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짇날의 유래 및 풍속
음력으로 3월 3일을 삼짇날이라고 한다.
삼짇날은 고려시대에는 9대 속절俗節의 하나로, 한자어로는 삼중일三重日, 삼진일三辰日, 상사일上巳日, 상제上除, 원사일元巳日, 중삼일重三日, 답청절踏靑節, 계음일禊飮日 같은 이칭이 있다.
지금은 3이 겹치는 날이라고 하여 ‘삼겹살데이’라고 하는 우스꽝스러운 날이 되어 버렸다.
삼짇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라고도 하며, 삼질(삼짇날의 준말), 삼샛날 또는 여자의 날이라고 한다.
삼짇날을 여자의 날이라고 한 것은 바로 인류의 시작이 여자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으로 그 분들이 바로 마고와 궁희 소희 세분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삼신할머니를 기리는 날인 것이다.
삼신할머니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애기를 점지해 주는 신으로만 알고 있는 분이다.
그러나 <부도지> 기록에 의하면 삼신할머니는 바로 인류의 시작이고 창조의 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삼신할머니의 후손인 우리는 삼짇날이 되면 삼신할머니를 기리고 그 뜻을 받들어 모시는 제사를 드리고 하였다.
그러나 요즘은 삼신할머니가 누구인가를 알려고 하지도 않고 삼짇날이 가지는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네티즌들이 뽑은 무서운 귀신 ‘best five’에 삼신할머니가 귀신으로 뽑히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삼짇날에는 삼신으로부터 부여받은 명성정命性精에 감사하고, 인간의 본성인 선청후善淸厚를 악탁박惡濁薄으로부터 지키겠다고 삼신께 제사를 올리며 다짐을 하는 날이다.
소도에서 열리는 제천행사에 앞서 반드시 행하는 의식과 제사가 계불禊祓의식이다.
또 계불禊祓이 가지는 뜻도 역시 부정을 씻기 위하여 목욕재계를 하고 푸닥거리를 하는 것을 이야기 한다.
목욕재계의 유습, 즉 제사를 드리기 전에 목욕을 하는 계욕禊浴의식이 계불禊祓에서 비롯되었으며 이것이 후한서 기록의 근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계불禊祓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바로 우리가 큰 굿을 하기 전에 제물을 차려놓고 안반고사를 지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계불禊祓의식이 중국 <후한서/예의지>에 불계祓禊라고 부르고 있다. 불계란 삼짇날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묵은 때와 병을 씻어 크게 깨끗하게 해서 재앙을 물리치는 의식이라 한다.
이런 풍습을 이어 지금도 삼짇날이면 곳곳에서 도당굿이 펼쳐진다.
서울의 도당굿들은 보통 정월달에 펼쳐지는 것과 달리 봉화산과 삼각산에서는 삼짇날 제사를 드리는 것으로 봐서 삼신을 숭상하는 제사인 것은 틀림없을 것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동국세시기』를 보면 “진천鎭川 풍속에 3월 3일부터 4월 8일까지 여자들이 무당을 데리고 우담牛潭의 동서 용왕당 및 삼신당으로 가서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 행렬이 끊어지지 않고 사방의 여인들이 모두 와서 기원하므로 사람들이 보기에 시장을 이룬 것 같이 일 년 내내 들끓었다.”라고 한다.
『동국여지승람』에 제주도 풍속에 매년 봄철에 남녀들이 광양당廣壤堂, 차귀당遮歸堂으로 운집하여 주육을 갖추어 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하였다. 또 그곳에는 뱀, 독사, 지네 따위가 많으며 만일 회색의 뱀을 보면 차귀신이라 하여 금기하고 죽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풍습이 지금 중요문형문화재로 지정된 ‘칠머리당굿’으로 전해지지 않나 생각한다.
또 경북 고령, 문경에서는 ‘3월의 첫 뱀날이 발달하여 삼짇날이 되었다.’는 말이 전해진다. 월성에서는 쑥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그 해 뱀에게 물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선산과 달성에서는 흰나비를 보면 복을 입고 노랑나비를 보면 길吉한 일이 있으며, 약물을 먹으면 무병하고 집안의 보수 작업을 아무리 해도 무탈하다고 한다.
의성에서는 이날 뱀을 보면 “썩은 새끼”라 부르는 금기가 있고, 달성에서는 이날 뱀을 보면 운수가 길하다고 한다.
이렇게 유난히 뱀하고 관련된 풍습이 많은 것과 삼짇날을 다른 말로 상사일上巳日이라 부르는 것은 우리 민족이 뱀을 아이콘(icon)으로 한 민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짇날에 즐겨먹는 음식은 바로 화전花煎으로, 화전에는 두견화전杜鵑花煎(진달래꽃전) · 이화전梨花煎이 있으며, 쑥떡 · 송편 · 괴엽병槐葉餠 등이 있다.
또 흰떡을 하여 방울 모양으로 만들어 속에 팥을 넣고, 떡에다 다섯 가지 색깔을 들여, 다섯 개씩 이어 구슬을 꿰어 산떡饊餠(꼽장떡)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찹쌀과 송기와 쑥을 넣어서 떡을 하는데, 이것을 고리떡(環餠)이라고 한다.
『송사(宋史)』에 “고려에는 상사일上巳日의 쑥떡을 제일 맛있는 음식으로 친다.” 하였고, 동월董越의 『조선부朝鮮賦』에 “3월 3일에는 쑥잎을 따서 찹쌀가루에 섞어 쪄서 떡을 만드는데, 이것을 쑥떡이라 하였으며, 중국에는 없다고 하였다.
삼짇날은 떡만 먹는 것이 아니라 화면花麵도 함께 먹는다. 화면은 녹두가루를 반죽하여 익혀서 가늘게 썰어 오미자五味子 물에 꿀을 타고 잣을 넣어 먹는 것을 말한다.
더러는 진달래꽃을 따다가 녹두가루와 반죽하여 만들기도 하며, 붉은색으로 물을 들이고 꿀물로 만들기도 하는데, 이것을 ‘수면水麵’이라고 하여 제사에도 사용한다. 삼짇날을 맞아 각 가정에서는 여러 가지 술을 빚으니 소면주小麪酒, 두견주杜鵑酒, 송순주松荀酒, 과하주過夏酒가 유명하고, 관서지방에서는 감홍로甘紅露, 벽향주碧香酒와 해서지방의 이강주梨薑酒, 호남지방에서는 죽력고竹瀝膏, 계당주桂當酒, 호서지방의 노산춘魯山春, 서향로瑞香露가 유명하다. 그리고 사마주四馬酒는 넷째 오일午日에 거듭 빚은 술이므로 이렇게 부르는데, 이 술은 한 해가 지나도 변하지 않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리고 삼짇날 흰나비를 보면 그 해에 상복을 입게 된다고 하여 불길하며, 호랑나비나 노랑나비를 보면 그 해 운수가 좋다고 여긴다.
삼짇날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물이 흐르듯이 소담하고 아름답다고 하여 부녀자들은 다투어 머리를 감기도 한다. 삼짇날에는 동면하던 뱀도 나오는데 이날 뱀을 보면 좋지 않다고 해서 꺼린다. 이날 장을 담그면 맛이 좋고, 호박을 심으면 잘 되고, 약물을 마시면 연중무병하고, 평소에 하지 못하던 집안 수리를 해도 무탈하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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