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 나 무
<삼국유사>에 보면
“신라 14대 유리왕 때, 이서국의 침략을 받았는데, 난데없는 구원병이 나타나 승리로 이끌었다.
이 구원병들은 모두 대나무 잎 신인神印을 달았는데, 전투가 끝나자 모두 사라졌다.
유리왕이 아버지 미추왕 능 앞에 가보니 대나무 잎사귀만 소복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신라 신문왕이 ‘이현대’에 거동을 했다.
거북 같은 산 위에 솟은 한줄기 대나무가 낮에는 둘이 되고 밤에는 하나로 합해지는 신기한 대나무가 있었다. 용신인 문무대왕과 천신인 김유신 장군이 합심하여 나라를 번성시키니 나라를 지킬 수 있는 큰 보물을 내리라는 명을 받아 왔다는 용은 이 대나무를 잘라 피리를 만들어 주면서 이 피리를 불면 나라가 평안하고 번성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때 받은 대나무로 피리가 바로 신라 호국의 신물인 만파식적萬波息笛이다.
이 피리를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병도 물러가며, 가물 때 비가 오고, 비올 때는 개이며,
성난 파도는 잠잠해졌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상고시대의 피리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고 신물과 도량형으로 많이 등장한다.
무교의 창부신蒼扶神 역시 피리를 불고 있는 모습인데, 그 모습을 오해하여 노래하고 춤추는 신으로 여기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창부신이 불고 있는 피리 역시 만파식적의 원형이었을 것이다.
만파식적이 승화되어 범종의 음관(음통)이 되었다.
강릉 낙산의 관음굴에서 7일 기도 끝에 동해용으로부터 여의주를 얻고, 다시 7일 기도로 부처님 진신眞身을 보며 계시를 받았다.
부처님께서 손가락질한 곳에 쌍죽雙竹이 솟았고, 그 곳에 절을 지으라는 전설이『낙산사 창사연기創寺緣起』 쌍죽의 계시였다.
대나무는 무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목이고 신대이다.
하늘로 마디마디 솟아 하늘로 접근하는 주력과 생기, 신과 통신하는 교통수단으로 이해했다. 특히 남쪽지방의 무당들은 굿을 할 때 반드시 대나무를 신과 접신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또 무당 집 대문 앞에 천왕대라고 하여 대나무를 길게 세워두고 천을 메달아 두기도 한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지만 일본은 널리 퍼져있는 정초의 행사로 귀신을 쫓고 복을 받기 위해 첫새벽에 문 밖에서 대나무를 세워두거나 태웠다.
대나무는 불에 탈 때 속이 비웠기 때문에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탄다. 이 소리에 놀란 귀신들이 달아난다고 여겼으며 중국에서는 폭죽으로 변하였다.
불교에서 대나무 가지는 관세음보살의 자비의 상징이고 수행자의 경책 신호용으로 죽비를 사용한다.
● 소 나 무
지구상의 나무 가운데 버드나무가 제일 먼저 생겨났고, 다음이 소나무였다고 한다. 마을 수호의 동신·산신목山神木은 대개 소나무가 많다.
소나무 또한 잎이 바늘처럼 생겨 귀신이 접근을 못하는 신성한 나무라고 생각했다.
신성한 나무라 여기기 때문에 무당들이 신과 접신하거나 부정을 칠 때 소나무를 많이 사용한다. 즉, 소나무는 액막이와 정화의 나무이다.
동제 때 신당·술도가집·공동우물·마을 어귀에 금줄을 친다. 금줄에는 백지와 솔가지를 꿰어둔다.
솔잎은 바늘처럼 뾰족하므로 잡귀나 부정을 막아 제祭의 공간을 정화하고, 신성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또한 정월 대보름 전후에 솔가지를 문에 걸어놓고
동지에 팥죽을 쑤어 삼신, 성주신께 빌고 솔잎으로 팥죽을 사방에 뿌린다.
출산과 장독에 치는 금줄에도 숯·고추·솔가지·소지를 끼워 놓는다.
아기가 아프면 삼신할머니께 빌기 전에 정화수를 바가지에 떠서 솔잎으로 방안 네 귀퉁이에 뿌렸다. 이 의식은 황해도 굿에서 널리 행해지는데 바로 <천수치기>라고 한다.
이 <천수치기>는 부정한 것을 물리치고,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는 것으로 몽골과 티벳, 인도 등에서도 널리 행하여지고 있다.
물이 어름 생산되는 곳이 바로 북두칠성의 선기옥형이며, 이때의 물을 천일생수라고 한다. 그런 연유로 물을 신성한 것으로 여겼다. 물이 하늘로 올라가면 천상수고, 땅으로 내려오면 감로수가 된다.
사찰·무덤 주변에 소나무를 많이 심는다. 이 도래솔은 묘지 속의 영혼을 고이 잠재우고, 키 큰 도래솔을 타고 하늘 좋은 곳으로 가라는 의미이다.
소나무는 십장생의 하나로 도교에선 장생불사, 유교에선 의인·절개·지조를 나타낸다.
성주풀이의 성조신도 소나무이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심성이다.
● 버드나무
버드나무는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생겨난 나무라고 한다. 버드나무는 물가 어디서나 잘 자라고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버들잎은 칼날처럼 날카롭고 뾰족해 장군의 칼 같기에 벽사의 의미가 있다고 믿어 왔다.
옛날 학질에 걸리면 환자의 나이만큼 버들잎을 따서 편지봉투에 넣고 '유생원댁柳生員宅 입납入納'이라 써서 큰길에 버리면 그 봉투를 줍거나 밟은 사람이 대신 앓게 되어 병이 낫는다고 했다.
청명·한식에 버드나무를 깎아 불을 피워 각 관청에 나눠주었다.
재생·벽사의 버드나무로 불을 댕겨 사귀를 없애고 새봄을 맞이하려는 뜻이다.
수양버들은 섬세한 여인의 아름다움이다. 화류花柳의 여인이다. 사내들의 재생·살맛이다.
고구려 동명성왕의 어머니는 유화柳花였다.
김삿갓이 양반집 상가에서 지어 준 시詩가 “버들버들 떨다가 꼿꼿이 죽었다.”는 의미로 '유유화화柳柳花花'였다.
수양버들 늘어진 물가에 도깨비가 자주 나타나고 상喪당한 여인의 풀어헤친 머리가 연상되기에 울안에는 심지 않았다.
몽골에서는 버드나무를 신목으로 섬기고 있다.
불교에서는 대자대비 관세음보살 33 현신現身 중 제1위가 양류관음이다.
왼손을 왼쪽 가슴에 대고 오른손으로 버들가지를 들고 있다.
버들가지가 실바람에 나부끼듯 미천한 중생의 작은 소원에도 귀 기울려 듣는 보살의 자비실천의 의미이다.
관세음보살 정병속의 감로수를 버들가지로 중생들에게 뿌린다.
● 은 행 나 무
옛날부터 은행나무를 오리발나무라 했다.
오리는 하늘을 날고, 땅을 걸으며 물을 가르기에 삼계三界를 왕래하는 영물로 받들었다.
솟대 위의 새가 오리이다. 오리는 삼신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오리는 새 중의 새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리를 한자로 압鴨이라 한다. 새 조鳥 자 앞에 육십갑자의 첫 글자인 갑甲을 붙였다.
고구려의 주몽이 험한 홍수를 압마(鴨馬: 오리말)로 타고 넘었다고 한다. 오리가 앉은 솟대는 신성한 곳을 의미한다.
그래서 천지신명께 소원성취 제사를 모시거나, 불교의 각종 재을 모실 때는 은행 알은 반드시 제상에 올린다.
은행은 바로 오리를 의미하고 오리는 바로 삼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은행잎이 오리발처럼 생겼다. 신과의 매개체와 연결고리로 원시적 사고는 매우 합리적이다.
불교도 부처님의 손발이 오리 · 기러기발이라고 32상 80종 호에 나온다.
유교도 공자께서 은행나무 아래에서 제자들을 가르쳤기에 명륜당 · 향교에 은행나무를 심었다.
중국은 오리고기를 닭고기보다 우위로 여겼지만
우리나라는 "오리고기를 먹으면 바람기가 생긴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 민다." 하여 오리발은 속임수로 여겼다.
지금도 명분을 세워서 주는 금품을 오리발 이라한다.
천리를 이동하며 신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던 신성한 오리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용하게 된 것은 또 하나의 문화 침략이며 민족정신의 말살이라고 하겠다.
오리는 바로 우리가 모시는 삼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삼신은 바로 이 세상을 창조하신 창조의 신으로 우리 민족이 이 세상의 적손으로 바로 주인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