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정령 두꺼비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께, 새집 다오”
이 노래는 우리가 두꺼비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연상시키는 노래 말이다.
두꺼비의 어원은 물과 땅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뜻에서 시작된 말이라고 한다.
두꺼비를 한자로‘섬蟾’이라고 하는데 이는‘하늘을 바라보는 동물’이란 뜻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달을 바라보는 모습이라 한다.
두꺼비가 달에 있게 된 배경은 동이의 신화 중 명궁 예羿의 이야기에서 나온다.
천제의 아들인 열 개의 태양 중 아홉 개를 떨어트려 천제의 미움을 싼 결과 하늘로 올라갈 수 없었던 영웅 예羿의 아내 항아姮娥는 서왕모에게 얻어온 불사약을 혼자 훔쳐 먹고 하늘로 올라가다 천제의 노여움이 두려워 잠시 달에 피신한 것이 영원히 달에 머물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두꺼비로 변한 항아는 여인이므로 두꺼비는 바로 항아의 영혼이고 정령으로 여신임을 알 수 있다. 달은 기후, 조수潮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물의 신이기도 하여, 지금도 어업을 하는 뱃사람들은 달을 기준으로 한 음력을 중요시 한다.
두꺼비는 물과 육지를 오가며 사는 관계로 영험한 동물에 비유되었다.
두꺼비가 산란을 하기 위하여 내려오는 시기와 산 속으로 들어가는 시기가 달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두꺼비는 고구려 오회분 4호묘 일월신 벽화와 견우직녀도 달 속에 삼족섬三足蟾으로 그려진 것을 비롯하여 신라시대의 와당瓦當, 조선시대의 불화 등에서 두꺼비가 들어 있는 달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사천성 성도의 무후사에 있는 청동 북 장식에 다리가 셋 달린 삼족섬이 나타난 후 복을 내려주는 동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복희 여와도의 그림에 해와 달 속에 삼족오三足烏와 삼족섬三足蟾이 나오는 것은 삼족섬 역시 우리 조상들이 해를 상징하는 삼족오와 함께 달을 상징하는 영물로 세발 달린 두꺼비를 그려 넣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중국에서 삼족섬을 복과 재물을 주는 영물로 여겨 많이 섬기고 만들고 이용하고 있지만 삼족섬을 우리 민족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바로 삼이라는 숫자 때문이다.
삼三은 우리 민족의 고유의 숫자로 삼족섬은 삼족오와 함께 달을 상징하는 정령으로 만들었으며 바로 고구려 오회분 4호묘 일월신 벽화와 견우직녀도 등에 그려 넣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민속에 <유해희섬劉海戱蟾>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유해가 두꺼비와 장난을 친다는 의미다.
<유해희섬>은 호남, 호북, 안휘성 지역에서 북만 가지고 반주하며 펼쳐지는 연극 <화고희花鼓戱> 중에도 ‘유해희섬’이라는 곡이 있다.
유해는 송나라 초기, 지금의 북경에서 살았던 실존인물로 요遼나라의 진사進士였다고 한다.
이름은 유현영劉玄英, 도호는 해섬자海蟾子라 하여 자신의 호에 두꺼비 섬蟾을 넣었다.
그는 각지를 떠돌다가 신선이 되었다고 하는데 하마선인蝦蟆仙人이라 불렀다.
유해가 세 발 금두꺼비와 장난하는 그림을 집에다 걸어두면 복이 들어온다고 하여 길상화吉祥畵로 여겨, 연말 정초에 집안과 점포 안에 그림을 걸어두고 새해에는 재목과 행운이 찾아오기를 기원하는 연화年畵 중의 하나로 중국에서는 인기가 높다.
유해가 두꺼비와 노는 그림, 즉 길상화를 걸어두는 풍습은 청나라 때 크게 유행하였다.
세 발 두꺼비는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희귀하므로 큰 행운, 큰 재물을 가져다준다고 믿어, <유해희금섬劉海戱金蟾>,혹은 <유해희금전劉海戱金錢>이라는 말도 있다.
조선 시대 심사정沈師正도 역시 하마선인도蝦蟆仙人圖를 그려 두꺼비가 가져다 줄 복과 재물을 기원하였다.
청나라 성조 강희제康熙帝 때 강소성 소주蘇州에 사는 '아보阿保'라는 자가 우물 속에서 세 발 달린 두꺼비를 건져 올려 어깨에 얹고 다니다가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신선과 부귀와 관련이 있는 두꺼비는 우리 민속에서는 족제비, 구렁이, 거북이 등과 함께 집안을 지키는 업신 즉, 재복신으로 나타난다.
지킴이란, 가신家神으로 집안이나 어떤 장소를 지키고 있는 신령한 동물 또는 바위 혹은 나무 등을 뜻하며 이것을 민간신앙에서는 지킴이라고 한다.
이렇게 두꺼비 집을 지켜주는 가신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초복축사招福逐邪를 꿈꾸는 민중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영물로 여겨졌다.
두꺼비가 나타나면 세상에 변고가 있을 것을 미리 예견하였다는 기록이 삼국사기 등에 나오는데, 백제 의자왕 때 두꺼비 수만 마리가 나무 위에 모인 후 백제가 멸망하였으며, 신라 애장왕 때 두꺼비가 뱀을 잡아 먹고 그 해 왕이 시해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두꺼비는 흉측한 모습에 반하여 의로운 장수를 상징하기도 한다.
민간 설화에서 자기를 길러준 은인인 처녀가 지네에게 제물로 바쳐지자, 두꺼비는 은혜를 갚고자 지네와 싸워 지네를 죽이고 처녀를 구하고 자기도 죽었다는 설화로 두꺼비가 보은하는 동물이라는 것을 이야기 한다.
두꺼비는 독이 있는 동물로 한약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동의보감』에는, 이를 먹으면 열병에 걸리지 않고, 부종浮腫을 고치며, 태워서 기름을 개어 바르면 나쁜 창瘡에 효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두꺼비회는 미친개에 물렸을 때에 효과가 있고, 이를 태운 재를 어린이가 마시면 감충疳忠이 죽는다고 하였다. 이렇게 두꺼비 독은 벽사辟邪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 불교에서는 두꺼비가 불보佛寶를 수호하는 영물로 생각한다.
또 두꺼비는 비를 내리게 하는 영력이 있는 동물로 인식되어 가뭄 때 주술에 이용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중국의 남주 지방에서 선상船上 생활을 하는 소수 민족은 새로 결혼한 신랑 신부를 축하하는 의식을 8월 보름에 하는데, 이때 신랑 신부는 달궁전 입구를 통해 서왕모를 만나고, ‘두꺼비 궁전’이란 신방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만주 송화강 하류의 <고르지족>은 우리와 같이 솟대를 세운다. 이는 3개가 1조로서, 중간대의 꼭대기에 뱀·거북·두꺼비 형상을 만들어 신으로 모셔 얹는다고 한다.
그 외 두꺼비는 역사와 문학 속에서도 많이 나타나는데, ‘두껍전’‘섬동지전’그리고 ‘두꺼비아들’ ‘두꺼비 사위’ 이야기 등이 있다.
보통 두꺼비 이야기들은 못생긴 두꺼비의 모습에서 비롯된 귀천貴賤 사이에서 빚어지는 능멸과 갈등을 이야기 한 후, 못생긴 두꺼비가 어렵게 승리 한다는 것으로, 현실에서 불가능한 이상향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판소리 사설로 오섬가烏蟾歌가 있다.
이는 해를 대표하는 정령인 까마귀와 달을 대표하는 정령인 두꺼비를 대비시켜 사랑을 이야기 하였지만 그 뜻은 여색女色을 경계할 것과 아울러 수신제가修身齊家하라는 내용이다.
이렇게 두꺼비는 복과 재물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일어날 일을 미리 예견하는 영물로 여겨 왔다.
특히 세발 두꺼비는 복과 재물을 가져다주는 특별한 영물로 여겨 중국에서는 신령스러운 동물로 여긴다.
세발 두꺼비를 삼족섬三足蟾이라고 하는데, 입구만 있지 출구가 없다고 하여 돈을 벌어준다고 믿고 있어 차를 하는 차인들 사이에 가장 선호하는 차우茶友로 사용된다.
또한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아라”는 우리 속담은 단군의 큰 덕을 지니고 불의에 항거하는 의로운 장수 같은 사람이 될 아들을 낳아라는 의미로 바로 민중들이 바라는 이상향의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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