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이야기

부정을 타는 이유와 원인

愚悟 2008. 6. 26. 21:05

부정不淨의 시작과 원인

우리 무교에서는 부정을 많이 가린다. 부정을 가린다는 것은 천지신명을 모신 곳을 깨끗하고 청결하게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연유로 굿을 하거나 기도를 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부정을 치는 일이다. 앉은거리 굿에서는 법사들이 부정경을 송경하고, 선거리에서는 만신들이 춤으로 부정을 친다.

부정의 종류에는 수없이 많다. 천하부정 지하부정 옥황부정 산신부정으로 시작한 부정은 조상의 영실부정 그리고 인간이 모져 누운 우환부정까지 인간이 생활하는 곳, 인간의 손끝이 닿는 곳은 모두 부정이 든다고 믿고 있다.

그럼 이러한 부정들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부도지>제 5장과 9장에 부정의 원인과 시작이 관한 기록이 있다.

백소의 무리들 중 지소씨가 마고성의 금단의 열매인 포도를 따 먹음으로써 오미의 변을 일으켰다. 이것은 금지하지 아니하더라도 스스로 금지하는 자재율을 파기하는 것으로 강제로 다른 생명을 먹었기 때문에 피와 살이 탁해지고 심기가 혹독해져서 마침내 천성을 잃었다. 이에 마고 삼신이 인간으로 인하여 더러워진 마고대성을 천수로 물청소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 말은 바로 오미의 변으로 인간이 감정이 생겨나고 그 감정으로 으로 인하여 천성을 잃어버려 인간의 마음이 혼탁해지고 혹독해져서 마침내 마고대성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으며, 이러한 부정한 기운을 하늘의 물인 천수로 씻어냈다는 이야기다.

이 <부도지>를 살펴보면 부정은 바로 오미의 변으로 생긴 인간의 감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금단의 열매인 포도를 따 먹고 그 맛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감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렇게 남의 생명을 강제로 취하므로 생긴 인간의 감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참전계경에는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즉 여섯 가지 감정인 육감六感인 바로 부정이 생기는 원천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정 즉 나쁜 기운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인간들은 기쁘고喜, 슬프고哀, 화내고怒, 두렵고懼, 가난하고貧, 싫어하는厭 여섯 가지 감정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곳에서 부정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인간들이 이런 저런 감정들을 억누르지 못하고 인간의 내면에 정심을 가지지 못한데서 생긴 나쁜 기운들이 서로 충돌하여 발생하는 에너지가 바로 부정이라고 할 수 있다.

상문부정은 슬픈 마음에서 생기는 나쁜 기운이요, 피부정은 피를 보면서 느끼는 두렵거나 싫어하는 마음에서 생기는 부정이며, 화를 내면 평정심을 잃은 마음에서 생기는 부정인 것이다.

즉 ‘부정 탄다’라고 느끼거나 말하는 순간 부정은 마음속에서 되살아나 부정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정 탄다’는 것은 인간의 감정에서 부정이 시작되어 마음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기에 무교인들은 간단한 의식으로 부정을 치고 나면 마음이 편한 이유는 스스로 마음속의 부정이 사라졌다는 평정심을 가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무교에서는 이러한 부정은 ‘푼다’라고 하지 않고 ‘친다’라고 한다.

억울한 죽음이나 조상들의 영혼들이 죽어서 생긴 귀신들의 맺힌 한은 풀어먹인다는 개념으로 ‘푼다.’라고 하지만, 아무런 상관도 없이 슬그머니 끼어드는 초대받지 못한 불청객, 떠돌이 노숙자 같은 기운들은 부정이라 하여 풀어먹이는 것이 아니라 내치는 개념이다.

이렇게 인간들이 죽어 맺힌 한을 풀 때는 제물을 진설하고 정중하게 대접을 하면서 풀어내는 것이지만 인간의 마음이 정심을 잃어 생긴 나쁜 기운에서 시작된 부정은 여러 가지로 방법으로 물리친다.

부정을 칠 때 마고삼신이 처음으로 사용한 천수를 비롯하여 콩, 팥, 미나리, 두부, 황토, 소나무, 소금 등 수없이 부정을 치는 방법은 많이 있다.

결국 부정이란 화로 속에 숨어있던 불씨와 같은 것으로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아날지 모르는 것이다. 즉, 인간의 마음이라는 화로 안에는 항상 부정이라는 감정의 불씨를 감추고 있으니 인간들이 정심을 잃어버리고 감정에 억매이게 된다면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따라 부정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살아나 우리를 괴롭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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