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문화원에서 초청장이 왔다.
5월27일 성산대교 밑에서 마포나룻굿을 한다는 것이다.
옛날부터 유명했던 마포나루터, 전차 종점으로도 유명했던 마포는 세월의 변화를 거부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변하였다.
예전에 마포강가에 늘어선 새우젖도가들과 선술집, 그리고 뱃사공과 잡부들
이들이 어울려 떠들썩하던 마포강가는 지금 자취도 찾아볼 수 없다.
마포의 새우젖은 그 당시 장안의 명물이었으며 마포나루에서 펼쳐지는 굿판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이런 역사적인 장소인 마포나루터에서 벌써 19년째 마포나루굿이 펼쳐지고 있다.
서울에 많은 도당굿이나 부군당굿이 있지만 마포나루터굿 역시 이들 못지않게 지역주민들의 참여의식이 높다.
언젠가는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계속 보존 전승되어야 할 의미있는 굿이다.
필자는 마포나룻굿 이 펼쳐지는 날짜가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기간이라 행사가 연기되었을 것이란 생각에 26일 저녁 마포문화원 홈페이지를 찾았다.
그러나 5월 27일 행사한다는 안내만 있지 국민장 관계로 연기되었다는 안내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퇴근 시간이 지난 뒤라 문화원은 전화를 받지 않아 더 이상 물어 볼 수가 없었다.
5월 27일 아침 9시 30분 집에서 마포로 출발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포문화원에 전화를 걸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애도의 기간이 끝나는, 국민장을 거행 한 후 그 다음날인 30일날 행사를 한다는 것이다.
5월 30일은 남한산성에서 다른 행사가 겹치게 되어 조금 난감하였지만 그래도 마포나룻굿을 참관하기로 마음 속으로 결정하였다.
5월 30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성산대교 밑을 찾았다.
도착시간은 10시 40분 경,
그러나 멀리서 봐도 행사장이 너무 썰렁하다.
아니 사람들이 이렇게 안왔다는 것인가? 날짜가 변경되어 미처 오지 못한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현사장에 도착해 보니 그곳에는 공연 준비가 한창 이었다.
이날 공연할 무교인들과 악사 최영근선생이 제물을 차리기 위하여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지금 시작할 시간인데 이제 제물을 차리면 언제 하겠다는 거냐?
혼자 중얼거리며 무대 중앙에 걸린 프랑카드를 쳐다 보았다.
프랑카드에는 5월 27일 10시라는 날짜와 시간을 알리는 곳에 천을 덧붙여 수정하였다.
5월 30일 오후 1시30분이라고
우찌 이런 일이
순간 마포문화원과 마포나룻굿 기능위원회의 무성의한 행정에 화가 치밀었다.
행사를 초청하기 위하여 초청장을 보냈으나 피치못할 사정으로 행사 일정이 변경되었다면 초청자 모두에게 다시 변경 날짜를 알려줄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제일 간단한 것은 바로 문화원 홈페이지에 날짜가 변경되었음을 알리는 안내글을 올리는 것일 것이다.
이런 간단한 방법 등으로 날짜와 시간이 변경되었음을 알려주었으면, 이런 기분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의 집은 송파구에 있다.
그러니 송파에서 가까운 남한산성 행사가 10시 301분부터니 일단 그곳을 들렸다가 시간을 맞춰 마포로 갔다면 아주 좋았을 그날의 스케줄을 마포문화원의 무성의한 행정으로 인하여 완전히 어굿나고 말았다.
물론 다시 전화로 명확하게 물어보지 않는 나의 잘못도 있지만, 그날 전화를 했을 때 날짜와 시간까지 변경되었다고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 문화원 직원들의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시 마포를 떠나 남한산성으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왠지 우롱당한 느낌이 드는 것이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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