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3일 12시에 잠실 롯데월드 전통혼레장에 황해도의 큰만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민속학회 이재흥선생님이 주최한 <입춘맞이 황해도 큰굿 명인전 한마당>에서였다.
9살에 무당이 되어 13살 때부터 굿판을 쫓아다녀 올해 82세가 된 김황룡만신, 평산소놀음굿 보유자인 이선비 만신, 서해안풍어제 조교로 계신 김매물만신, 귀거리 하순애만신, 단학선만신, 그리고 영원한 총각박수 박인겸박수, 막내지만 굿의 기량인 뛰어난 김정숙만신 등 이 시대 황해도굿을 대표하는 만신들이 한자리에 모여 굿판을 펼쳤으니 건국이래 처음있는 일이며 앞으로도 이런 굿판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아주 드물고 의미가 깊은 굿판이었다.
특히 칠성거리의 거성춤과 토인성수거리 중 삼현장단 춤을 참가자 모두가 나와서 수십 년 간 갈고 닦은 제마다의 춤사위를 뽐내게 한 진행은 아주 특이하면서도 가치가 있는 시간들이었다.
거동이 불편하면서도 신복을 입고 굿청에 들어서면 언제 그랬냐는듯 신과 일치가 되는 모습은 정말 신명님을 모시고 평생을 살아오신 분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노구에도 불구하고 춤사위가 얼마나 부드럽고 유연하고 아름다운지, 젊은 만신들이 배우고 익혀야할 점이었다. 보통 황해도 굿이라고하면 힘이 넘치고 좀 거친면을 연상하게 하지만, 이날 노 만신들의 춤사위는 그런 점들과는 아주 거리가 멀었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차고 유연하면서도 당차고 절도있는 춤사위는 20년을 넘게 굿판을 다닌 나도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 다시 이렇게 큰 만신들의 춤사위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은 빈자리가 많이 눈에 띄는 객석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굿으로 한평생을 살아오신 일곱 분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굿을 배우고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멋진 자리를 마련해 주신 이재흥 선생님께 다시 한 번 노고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저마다 개성이 강한분들을 하나 둘도 아니고 일곱 분을 한자리에 모신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재주와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더욱이 공연을 위한 경비도 공동부담으로 하여다고 하니 이재흥선생님이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모두 70이 넘은 노구를 이끌고 인천에서 잠실까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서 멋진 굿판을 이끌어주신 모든 원로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오래 오래 사시기를 신령님께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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