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의 병굿
오랜 옛날부터 무교인들이 하는 많은 일 중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다.
<희남자 설산훈>에 보면 무醫師在女曰 巫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바로 ‘여의사가 있었는데 그녀를 무’라고 한다는 말이다.
이렇듯 예부터 무교는 천제를 지내는 일 외에도 많은 사람들을 병으로부터 구제하는 일도 도 맡아 하였다.
이것은 인간들을 괴롭히고 병들게 하는 것은 바로 귀신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각 지방마다 병굿을 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황해도 병굿에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제일먼저 예전에 가장 무서워했던 병으로 천연두가 있었다. 이 천연두를 물리치기 위하여 하는 <별상굿>을 들 수가 있다.
별상은 천연두가 걸렸을 때 얼굴이 곰보가 되는 것을 일컫는 말로 별상, 즉 천연두를 일으키는 병을 신으로 모셔서 잘 대접함으로서 천연두가 물러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북방 샤먼들의 악신을 모시는 관습과 같은 것으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말아 줄 것을 부탁하는 뜻으로 잘 모셔서 대접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정신병을 치료하는 굿으로 <허두굿> <도깨비굿> <화전굿>이 있었다.
<허두굿>과 <도깨비굿>은 동쪽에 뻗은 복숭아나무 가지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화전굿>은 움막을 짓고 그 속에 병자를 앉혀두고 솔방울을 볶아서 가루로 만든 것과 불방망이와 불침을 사용하며 굿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티로 인한 병굿으로 <태송굿>이 있다. 태송굿 또는 퇴송굿이라고도 하는데 태송굿이라고 할 때는 저승사자를 속여서 돌려보낸다는 뜻으로 태송紿送으로 봐야 한다.
태송굿은 아픈 환자가 죽었다는 것을 가정하고 광정을 메워놓고 달고소리(회다지소리)를 하는 ‘달고거리’과정이 아주 중요하다. 우리 조상들의 재치를 엿 볼 수 있는 굿으로 헛장을 치르면서 저승사자를 속인다는 것이다.
이 밖에 호랑이에게 죽음을 당한 조상의 탓으로 병을 얻었거나 풍파가 생기면 <호영산굿>을 하였다. <호영산굿>은 개를 잡아 개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굿을 하였다.
여기서 <화전굿>과 <태송굿>의 굿거리 순서를 정리해 본다.
화전굿의 순서
1.신청울림 2.산거리 3.부정거리 4.칠성거리 5.성주거리 6.영정거리 7.소대감거리 8.성수거리 9.타살거리 10.말명거리 11.대감거리 12. 화전거리 13.조상거리 14.뒷전
순으로 굿을 하였다.
화전굿에서 차리는 상은 만감흥상과 상산맞이상, 군웅상, 수비상, 조상상, 화전상, 신청울림상 뒷전상, 그리고 움막을 준비한다.
태송굿의 순서
1.신청울림 2.산거리 3.석함맞이 4.부정거리 5.칠성거리 6.성주거리 7.영정거리
8.소대감거리 9.성수거리 10.타살거리 11.대감거리 12.달고거리 13.조상거리 14.뒷전
순으로 이루어지며 상차림은 화전굿과 같으나 화전상이 세왕상으로 바뀌는 것만 다르다.
세왕상은 달고거리에서 사용하는데, 신장시루, 지신시루, 십전대왕시루, 삼색과일, 삼색나물, 향, 초2자루 정안수, 술3잔이다.
특히 달고거리에서는 사방 산에서 각각 3되쯤 되게 흙을 가져다가 화장실 앞에 파 놓은 광정의 네 방위에 각각 사방의 흙을 방위에 맞게 곱게 쌓아 둔다.
닭 또는 정업이(허수아비)에 병자의 손톱발톱 자른 것을 오색헝겁에 싸서 매달아 병자와 함께 광정에 뉘어놓고 그 위에 오방기를 덮은 다음 삼베를 씌우고 홑이불을 덮어 놓는다.
세왕상과 사자상을 차려놓고 가족들은 상복을 입고, 상정막대기를 짚고 병자의 발쪽에 늘어선다. 그리고 무당이 굿을 하면서 광정을 돌면서 달고소리를 내면 같이 후렴을 받거나 곡을 하면서 광정을 돈다. 즉 죽은 사람을 묻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이때 광정을 돌 때는 왼쪽으로 일곱 번 돈 후에 오른쪽으로 일골 번을 돈다. 그리고 가족들은 사방에 쌓아 둔 흙을 조금씩 집어서 병자위에 뿌린 후에 받는 소리를 하면서 상정막대기로 땅을 다지는 시늉을 하는데 이것은 묘를 다지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당의 공수가 병이 낫겠다는 공수가 나오면 병자를 데리고 집안으로 옮기고 대수대명으로 닭 또는 정업이를 광정 안에 넣어두고 흙을 덮어 광정을 메운다.
그러나 이런 굿들이 지금은 거의 사라질 지경에 이르렀다.
<화전굿>이나 <태송굿>을 연희할 무녀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굿들은 현대의학이 발달한 지금은 도저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굿이기에 더욱 보존가치가 절실하다.
무형문화재의 지정을 도당굿, 부군굿 등 사회적인 기능을 중시한 굿에만 한정하다 보니 진정으로 우리 조상들의 재치가 엿보이는 이런 중요한 굿들은 점점사라지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울 따름이다.
같거나 비슷한 도당굿과 부군굿만 무형문화재로 여기저기서 지정되고 있는 실정에서 개인굿이라고 무시하고 외면한다면 우리 조상들이 행해왔던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영원히 우리 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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