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을 쳐내는 물 ‘천수’
물은 인간을 비롯한 만물의 근원이며 생명이다. 물이 없으면 지구상에 그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 인간들도 어머니 자궁이라는 물주머니 속에서 열 달 동안 살다가 밖으로 나온다.
이렇게 모든 생명의 근원인 물이 부정한 것을 씻어내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바로 무교에서 부정을 칠 때 여러 가지가 사용되지만 가장 원초적인 수단은 맑은 물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물을 생명수로 사용하다 부정한 것을 씻어내는 도구로 처음 사용한 분은 바로 마고삼신으로 <부도지> 제9장에 마고삼신께서 “마고대성을 보수하고 천수를 부어서 성 안을 청소하고” 란 구절이다.
지소씨들의 잘못으로 인간들이 미혹에 빠져 악행을 일삼자 대성에서 쫓아내고 더러워진 성을 물로 씻어내었다는 기록이다. 이렇게 하여 물은 생명수 이외 부정을 치는 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물을 이용하여 더러운 것을 씻어내고 있다.
이렇게 마고삼신이 물을 이용하여 더러움, 즉 부정을 치는 도구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기독교에서는 성수라는 이름으로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또 이 성수를 이용하여 악귀를 쫓고 있다.
불교 역시 사찰 입구마다 샘을 만들어 두고 출입 시 입을 헹구어 내어 부정한 것을 씻는 수단으로 물을 이용하고 있다.
또 몽골에서는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수단으로 물을 뿌리는 의식이 있으며, 새로 태어난 아기를 위하여도 물을 뿌린다. 또 티벳에서도 아기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밀교 승려에게 데려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기원을 부탁하는데 그때 밀교의 승려들이 아기의 이마에 물을 세 번 찍는 것으로 의식을 시작한다.
우리 황해도굿거리 중 칠성거리에서 ‘천수치기’라는 과정이 있다. 이 거리는 바로 마고삼신이 마고대성의 더러움을 물로 청소할 때와 같이 그날 굿을 청탁한 제가집의 모든 부정을 씻어내는 행위이다.
또 씻김굿도 망자의 시신을 물로 깨끗이 씻어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게 위에서 열거한 모든 행위들이 바로 마고삼신이 마고대성의 더러움을 물로 청소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가 있다.
또 우리 민간신앙에서도 할머니들이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다놓고 멀리 객지에 있는 자손들의 초복축사招福逐邪를 지극정성으로 기원하였다.
마고삼신 이후 물과 가장 관련이 있는 사람은 바로 2세 단군 ‘부루’이다.
부루는 용가龍加의 우두머리로 치수의 능력이 아주 뛰어났다. ‘부루’가 태자시절 순임금의 부탁으로 치수의 방법을 배우러 온 ‘우사공’(후에 우임금)에서 자신이 북극의 수정자 아들임을 내 세우며 물을 다스리는 법을 전수하였다.
하늘에는 북극이 바로 물의 창고라고 한다. 북극의 수정자가 물을 다스리는 자로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 북극에 있는 물을 천일 생수라고 한다. 이 천일생수를 북두칠성의 바가지가 밤마다 떠다가 지구로 내려 보내는 것이 이슬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렇게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을 천수라고 한다. 이 천수는 다시 땅에서 올라가면 천상수가 되는 것이고, 하늘에서 내려오면 감로수가 되는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금수강산이라고 한 것도 우리산천에서 나는 물의 맛과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바로 물의 근원이라는 북극성을 보좌하여 물을 다스리는 일을 맡은 북두칠성이 떠서 지는 방향에 우리나라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두칠성이 동북 간방에서 떠서 서남 곤방으로 진다. 북두칠성이 움직이는 길에 우리나라가 위치하고 있기에 감로수가 많이 생산되어 우리나라의 물맛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예부터 물을 보관할 때는 정원 그늘진 곳에 놓아두고 비단으로 덮어 밤이슬을 맞을 수 있게 하였다. 그러면 물의 영령한 기운이 흩어지지 않고 신기神氣가 항상 남아있어 변질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만약 나무나 돌로 누르고 종이나 죽순 껍질로 봉한 채 호된 햇살을 쏘이면 밖으로는 물의 신기가 닳아 없어지고, 안으로는 영령한 기운이 숨 쉬지 못하여 물의 신비로움이 없어진다고 하였다.
이 말을 요약하면 물을 보관할 때는 반드시 칠성의 기운을 받을 수 있게 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이유로 우물을 정井 모양으로 많이 만들었는데 이것은 우물에 칠성의 기운이 많이 내려 좋은 물이 되기를 기원하는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다.
북두칠성은 자정을 지나면 ‘선기옥형’이라고 하는 바가지모양이 땅을 향하여 마치 물을 붓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이 때 쏟아지는 칠성의 정기가 물을 비롯한 식물에 막대한 영향을 줌으로써 우리나라의 물과 농산물이 맛이 좋고 우수하고 한다.
이렇게 우리 민족은 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민족으로서 물에 얻기 위한 수단으로 자연의 이치에 거슬리지 않고 순행하면서 좋은 물을 얻고자 노력하였으며 그에 따른 적절한 의미와 이름을 붙여서 그 용도에 맞게 사용하여 왔다.
또 우리나라 다도의 스승으로 불리는 ‘초의선사’는 물이 가져야 할 여덟 가지 덕목으로 “가볍고, 맑고, 차고, 부드럽고, 아름답고, 냄새가 없고, 비위에 맞고, 탈이 없어야 한다.” 라고 했다.
물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과 정화력, 그리고 풍요의 근원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좋은 물은 약수라고 하였다. 좋은 물은 곧 약이라는 개념으로 약수신앙藥水信仰이 탄생하게 되었으며, 지금도 곳곳의 약수터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약수터의 공통점은 대부분 용龍과 관련된 이름을 가진 곳이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용왕이 바로 물을 다스리는 신이기 때문으로 용왕은 바로 2세 단군 ‘부루’이기도 하다.
조상들은 품천品泉이라고 하여 물맛의 우열을 가렸는데, 고려 말 이행은 우리나라에서 으뜸으로 치는 물은 충추의 달천수達川水를 최상으로 쳤고, 다음으로 한강의 우중수牛重水, 속리산의 삼타수三陀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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