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천 리포트

군포덕고개 군웅제

愚悟 2008. 10. 30. 13:32

군포 덕고개 <군웅제>

 군포시 덕고개에서 300여년동안 계속되어 온 <군웅제> 제사가 금년의 당주 박준석(당40세), <군웅제보존회장/김흥식(당73세)> 덕고개 속달리 백여기(당50세)통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 그리고 노재영 군포시장, 이경환군포시의회 의장 등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가운데 10월 29일(음력 10월 1일) 밤에 있었다.

수리산 자락 동골메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군웅 숲은 전국에서 아름다운 마을 숲으로 지정된 곳으로 마을주민들이 신성시 여기는 곳이다. 정확한 기록이 없지만 군포설화에 의하면 숙종대왕이 이 숲에서 <군웅제>를 지냈기 때문에 군웅 숲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군웅제를 지낼 당숲 모습>                                      <군웅신을 모신 신주>

 

   <이영을 엮는 김춘수(당78세) 어르신>                   <군웅신주의 신주의 옷을 입히는 모습>

 

   <군웅제를 준비하는 김흥식 보존회장>             <노재영 군포시장, 유경심, 만신, 김성원 법사>

 

 

                                   <산신축원을 하는 유경심 만신과 당주 박춘석 당주>

 

 

 <마을 주민들 위하여 소지 축원                            <군웅제가 끝나고 음복을 준비하는 백여기 통장>

                              덕담을 하는 유경심 만신>

 

이러한 <군웅제>가 주민들과 군포문화원의 노력으로 작년부터 깊은 잠에서 깨어나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기지개를 펴고 있다.                 

3백여 년 동안 계속 되어 온 덕고개 <군웅제>는 마을의 인구가 줄어들고 경제적인 자립도 또한 빈약하여 자체적으로 <군웅제>를 지낼만한 여력이 없었던 관계로 <군웅제>를 축소하여 마을고사 형태로 지내고 있다. 

또 마을주민들 위주로 제사를 지내다 보니 <군웅제>에 대한 기록이나 조사가 전무한 상태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조선 때 숙종대왕이 <군웅제>를 지냈다는 것은 <군웅신>이 일반 산신과 다른 특별한 신격으로 그 지역의 최고의 신을 의미하기 때문에 고사형태의 제사는 격에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본디 군웅君雄이란 임금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임금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우리 상고사에서 청구에 신시를 열고 배달나라를 세운 14대 한웅천왕인 자오지천왕을 이야기 한다. 일명 치우천왕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우리는 붉은악마를 상징하는 도깨비대왕으로 더 친숙하게 알려져 있다.

우리 굿에서는 치우천왕의 죽음을 애도하는 굿으로 군웅굿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후대에 군웅굿은 전쟁터에 나가서 전사한 장군이나 군인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굿의 성격을 가지다가, 요즘은 굿을 하는 제가집의 조상들 중 제 명에 죽지 못하고 험악하게 죽은 조상들을 위로하는 굿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군웅제>는 마을 단위의 제사가 아니라 군포시 차원에서 거행되어야 할 제사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군웅君雄> 인 치우천왕의 죽을 애도하기 위하여 우리 굿에서는 군웅거리라고 하는 굿거리가 있다.

그러나 <군웅제>란 이름으로 제사를 지내면서 굿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군포에는 <군웅제>외에도 수리산 산신제, 삼성마을도당제, 당말도당제,느티울산신제, 당정우물제,궁안 도장마을산신제, 금정덩산신제 등 마을제사가 많이 있다.

이러한 마을제사들이 모두 유교식 제사로만 치러지고 있다니 조금 의문스러운 부분이다.

산신제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계룡산 산신제 같은 경우는 제사와 더불어 반드시 굿을 하고 있으며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또 군포의 마을제사에서 제물로 소나 돼지를 잡아 바치는데 이것은 유교식 제사가 아니다.

소를 잡아 바치는 것은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형태로 <강희자전>의 기록을 보면 천신에 제를 지낼 때는 모우라는 털이 긴 흰 소를 잡아 바치며 춤을 추는 자가 그 꼬리를 쥐고서 흔든다.는 기록이 있다.

또 소를 바치는 것은 동방창룡칠수 가운데 첫번째 별인 각수角宿에게 바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소를 바칠 때는 소머리와 소꼬리가 가장 중요한 제물이 되는 것이다.

소꼬리의 중요성은 우리 속담에 <소꼬리 쥔 넘이 임자>라는 말로 표현된다.

즉 소꼬리 쥔자가 임금이라는 의미로 제사장을 의미한다.

또 돼지는 산신이나 서낭, 즉 지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무속학자들이 조사 발표되어 있다.

그러나 군포의 많은 마을제사는 유교식 제사를 지내면서 무속에서 바치는 제물 형식을 따르고 있다는 것은 예전에 굿을 하였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덕고개 군웅제에서 통돼지를 잡아서 바쳤다는 것은 바로 <군웅굿>에서 무당이 산돼지를 죽이면서 죽은 영혼들을 위로한 후 통돼지를 바치는 것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군웅 숲에 자리 잡은 마을 터주가리는 1,4후퇴 때 중공군들이 들어와 터주가리 속의 단지를 깨트렸기에 다시 단지를 바꾸어 모셨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매년 음력 10월 초 하루날 터주가리 앞에서 마을고사를 지냈다고 한다.

터주가리는 <단군세기> 기록에 의하면 2대 부루단군의 선정에 감사드리기 위하여 백성들이 흙으로 단을 쌓고 항아리에 곡식을 담아 그 위에 벼로 지붕을 씌워 그 앞에서 기도를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것을 보고 <부루단지> 또는 <업주가리> <터주가리> 라고 지방마다 다르게 부른다.

이 터주가리는 가을에 농사가 끝나면 항아리에 곡식을 햅곡식으로 갈아드리고 시루떡을 하여 바치며 제사를 지낸다,

그러나 덕고개 <군웅제>는 지금까지 <군웅신주>인 항아리는 건드리지도 못하고 심지어 짚으로 만든 이영도까지도 벗겨내지 않고 덧씌우기만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는 마을고사를 주관하는 영적인 무당이 없었기 때문이다.

즉 만신들이 해오던 <군웅신주>의 제사를 마을사람들이 직접 하려고 하니 이런 저런 두려운 마음에서, 외경심이 너무 강하여, 혹 단지를 잘못 건드려 마을에 큰 화라도 당할까 아예 건드리지 않은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있다.

그러나  금년에는 필자의 소개로 부천에 사는 만신 유경심<성주산 도당굿 보존회장>이 직접 참여하여 마을주민들과 함께 제사를 지냈다.

유경심 만신의 공수에서

"군웅신주의 벼를 햅곡식으로 갈아드리지 않고 제사를 드리는 것은 눈감고 아웅하는 것이다. 속에는 썩어 문들어 지는데 겉옷만 새 옷으로 갈아 있는 형국" 이러고 나무랐다.

할려면 제대로 똑바로 해야 한다고 하면서 내년부터는 반드시 <군웅신주> 항아리 속의 곡식을 햅곡으로 바꾸어 드려야 한다고 하였다.

유경심 만신의 공수가 맞는 공수다.

언제까지 이런 형태로 마을제사를 지낼 수 가 없다.

금년에도 필자가 마을 주민들을 설득하여 <군웅제>에 굿을 하자고 설득하였으나 무속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인식으로 주민들이 100% 합의가 되지 않아 만신을 초청하여 고사형태로 지내게 되었다.  

필자가 알고 있기로 <군웅제>란 명칭을 사용하는마을 제사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부디 전국의 마을축제 중 유일하게 존재하는 <군웅제>가 원형을 찾고 더 나아가 군포의 축제로, 경기도의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군포시청을 비롯한 군포문화원은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지원과 격려를 보내주었으면 한다.

또한 덕고개 주민들은 군포문화원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군웅제>가 마을 주민들의 동네 제사가 아닌 군포의 축제로 발전하는 것을 두려워했어도 안될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축제를 문화로 보지 않고 특정종교의 가치관으로 바라보고 반대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을 축제의 진정한 의미는 주민들 간의 반목과 오해를 풀고, 화합을 위한 화해동참, 해원상생으로 마을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마을의 발전이 군포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여 진정한 군포의 축제로 <군웅제>가 발전하여 자리 잡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무천 리포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날에 열리는 서울 마을굿  (0) 2009.01.25
산본중심상가 거리 축제 스케치  (0) 2008.11.02
군포 당숲제  (0) 2008.10.26
부천 유경심 만신  (0) 2008.10.14
한가위 맞이 충청도 앉은굿 공연  (0) 2008.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