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창 칼럼

아직도 이런 일이!

愚悟 2007. 1. 10. 17:41

정해년을 맞아 가까운 이웃이 굿을 한다기에 동참하기로 하였다.

동참하기로 한 목적이 함께 간 굿판 보다는 굿당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사람들의 굿을 보기 위해서다.

마침 그 굿당에는 내림굿을 한다는 방이 있어 양해를 구하고 그 굿판에 동참하였다.

굿을 주관하는 사람은 누구라고 하면 금방 알수 있는, 여러가지로 유명세를 탄 무당이었다.

10명 가까운  제자들을 대동하고 펼쳐진 그 굿판은  다른 방보다 훨씬 많은 제물을 차려져 보기도 많은 돈을 들여서 하는 굿 같았다.

그러나 제물과 들어 간 굿비용과 달리 굿의 내용은 내림굿이라기 보다는 제수굿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에전에 굿을 잠깐 본 일이 있어 대강 그 무당의 실력은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자세히 관찰하고자 굿 판에 참석하였지만, 역시 굿을 주관하는 무당의 기예는 명성에 걸맞지 않아 역시 실망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굿은 하나의 의식이다.

의식은 어떻든 간에 그 절차와 형식이 중요한데 그 무당은 굿의 의식과 절차를 갖추지 않는듯하였고, 굿 중간 중간에 별비를 뜯는 솜씨는 지금까지 보아 온 그 어떤 굿판보다 최고 실력이라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참관 한 굿거리에서 보통 50만원 이상의 별비를 한거리에 뜯어내는 것을 보고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것이 장군거리와 작두를 탈 때 나타났다.

그 무당의 신딸이면서 당주인 무당이 장군거리에 들어서서 하는 첫 마디가 금전 약속을 지키라는 것으로 한달의 기간이 너무 길으니 보름으로 줄여서 그 돈을 준비하여 바치라는 것이었다.

무슨 돈인지 영문은 알길 없으나, 굿청에 들어서자 마자 장군님을 핑계로 돈 이야기부터 하는 것은 그 순간 굿판에 참관한 모든 무당들이 순간 고개를 떨구는듯하였다.  

그리고 잘 돌지도 못하는 연풍을 몇번 돌고는 별비를 두번에 걸쳐 대략 한 60만원을 뜯어내고는 작두 위에 올랐다. 

작두 타는 솜씨 역시 연풍 도는 솜씨와 별반 다르지 않았으며, 작두 위에서 노는 시간보다 작두 예단을 묶은 자리 위에서 놀고 공수를 주고 오방기를 뽑히곤 하였다.

작두를 타는 순서와 절차는 다 무시하고 마음대로 타는 작두는 쌍작두와 외작두 두 번을 탔는데, 작두 위의 첫 공수가 나를 경악케 하였다.

 

"쌍작두는 200만원, 외작두는 100만원 인데 어떡할거야? 장군님이 노하신다. 당장 대령하렸다. "  

 

 내림굿을 받는 제자는 주변의 제자와 신선생에게 100만원 빌려 찔러주고, 다음에 나머지를 드리겠다고 한다.

또한 그 굿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최하 3,000만원은 넘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 필자의 간덩어리가 작아서 너무 적게 잡은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굿돈을 다 받지 않고 일부만 받고 굿을 한 것 같았으며, 장군거리 첫공수가 한 달은 너무 길고 보름 안에 가져오라는 것이 나머지 굿돈이라는 느낌을 그 무녀의 공수에서 알아 차렸다. 

필자가 무속칼럼을 쓴지 벌써 7년 가까이 되었고 인터넷이나 여러가지 정보 전달 수단의 발달로 이런 터무니 없는 굿이나 별비 뜯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런 광경을 직접 목격하고 나니 그 무당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몇년 전 사건으로 온 장안이 떠들썩하였고 무당 망신을 혼자 다 시키고 조용히 잠적한지 알았더니 아직도 건재하게 살아서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으니 과연 그 무당이 모신 신명은 진정한 신명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좋게 생각하면 그 많은 돈을 주고 굿을 하고, 별비를 그렇게 많이 써는 제가집이 있다는 것이 그 무당의 복이고 신의 권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무당들이 그런 광경을 보면 너무나 허탈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굿판에도 두 종류가 있다. 돈이 넘치는 굿판과 돈이 보이지 않는 굿판, 무당들은 누구나 돈이 넘쳐나는, 즉 별비가 많이 나오는 굿판을 좋아한다. 물론 그렇지 않는 무당들도 많이 있지만, 필자가 무당이라도 돈이 많이 나오는 굿판이 신이날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무교의 신명들은 전부 거지 신명들인가 묻고싶다.

 굿판만 벌어지면 부채를 펴고, 오방기를 펼쳐놓고, 손바닥을 내 밀고 돈을 달라고 하니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신명에서 돈 달라고 하지않을 것인데, 못된 인간의 욕심이 신들을 욕보이는 격이니, 그 업장을  다 어찌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뚜꺼비 등짝보다, 맛없이 뚜껍기만 한 귤 껍질보다 더 두꺼운 얼굴을 하고 마구 잡이로 건수를 잡아 별비를 뜯어대는 그 무당들의 탐욕이 안터깝기만 하다.   

그 굿판을 나오면서 자꾸만 작아지는 내 모습을 스스로 느꼈다.

대학에서 한달 강의 해봐야 그 무당 한거리 별비 밖에 되지않는 강의료와 보잘 것 없는 수익 때문에 만원짜리 한 장을 사용하기 전에 몇번 망설이는 필자로썬, 솔직히 부럽기도 하고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부끄럽기 까지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