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상징성

호랑이 이야기

愚悟 2006. 2. 26. 15:50

 

신화와 우화 속에 살아 있는 <호랑이>

호랑이는 우리 우화에서 빠질 수 없는 동물이다. 옛날 할머니들의 구수한 이야기 속에는 반드시 호랑이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효자를 알아보는 영물로, 사람에게 은혜를 입고 그 은혜를 갚는 동물로, 그리고 사람으로 둔갑한 호랑이 이야기와 어리석은 호랑이이야기 등 수없이 많다.

우리가 신령스러운 동물로 생각하고 있는 호랑이를 놀리는 토끼 이야기나 물고기를 호랑이 꼬리는 잡는 이야기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 그리고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등은 대표적인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우화 속의 호랑이 말고 또 떠올리게 되는 것이 신령스러움으로 역사 속의 많은 영웅들의 보호자나 또는 창업의 조력자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 결과 호랑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산신령을 연상하게 된다. 무속신앙에서 비롯된 산신령 무신도에는 반드시 호랑이가 그려져 있다.

<삼국지>위지동이전에 “제호이위신祭虎以爲神 이란 말이 있듯이 예전에는 호랑이 자체를 산신령으로 모셔졌다. 이러한 풍속은 고려 초기까지 계속되었으나 도교가 유입되면서 호랑이가 차지하던 산신 자리는 사람의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호랑이는 산신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무신도의 공통점은 호랑이와 소나무 그리고 까치가 항상 함께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그림을 작호도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길조로, 소나무는 늘 푸른 기상으로 장수를 의미하며, 호랑이는 잡귀를 물리쳐 집안에 태평하고 높은 권세를 얻어 집안이 흥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좋은 일만 겹쳐라는 뜻으로 이 작호도가 그려졌으며 산신도의 대표적인 그림이 되었다.

또한 주술적인 의미가 있는 호랑이 그림은 용과 함께 문배로도 많이 그려졌는데 귀신을 쫓아낼 수 있는 벽사능력이 있다고 믿었기 매년 호랑이 달인 인월寅月에 많이 대문에 붙였다.

문배 속의 호랑이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곳이 바로 삼재부에 그려진 호랑이다. 삼재는 일반적으로 9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것으로 물, 바람, 비 등에 의하여 발생하는 자연재해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요즘은 험하고 나쁜 일을 당하는 것으로 풀이 하고 있다. 이렇게 삼재가 들면 정월 초 하루날 호랑이가 그려진 삼재부적을 대문에 붙여 그 해의 나쁜 액을 면하고자 하였다. 

정월에 첫 번째 호랑이날을 인일이라고 한다. 인일이 정월 초하루 전에 있으면 그 해 목화가 풍년이 든다고 하며, 이날 메주를 쑤면 장맛이 좋다고 한다. 또 이날 일을 하면 호랑이에게 해를 입는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호랑이는 12지신 중 하나로 진보, 모험, 독립, 투쟁 등의 속성을 갖고 있다. 삶에 대한 무한한 욕망을 갖는 현실적인 동물이다.

이러한 호랑이의 성격을 닮은 범띠생들은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관대하고 초지일관하는 성품을 지녔으며 나라의 관록을 먹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즉 권력 추구형이 많다고 할 수가 있다. 범띠생은 개띠와 말띠, 그리고 돼지띠와 잘 어울린다고 한다. 특히 호랑이와 말, 개와 관계는 의사전달이 원활하고 인간적인 면을 중시 한다고 한다. 또 호랑이의 진취적인 성향과 말과 개의 충직함이 서로 조화를 이뤄 적응력이 강하고 인간관계가 원만하다고 한다.

즉 호랑이띠의 단점을 개와 말띠 생이 보완하여 주므로 부부나 동반자로는 제격이라 할 수가 있다. 그리나 원숭이띠와는 절대 상극이므로 어떤 일이든 도모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동양 삼국 즉 한국, 중국, 일본의 민화에 나타나는 호랑이를 살펴봐도 그 민족의 성품을 알 수 있다. 일본의 호랑이는 발톱이 날카롭고 이빨이 두드러져 마치 악마의 화신처럼 그려진다. 중국의 호랑이는 우람한 체격에 무서운 눈과 털을 그려 넣어 인간을 잡아먹는 무서운 호랑이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네 호랑이는 본래의 강인함과 두려움 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고, 특유의 코믹한 모습과 눈빛 그리고 인간에게 순종하는 양순한 호랑이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그 유약한 모습의 호랑이 속에는 우리 민족의 해학과 특유의 강인함, 그리고 끈질긴 용맹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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