로 향하게 하여 못을 박아 놓으면 귀신을 쫓는 마력을 발휘한다고 믿었다.
그리스와 로마를 비롯한 중세 유럽에서는 박쥐를 의약품으로 많이 사용하였는데, 박쥐를 의료목적으로 사용한 기록은 독일의 고고학자 <에베르스>란 사람이 고대이집트의 도시였던 테베지방에서 유적 발굴 중, 미이라 관에서 발견된 고대이집트 의학서인 <파피루스 에베르스>에 기록된 상형문자를 해독한 결과, 알로에의 약효가 적혀있었다고 하는데, 그 의학서에는 결막염을 비롯한 후두염 · 탈모증 · 신경통 · 천식에도 박쥐가 매우 좋다고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인도의 여인들은 박쥐의 쓸개가 임산부의 해산을 도와준다고 믿었으며, 또 과일박쥐의 날개 뼈를 검은 소의 꼬리털로 산모의 발목에 묶어 놓으면 아무 고통 없이 순산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우리가 자수제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귀다남富貴多男과 수복강녕壽福康寧은 자손을 많이 낳기를 바라고 복도 많이 들어오라는 뜻인데, 이 두 가지의 기원이 박쥐문양에 모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옛날부터 박쥐문양을 많이 그려 넣었다.
<규합총서>를 보면 박쥐를 하늘나라의 쥐라는 의미로 선서仙鼠, 또는 비서飛鼠라고 부르며 오백 살이 되면 색깔이 하얗게 된다고 하였다. 또 박쥐를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은 뇌가 무겁기 때문이며, 박쥐를 먹으면 신선이 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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