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이야기

한양굿의 별성거리別星巨里

愚悟 2012. 6. 19. 12:00

 

한양굿의 별성거리別星巨里

 

난곡의 <무당내력>에서 제석거리 다음에 <별성거리別星巨里> 그림이 그려져 있다.

<무당내력>을 보면 거리마다 전물상을 따로 차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 지금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그림 상단에는 전물상이 둥근 소반으로 준비되어 있는데 앞줄에는 과일과 유과, 그리고 건어물 또는 전으로 보이는 제물과 뒤편에는 떡을 쌓아두고 갖은 꽃으로 장식하였다.

특이한 것은 떡 위에 사람 형상의 모양이 두 개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촛대 2개가 보이고 향로는 보이지 않으나 생략 된 것 같다.

그 아래 무녀의 그림이 있는데 흑색 전립을 쓰고 붉은 저고리와 녹색치마 그리고 그 위에 흑색쾌자를 입고 오른손엔 월도를 왼손에는 삼지창을 들고 전물상을 등지고 양손을 벌리고 춤추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좌우로 <별성거리>에 대한 설명을 한문으로 기록해 놓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단군의 시신인 고시례가 백성들에게 농사짓는 것을 가르쳤으므로 인민이 그 은혜를 잊지 못하여 단군을 청배할 때 이를 별성이라고 이른다. 근일에는 무녀가 최영장군을 청배할 때 사도세자를 배행한다고 하는데 이는 횡설수설이 매우 심한 것이다.

 

그러면 <무당내력>에서 기록한 별성은 지금의 별상과는 아주 다른 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난곡은 별성신의 기원을 처음으로 농사짓는 방법을 알려준 단군의 신하인 고시씨라는 것을 밝혔다.

고시씨는 신농의 조상이 되는 분으로 우리가 고시례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분에게 감사하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별성은 농경신인 고시씨를 모시는 거리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별성을 지금은 별상이라 하는데 높은 벼슬을 했던 인물을 모시는 거리라고 알고 있다. 또 천연두신을 <호구별상>이라고 하여 별상신은 역병을 관장하는 신으로 알고 그렇게 모신다.

그러나 <무당내력>에선 호구거리가 따로 그려져 있음으로 해서 별성거리는 역병신이 아님이 확실해 졌다.

난곡의 설명대로 단군시대의 농경과 곡식을 담당했던 신하인 고시씨가 별성신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만사도통주>란 주문을 보면 성광고시 대선관 인간복록 대곡신주문이 있다.

분명 고시씨를 별의 신으로 인간복록 즉 먹거리를 담당한 주곡신으로 모셔져 왔던 것 같다.

이렇게고시씨로 시작된 별성신은 세월이 흐르면서 백성을 다스리는 일을 행사한 큰 벼슬아치를 말하는 것으로 변하였다고 볼 수 있다.

 

별상노랫가락 중

 

양전별상 뵈오려하고 적먹허니 산에 올라

호염단신에 굽이굽이 돌아든이

설상에 매화진 꽃이 나뷔본듯이란 구절이 있다.

 

여기서 양전별상이란 왕과 왕비를 함께 일컫는 말이다.

또 별상거리에선 이 나라 이씨별상, 저 나라 홍씨별상이란 구절도 있다.

여기서 이 나라 이씨별상은 조선의 이성계를 말하는 것이고, 저 나라 홍씨별상은 명나라 시조 주원장을 말하는 것으로 주씨는 붉은 주자로 붉은 홍과 같은 의미가 되어 홍씨별상이라 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별상신은 처음에는 농사의 신인 고시씨에서 조선에 와서는 국가의 군왕을 별성신으로 모셨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군왕만 별상신으로 모셔지는 것이 아니라 사신도 별상이 되고 뒤주에 갇혀 비명횡사한 사도세자도 별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호구별상으로 잘못 인식되어 온 별성신을 지금부터 호구신과 분리하여 주곡신인 고시씨로부터 시작되어 조선시대에 임금이나 높은 벼슬아치를 일컫는 신이란 것을 바로 알고 모셔야겠다.

 

무속이 세월에 따라 많이 변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신명이 가진 본래의 뜻이 다르게 왜곡된 것은 우리가 바로 잡아 나가야 무속이 가지고 있는 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고 또 잃어버린 우리 역사를 복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무속은 미신이 아닌 우리민족의 전통종교라는 것을 확인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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