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굿 영장치기와 황해도 태송굿
서울굿의 영장치기와 황해도 태송굿의 공통점은 아픈 환자의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병굿이라는 점이다.
의학이 발달된 요즘은 정말 보기 힘든 굿으로 곧 그 맥이 끊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안타까움만 가중 되는 귀중한 굿이다.
영장치기와 태송굿의 공통점은 아픈 사람이 죽은 것으로 가정하고 헛장을 치루는 의식을 나타내는 굿이다.
이 헛장은 환자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들을 속이는 행위로, 자신들이 데리러 온 사람이 이미 죽어 장례를 치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저승으로 그냥 돌아감으로써 환자의 병이 낫는다고 생각하는 조상들의 지혜와 재치가 담겨있는 굿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서울굿의 영장치기나 황해도 태송굿의 재차는 일반 병굿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다만 서울굿의 영장치기는 상가집이나 결혼식에서 음식을 먹고 난 뒤 중병을 얻어 아플 때, 소위 주당 맞았다고 할 때 영장치기를 한다.
영장치기는 환자를 대신하여 재웅을 만들고 산닭을 준비하여 환자대신 대수대명을 보내는 것이다.
영장치기는 환자의 집 뜰 안 한가운데 무덤을 대신할 구덩이를 3개 판다. 그리고 멍석을 깔고 그 멍석위에 환자를 눕혀 제웅을 가슴에 안게 한다.
보통 제웅은 사람 어린아이 정도 크기로 만든다. 이 제웅 속에는 환자의 머리카락과 손톱과 발톱을 깎아서 넣고, 환자의 나이 수대로 천원 권 지폐를 넣은 후 염을 할 때와 같이 짚으로 일곱 매듭을 묶어서 환자의 속옷을 입힌다.
그리고 흰 홑이불로 환자를 시체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어준다.
그리고 그 옆에 닭 한 마리를 놓는다. 이 닭에는 환자의 나이에 맞는 쌀알을 세어서 환자의 입에 물었다가 다시 닭을 먹인다. 닭의 날개 속에는 환자의 사주와 대수대명代壽代命이라고 쓴 한지를 날갯죽지 속으로 밀어 넣고 발을 묶는다.
여기서 어떤 이는 환자가 남자면 왼쪽 날갯죽지, 여자면 오른쪽 날갯죽지 속에 넣는다.
그리고 구덩이 앞에 백지를 깔고 밥 7무더기를 놓고 그 위에 돈을 꽂고, 밥 옆에 콩나물을 볶아서 놓는다. 그리고 막걸리 3잔을 부어 놓고 명태 3마리를 잔 위에 걸쳐 놓는다. 그리고 그 옆에 조밥을 놓는다.
준비가 끝나면 무녀가 환자의 머리 · 배 · 발 부분에 흙을 한 삽씩 떠서 얹는다. 이것은 환자가 사망하여 매장하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무녀가 환자 옆에 놓인 닭의 발목을 잡고 땅을 찧으며 환자 주위를 돌면서 달구질을 한다. 즉, 환자를 땅에 묻고 땅을 다지는 달구지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때 무녀는 환자의 생년월일과 성명 그리고 아픈 사유 등을 말하며 병을 걷어달라고 축원한다. 축원이 끝나면 이어서 두 번째 구덩이 속으로 환자를 눕히고 처음과 같이 다시 되풀이 한다.
두 번째 구덩이 속에서 매장 의식이 끝나면 세 번째 구덩이로 옮겨 똑같이 한다.
세 번의 매장의식이 끝이 나면, 무녀는 준비해 둔 조밥을 환자의 머리 위를 둘리고 조밥을 집어 던지며 억울하게 죽어간 잡귀들은 조밥을 먹고 물러가라는 내용의 축원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가지를 엎어놓고 왼발로 밟으며 깨트린다.
그러면 환자는 구덩이에서 발쪽으로 나오고, 무녀는 닭의 발목을 잡고 대문을 향하여 던진다. 이때 닭의 머리가 대문 밖으로 향하면 귀신은 잘 나간 것으로 여긴다.
마지막으로 구덩이 속의 홑이불을 걷어다가 집 밖에서 태우고 제웅과 닭은 집 밖 땅 속에 묻으면 영장치기는 끝이 난다.
서울굿의 영장치기 행태는 황해도 병굿인 태송굿의 달고거리와 너무 흡사하다.
황해도 달고거리는 먼저 사방의 산에서 각각 3되쯤 되는 흙을 가져다가 화장실 앞에 파 놓은 광정(구덩이)의 네 방위에 곱게 쌓아 놓는다.
닭 또는 정업이에 병자의 손톱, 발톱 머리카락 등을 잘라 오색천에 싸서 매달아 환자와 함께 광정에 뉘어 놓고 오방기로 덮은 다음 삼베를 씌우고 그 위에 홑이불을 덮는다.
광정 앞에 세왕상과 사자상을 차려놓고 가족들은 상주 복장을 하고 상정막대기를 짚고 환자의 발쪽에 선다.
무녀가 만수받이와 공수를 내린 다음 환자가 누워있는 광정을 돌면서 달고소리를 한다.
무당이 앞장서고 가족들은 뒤따르며 사방에 쌓아두었던 흙을 조금씩 광정 속으로 뿌린 후 무당을 따라 받는 소리를 하면서 상정 막대기로 땅을 다지는 시늉을 한다.
달고소리가 끝나면 무당은 언제부터 병이 낫는다고 공수를 주고, 환자를 집 안으로 옮기고 무녀는 대수대명 보내는 정업이와 닭을 광정 안에 넣어둔 채로 흙을 덮어 광정을 메운다.
그리고 조상거리와 뒷전을 하면서 굿을 마친다.
그러나 이렇게 저승사자를 속임으로써 환자의 병이 낫는다고 생각한 조상들의 재치가 담긴 영장치기와 태송굿은 거의 그 맥이 끊어지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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