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석거리
난곡의 <무당내력>을 보면 <감응청배> 즉, 산바라기 다음으로 그린 그림이 <제석거리帝釋巨里>다.
그림 상단에는 전물상이 그려져 있고 전물상 앞줄에는 과일과 유과가 진설되어 있으며 두 번째 줄에는 술잔 혹은 청수 7잔, 마지막 세 번째 줄에는 떡이 바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뒤편에 꽃을 바쳤다. 그리고 촛대 2개가 좌우에 있으며 전물상 앞에 향로를 놓은 작은 상이 있다.
하단에는 무녀가 고깔을 쓰고 흰 장삼을 입고 우측 손에 방울을 좌측 손에 부채를 들고 양팔을 벌리고 신을 청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한자로 <帝釋巨里>라고 쓰여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단군을 일컫기를 삼신제석이라 하는데 고구려 산상왕이 아들이 없어 삼신에게 아들을 빌어 과연 귀자를 얻었다. 그런 까닭에 아들 낳기를 바라는 습속이 이루어졌다.」
또 「어린아이는 열 살 이내에 혹 위험한 곳에 있으면 삼신이 보호한다고 한다.」
위의 설명은 제석거리는 단군인 삼신을 모시는 굿거리며 자녀의 출산을 관장하는 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난곡’은 단군과 삼신을 혼동한 것 같다.
제석은 단군이 아니라 바로 삼신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삼신은 창조의 신으로 애기를 점지해 주는 우리 민족 최고의 신이다.
아기의 탄생은 無에서 有를 창조한 것이며, 창조는 곧 탄생이다. 탄생은 생산이며 생산은 농경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삼신을 제석으로 표현한 것은 불교의 영향으로 불교의 신 <帝釋天>에서 명칭을 따온 것이다. 불교의 제석천도 우리 민족의 최고 조상인 한국의 천제인 <석제임釋提壬>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桓國의 천제인 한인천제가 일곱 분으로 제석거리에서 술잔이 일곱 잔을 바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술을 바쳤을 때는 한인천제를 의미하지만, 옥수를 받쳤을 때는 바로 칠성님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러면 한인천제 일곱 분이 바로 칠성님으로 모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무속에서 ‘소놀음굿’이란 것이 있다. ‘양주별산소놀음굿’, ‘평산소놀음굿’ 등 칠성제석이라 부르는 굿거리에서 소가 꼭 등장한다.
농경사회에서 소가 생산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므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한다.
‘소놀음’ 굿을 살펴보면 하늘에서 칠성님이 내려와 농사를 짓는 방법과 소를 다루는 법 등을 알려주는 것으로 굿이 구성되어 있다.
우리 굿 속에서는 칠성과 제석, 즉, 심산과 칠성을 함께 모시고 받든다. 삼신과 칠성이 모두 생산과 풍요를 주관하는 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항아리에 햇곡식을 담아 모시는 단지인 <扶婁단지>다.
‘부루단지’를 <제석단지> <시준단지> <업항아리>라고도 한다. 이 단지는 단군의 아들인 ‘부루단군’으로부터 비롯되었기에 붙여진 이름으로 세월이 흐르면서 각 지방마다 불교의 영향을 받아 부르는 이름이 달라졌다고 본다.
제석거리에서는 ‘제석본풀이’라는 것이 구연된다. 이 본풀이를 다른 말로 ‘당금애기본풀이’라고도 한다. 이 본풀이에서 나오는 중은 본래 중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天神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당금애기>를 임신시키고 난 후 천상의 황금산이 집이라고 하면서 천상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서 ‘황금산’이란 의미를 살펴보면 ‘큰신’이라는 뜻의 <한ᄀᆞᆷ>이 구전과정에서 황금으로 전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당금애기>란 명칭을 살펴보면 <당>은 고구려에서 촌락이라 골짜기를 의미하는 <ᄃᆞᆫ>과 신을 의미하는 <ᄀᆞᆷ>의 결합인 것으로 보아 마을에서 모신 신을 <당금>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 <당금애기본풀이>는 천신인 남성과 지신인 여성이 결합을 하여 인간들에게 생산과 풍요를 가져다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설화가 바탕이 되어 천신인 남성과 지신인 여성이 결합하는 <단군설화>와 <주몽설화> 등 건국신화가 탄생하였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제석거리의 모습은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변형된 모습이다.
그리고 <제석거리>를 <칠성제석거리>라고도 한다.
이것 역시 칠성님께 명과 복을 기원하여 자손들의 번창을 기원하는 것으로, 제석이 가진 본래의 기능이 생산과 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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