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천 리포트

밤섬부군당굿

愚悟 2009. 1. 28. 12:24

정월 초 이틀 마포구 창천동 산 28번지에 자리 잡은 밤섬 부군당,

일년에 한번씩 밤섬 주민들이 모여서 고향을 기리며 흩어진 밤섬주민들의 한마음 한뜻으로 뭉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곳이다.

68년 한강 밤섬이 폭파되면서 강제 이주를 당했던 130세대의 밤섬 주민들은 일년 중 이날만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이날이 되면 밤섬주민들이 부군당에 모여 일년동안 힘들었던 모든 것들을 풀어버리고 한마음으로 서로 잘되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굿장단에 맞춰 걸팡지게 노는 굿이다.

즉 和解同心 海寃上生을 실천하는 곳이며 이것이 바로 마을굿의 정신이기도 하다.

이날도 어김없이 밤섬주민들이 참석하여 당주 김춘강 무녀의 춤사위와 당주악사 김찬섭의 대금 소리에 맞춰 신나는 부군당굿을 펼쳤다. 매번 밤섬 부군당굿에서 느끼는 점은 굿판에 참석하는 분들이 예전에 밤섬에서 살던 원주민들로 지금 많이들 원로하였다는 것이다.

밤섬에서 태어나 밤섬에서 살다 육지로 이주해 온 이분들은 고향을 기리며 고향에서 행했던 그 굿판을 여기서 재현하여 고향의 정을 느끼고 있지만, 젊은 사람들은 밤섬에 대한 애뜻한 정도 그리움도 추억도 없기 때문에 밤섬부군당굿에 대한 기다림이나 정겨움을 느끼지 못한다.

지금도 밤섬부군당굿에 참석하는 주민들이 50분 안팎으로 알고 있어 많이 줄어 들었다. 세월이 가면서 세상을 떠나고 병들과 하여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밤섬부군당굿의 가장 큰 문제이다.

지금 참석하는 주민들이 원로하여 몇년 후에는 급격히 참석인원이 줄어들 것이고, 그 후에는 주민들이 없는 가운데 구경꾼들만 참석하는 무당들만의 굿판이 될 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는 밤섬부군당 뿐만 아니라 서울 주변의 모든 부군당굿이 이런 현상을 겪고 있다.

개발이라는 거센 물결을 이겨내지 못하고 서울부군당들은 모두 아파트 숲 속에 가려져 그 빛을 발하고 말았다.

거대한 아파트 빌딩 숲 사이에 초라하게 겨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부군당들은 개발로 인한 원주민들의 이주와 타지에서 온 이방인들의 무관심으로 점점 그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부군당굿, 도당굿의 가장 큰 의미는 마을주민이 한마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한해를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생긴 이웃간의 오해와 반목, 갈등 등을 풀어버리고(화해동심) 서로 함께 잘살아보자는 (해원상생)는 사회적 기능을 중시하는 굿이다.

그러기 때문에 국가에서 도당굿, 부군당굿의 시회적 기능을 중시하여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예산을 지원하고 보존계승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부군당굿 보존회에서는 현재 거주하는 마을주민들과의 화합을 이뤄 함께 굿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종교적인 문제로 갈등만 빚고 있다가는 서울의 부군당굿이 그 의미가 퇴색되어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밤섬 부군당굿의 명칭도 문제가 있다. 밤섬부군당굿이라고 하면 될 것을 어찌 <밤섬부군당도당굿>이라고 하였는지 하루빨리 밤섬부군당굿으로 고쳐서 명명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서울의 마을굿인 부군당굿을 볼 때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주민들이 별비가 없어 굿판에 참석을 꺼린다는 것이다.

별비가 없어도 재미가 없지만 무녀들이 정도껏 별비를 받았으면 한다.

부군당굿에 참석하는 분들이 모두 70세 전후로 고령인것을 감안한다면 그분들의 부담도 좀 들어 주었으면 한다.

마을 부군당굿으로 무형문화재가 되었지만 그 굿이 없어진다면 문화재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명심하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