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에서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이런 저런 이유가 많다.
그러나 정확하게 이야기 한 설이 없기에 복숭아와 관련되는 설화를 중심으로 적어 본다.
설화에 귀신을 쫓는 인물들 중 복숭아나무와 관련이 있는 신도神筡와 울루鬱壘가 있다.
신도神筡와 울루鬱壘는 동해의 도도산桃都山에 살았다.
도도산에는 삼천리나 뒤덮고 있는 큰 복숭아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 꼭대기에는 금계金鷄가 한 마리 있었다고 하는데, 금계는 태양이 솟아오를 때면 부상수扶桑樹에서 우는 옥계玉鷄가 우는 소리를 따라서 울었다고 한다.
금계의 울음소리가 퍼지면 신도와 울루는 복숭아나무 동북쪽 나뭇가지 사이에 있는 귀문鬼門에서 인간세상에서 돌아오는 귀신들을 조사하여 인간세상에서 나쁜 짓을 많이 한 귀신은 갈대 끈으로 꽁꽁 묶어 호랑이 밥으로 던져 주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섣달 그믐날 복숭아나무와 갈대 끈을 든 신도神筡와 울루鬱壘의 모습을 조각하거나 그린 그림을 대문 양쪽에 문배로 걸어두면 사악한 귀신을 막을 수 있다고 전한다.
신도神筡와 울루鬱壘는 후토의 신하였다고 한다.
귀신나라의 왕은 바로 후토后土이며, 후토는 황제를 보좌하는 신이라고 한다.
그리고 복숭아나무와 관련 있는 인물은 바로 천신天神으로 천제의 명을 받아 열 개의 태양 중 아홉 개를 활로 쏘아 떨어트린 동이의 조상 명궁 예羿와 관련되어 있다.
천제의 아들인 아홉 개의 태양을 화살로 쏘아 떨어뜨리고 그 후에도 인간을 해치는 온갖 괴물들을 죽여 사람들을 고통에서 구하였으나 천제의 아들인 아홉 개의 태양을 활로 쏘아 죽였다는 이유로 천제의 미움을 쌌다.
그 결과 인간을 위하여 많은 공을 세우고도 하늘나라로 올라가지 못한 명궁 예羿는 부인 항아마저 서왕모에게 얻어온 불사약을 몰래 혼자 먹고 달로 가버려 폐인이 되다시피 지내왔다.
그러나 그의 활 쏘는 실력만큼은 전혀 녹슬지 않고 여전히 천하의 명궁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때 예羿에게는 활쏘기를 배우는 제자가 한명 있었다. 그가 바로 봉몽逢蒙이었다.
그러나 봉몽은 스승 예羿가 살아있는 한 천하의 명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시기 하여 스승인 예를 활을 쏘아 죽이려고 많은 시도를 하였으나 활로써는 도저히 죽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 예羿가 술이 취한 틈을 타서 결국 복숭아나무 몽둥이로 때려죽이게 된다.
그리하여 그때부터 귀신들은 예羿가 맞아 죽은 복숭아나무를 무서워하는 것이라 한다.
복숭아나무 몽둥이는 바로 종규終葵를 떠 올리게 하는데 종규라는 두 글자의 발음이 합쳐지면 바로 추椎가 되며 바로 방망이를 뜻한다고 한다.
옛날 제나라 사람들이 이 복숭아나무 몽둥이를 종규라고 했으며, 바로 귀신을 잡을 때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교에서 굿상에 절대로 차리지 않는 복숭아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신전에 올라가있으니 어찌된 현상일까?
우리 신당이나 각처의 산신각에 모셔져 있는 산신山神 옆에는 반드시 동자와 동녀가 함께 서 있다.
동녀가 서있는 모습을 보면 반드시 쟁반에 복숭아를 담아 두 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팔선녀의 무신도를 보면 앞줄에 서 있는 선녀들이 복숭아 열매를 쟁반에 담아 들고 있으며, 그외 칠성을 비롯한 많은 무신도에서 복숭아 열매가 등장하고 있으니 어찌 설명할 것인가?
복숭아와 관련된 신인들의 설화가 한중일 3국에서는 전해지고 있다.
동이족 설화에는 신선 중에 도부신인桃符神人이란 신인이 있으며, 이 도부신인은 바로 동녀가 들고 있는 복숭아 속에서 태어날 선인이라고 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복숭아와 관련된 설화가 축제로 발전한 것이 있다.
바로 모모타로 축제로 강물에 떠내려 온 복숭아 속에서 태어나는 동자, 즉 신인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라고 한다.
또 중국 신화에 나오는 서왕모는 서역에 있는 곤륜산에서 복숭아밭을 일구었다고 한다.
복숭아 열매는 마고가 인간을 탄생시키는데 사용되는 열매였지만 중국에서는 서왕모의 열매로 기록하였으며 서왕모를 금모낭랑金母娘娘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황해도 만신들이 굿상에 바치는 많은 떡 중에 복숭아를 의미하는 천도天桃떡이 있다.
일명 천두天斗떡이라고도 부르지만 별 두斗와 복숭아 도桃를 같은 의미로 보는 것이다.
천도天桃는 신선들의 과일로 신선도神仙桃라고 부르기도 한다.
복숭아가 신선들 세상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것은 복숭아를 별과 같은 개념으로 보기 때문이며 그 별은 바로 북두칠성을 상징한다.
무가사설이나 설화 속에는 새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는 신기한 꽃들이 있다고 한다.
바리공주 설화에 속에 나오는 꽃은 죽은 생명을 살리는 ‘살살이 꽃’ ‘피살이 꽃’ ‘뼈살이 꽃’ 등 세 가지 상상화가 있다.
또 서천서역에서 얻을 수 있는 생명을 탄생시키는 꽃은 서리화 · 이화 · 도화 · 함박꽃 · 삿갓꽃 · 백모란 · 시모란 등이다.
그 외 설화 속에서 환생의 상징으로 나타나는 꽃은 연꽃 · 봉선화 · 복숭아 · 할미꽃 · 진달래 · 며느리밥풀꽃 등이 있다.
이렇게 탄생과 환생을 상징하는 꽃들 중 복숭아꽃이 포함되고 있다는 것은 복숭아는 하늘의 나무로, 꽃이나 열매로써 생명을 탄생시키는 신선도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복숭아나무는 신성한 나무로 여겼기에 귀신을 쫓는 기운이 있다고 믿었으며, 예로부터 미친병이나 귀신을 쫓을 때 많이 사용하여 왔다.
귀신을 쫓는 힘을 가졌다는 이유로 복숭아는 무교를 비롯한 모든 제사에 사용하지 않는 열매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일반 가정집 제사에는 복숭아 열매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4대 조상까지 제사를 드리며, 이들 조상들은 바로 귀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교에서도 복숭아 열매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벌써 산신 옆에 서 있는 동녀가 복숭아를 들고 있지만, 복숭아를 두려워 한다는 것은, 신들을 귀신으로 보는 것이다.
분명 무교의 신들은 귀신이 아니고 신명임에도 불구하고 복숭아 열매를 두려워하여 바치지 않는 것은 신명들을 모욕하는 행위이며, 또한 천상의 열매인 복숭아를 바치지 않으므로 불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무교인들은 지금도 아무른 근거도 없이 무조건 복숭아를 굿상이나 전안에 올리지 않는다.
그러기에 여기서도 무교인과 무속인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무교인은 천신을 모시는 무당을 말하며, 무속인은 조상귀신을 섬기는 무당을 이야기 한다.
그러면 신당이나 굿상에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 사람들은 천신을 모시지 않고 조상귀신을 모신 무속인 이라는 것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하겠다.
사람이 죽어서 120년이 지나야 귀신이란 명칭에서 벗어나 신계로 들어갈 수 있다고 조선시대 많은 학자들은 말하고 있으며 그기에 준하여 우리들은 행동해 왔다.
그러면 120년은 적어도 4대는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4대까지 제사를 모시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으며 그때까지는 조상이면서 귀신이 되는 것이다.
무속인들은 보통 아버지 아니면 할아버지 할머니 또는 형제자매가 장군이거나 도사님이거나 선녀 혹은 대신이라고들 하는데 보통 1대 아니면 2대 조상이 대부분이다.
당연히 이들은 그들이 말하는 장군, 도사, 선녀 등이 아니라 조상귀신인 것이다.
이렇게 무속인들은 조상귀신을 섬기고 있으니 그들이 모시는 조상이 쫓겨날까 하는 두려움에서 복숭아를 바치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무속인들은 조상귀신에게 포로가 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무교인 인가 무속인 인가를 구별하는 방법은 바로 복숭아를 전안에 바치는가에 따라 구분하면 되겠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그렇다면 무교인들은 괜히 복숭아를 두려워하지 말고, 스스로 천신을 모신 제자라고 생각한다면 당당하게 하늘의 열매인 복숭아를 전안이나 굿상에 차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상 상에는 차리면 안된다. 그 이유는 조상이 복숭아 때문에 오지 않으면 조상이 실리지 않아 조상거리를 하지 못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무교인과 무속인을 구분하는 좋은 잣대를 또 하나 발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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