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속의 동물 <토끼>
토끼는 우리 민족에게 매우 친근한 동물로 호랑이 다음으로 우리 설화나 민담 속에 많이 나타나는 동물이다. 그 속에서 나타나는 토끼는 영리함과 나약함, 그리고 어리석음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동물로 나타난다.
우리가 제일 많이 알고 있는 <별주부> 이야기도 사실은 토끼의 지략을 나타내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본래 인도의 설화에 뿌리를 둔 불교설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 이 설화의 주인공은 토끼가 아닌 원숭이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토끼로 바뀌게 되었다.
토끼는 <별주부전> 외에도 인간을 비롯한 호랑이, 곰, 독수리 등 많은 동물들을 지략으로 속이는 설화 등이 있다.
우리민간 세시풍속에는 음력 첫 번째 묘일卯日을 토끼날이라고 하여 상묘일上卯日이라고도 부른다. 이날은 무병장수를 비는 날로 이날 새로 뽑은 실을 톳실兎絲 또는 명실이라고 하여 이 실을 차고 다니거나 옷을 해 입으면 수명이 길어지고 재앙을 물리친다고 믿었다. 그런 관계로 부녀자들은 이날만큼은 반드시 베틀에 앉아 조금씩이라도 베를 짰다.
또 이날 대문이나 사립문을 여자가 먼저 열면 안 되고 반드시 남자가 열어야 한다고 믿었다. 또 토끼날 머슴이나 하녀를 두게 되면 경망하고 방정맞은 사람을 두게 된다고 한다.
또 정초에 토끼날이 들었으면 그해 목화는 풍년이 든다고 한다.
또 <동국세시기>를 보면 지금의 종무식에 해당하는 납향臘享 즉 종묘에 마지막 제사를 드릴 때는 반드시 산토끼와 산돼지를 잡아 받쳤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토끼가 신성하고 깨끗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토끼 꿈은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져 길몽을 나타내지만, 임신 중 토끼고기를 먹으면 토끼눈처럼 빨갛게 되거나 언챙이가 된다는 등 부정적인 속설도 전해진다.
토끼는 십이지신 중 네 번째 동물로 달 속에서 계수나무 아래서 두꺼비와 방아를 찧는다고 전해져 오고 있다. 그 방아 속에는 불사약이 들어 있다고 한다. 중국 서왕모는 무병장생을 가져다주는 신으로 그의 옆에는 반드시 토끼가 함께 등장하기 때문이다.
동이의 주신 중 이예夷羿라는 활을 잘 쏘는 이가 있었다. 태양으로 변하여 인간을 괴롭히는 천제의 열 아들 중 하나만 남기도 활로 떨어뜨리라는 명을 받았으나, 활로 아홉 개의 태양 즉 천제 아들들을 명중시켜 모두 죽여 버렸다는 노여움 때문에 영원히 땅으로 추방당하게 되자 서왕모에게 찾아가 영원히 죽지 않는 볼로장생의 약을 구하였으나 그의 아내 상아가 혼자 그 약을 몰래 먹어버려 그 벌로 두꺼비로 변하여 달로 가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이런 이유로 두꺼비도 달을 비유하기도 하여 두꺼비 <섬蟾>자를 달 섬 자라고도 하며, 또 달을 섬궁蟾宮, 섬륜蟾輪, 섬백蟾魄 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달을 지칭하는 말로 두꺼비와 토끼를 상징하는 말로 섬토蟾兎라고 하는데 이 말은 달을 의미하는 말이다.
또 토끼의 한자 인 토兎자를 월月토로도 훈독하기도 한다.
그래서 달을 다른 말로 토월兎月, 토백兎魄 이라고 부리며 달그림자를 토영兎影이라 한다.
토끼가 달로 표현되듯이 해로 표현되는 동물이 까마귀다. 까마귀 중에서도 세발달린 까마귀 즉 삼족오三足烏다. 토오兎烏라는 말은 곧 달과 해를 나타내는 말이다.
토끼띠 생은 원만한 기풍과 자애로운 정을 지녀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호감을 받고 온화한 기질의 소유자이다. 또 이상주위자로 감수성이 뛰어나 예술적이 기질도 많으며 내성적이고 훌륭한 판단력과 학자적 기질이 있다. 자신의 생활의 침해를 굉장히 싫어하며 곤란한 문제는 개입을 꺼리며 무슨 일이든 속전속결로 해결하기를 좋아한다. 또 자기 꾀에 스스로 빠지는 우를 범하기 싶다. 즉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며 다툼에 빠지지 않으며 기회주의자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토끼띠 여자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가짐으로 좋은 인상을 준다.
도끼는 돼지띠, 양띠, 그리고 개띠와는 잘 어울려 부부나 동업자로 적격이다.
그러나 닭띠생과는 고잘 충돌하고 사사건건 시비가 붙으니 부부나 동업자 등으로 함께 해선 안 된다.
토끼는 번성과 풍요의 의미를 지니고 있고 우리민족의 심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일본강점기에 한반도의 그림을 토끼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은 우리 민족의 심성을 연약한 토끼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은 일본인들의 생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