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창 칼럼

신을 선택한 사람

愚悟 2009. 5. 17. 12:00

신을 선택한 사람

 

 

미국의 금융위기로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곤두박질쳤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역시 가파른 침제로 빠져 들어 여기저기서 죽겠다는 아우성 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특히 원화 가치 하락으로 환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여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폭등하였다. 언론이나 사람들은 이렇게 경제가 어려울 때 점집은 더욱 잘 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 사람들이 몰리는 점집은 재미로 보는 길거리 점집이나, 사주카페 정도다. 전통적인 점집인 무교인들의 집은 점사비용이 없어 경제가 좋을 때보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또 무교인들은 점사비용보다 굿이나 치성 등을 맡아야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어려우니 상담만 하고 정성은 좀처럼 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요즘 이야기다.

무교인들이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제물 구입 등은 제쳐두고라도, 굿을 맡게 되면 주변의 함께 일하는 무교인 중 최소한 3~4명은 경제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우니 굿이 많이 줄었다.

굿이 줄어드니 무교인들은 더욱 형편이 어려운 것 같다.

 

요즘 신당을 물린다는 무교인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신당을 물린다는 것은 무교인으로 더 이상 살지 않겠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한번 내림굿을 받고 신당을 차리면 죽기 전에는 신당을 물리지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 무교인으로 살기엔 너무 힘이 들고 앞이 보이지 않으니까 신당을 물리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옥석을 가리는 것으로 무교의 발전을 위하여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씁쓸한 생각이 든다.

무교인은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하는 것도 아니지만, 하기 싫다고 마음대로 접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구상의 모든 종교의 사제들은 본인의 의사에 의하여 신을 선택한다. 하지만 무교인들은 인간의 의사와 아무 관계없이 신이 일방적으로 선택한 인간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신이 선택한 사람은 하기 싫다고 울고불고 매달려보아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여도 신은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한번 신에게 선택된 인간은 죽기 전에는 무당이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무교인들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나 지금 많은 무교인들이 경제적인 수입이 안 된다고 신당을 물리고 무교인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내림굿이란 명목으로 거액을 챙긴 탐욕에 눈먼 일부 무교인들이 뿌려 논 불행의 씨앗들이다.

 

농부가 씨를 뿌릴 때는 좋은 씨앗을 정성껏 골라 뿌린다. 좋은 종자를 선택하는 것이 일 년 농사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탐욕에 눈먼 일부 무교인들이 조상굿만 하면 멀쩡할 사람들을 감언이설로 현혹시켜 내림굿을 시킨다. 신이 선택한 사람이니 피하면 더 불행해진다고 협박과 공갈로 신을 선택한 인간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가 지금 신당을 물리는 불행한 무교인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신당을 물리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현재 본인이 처한 상태에 대하여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본인 스스로다. 자신이 갈 길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으면 과감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고통을 주지 말고 거짓의 옷을 벗어야 한다. 더 이상 자신을 속이고,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고깔을 벗어버리고 평범한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바란다.

그 길만이 민족종교인 무교의 발전을 위하는 길이며, 무교인들의 자질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아울러 본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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