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굿에서 제물준비 과정
한국의 대표적인 굿 중에 하나인 황해도 굿은 모두가 다 같은 굿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옹진굿, 해주굿, 연백굿, 개성굿 등으로 해안과 내륙, 즉 어촌과 농촌지방으로 나누어져서 굿이 조금씩 달랐다.
그 중에 농사철을 마치고 하는 철무리굿이라는 것이 있다.
이때 제물준비는 햇곡식 중에 상곡식과 최상품 목화를 따서, 칠성님과 세인님(삼신)에게 명과 복을 기원하기 위하여 바치는 다래천, 감흥신령님께 바치는 감흥천, 산신님께 바치는 천으로 굿하는 사람의 나이가 홀수일 때 산에 가서 바치고 불태우는 수래천, 무명 중간 중간의 씨줄을 1센티 정도씩 건너뛰어 짠 조상천 등을 짜서 바친다.
이렇게 다래천과 감흥천, 수래천, 조상천을 짜는 것은 이들 신들을 잘 모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천을 짤 때는 촘촘히 짜지 않고 듬성듬성 성글게 짜는데 예전에는 서른일곱 자를 짜서 바쳤다고 한다.
환쟁이는 굿하기 한 달 전쯤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노란색의 조상꽃, 남색의 군웅꽃, 형형색색의 만도산꽃, 다홍색의 감흥꽃, 도라지꽃 모양의 쟁비꽃, 함박꽃 모양의 흰제석꽃, 오색을 물들인 수팔련 등을 준비한다.
굿하기 전 마을아낙들은 모욕재계하고 굿청에 와서 수건을 머리에 쓰고, 앞치마를 두르고 말을 조심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굿 준비를 한다.
조라술은 깨끗한 우물 중 세 곳에서 물을 길어 큰 항아리에 빚는다.
조라술을 걸러서 감흥병주, 상산부군병주, 타살병주, 대감병주, 조상병주로 몫을 지어 제각기 솔잎으로 병 주둥이를 막아 보관해 두었다가 각 거리마다 사용한다.
떡은 시루떡, 인절미, 흰떡, 해와 달을 연상하는 해달떡, 하늘의 별을 상징하는 복숭아 모양의 천도떡, 꽃잎으로 멋을 부린 둥근 반대기 등을 만든다.
굿을 준비할 때 이웃이나 친척집에 상을 당해도 굿을 우선으로 준비하고 처신하였다.
이렇게 제물 준비가 끝이 나면 반드시 안반고사를 지냈다.
굿에 바쳐질 제물의 준비가 끝이 나면 봉당에 멍석을 깔고 떡판을 놓은 뒤 큰그릇에서 수북히 담아 복판과 네 귀퉁이에 쌓아 둔다. 조라술은 큰 양푼에 담아 국자를 띄워놓고, 비손 축원을 한다. 예전에는 떡을 빚던 할머니 중 비손을 잘하던 사람이 하였다.
00가중에 신사도문 만 영천 대령합니다.
만등신이 받으시고
술에 술탄 듯이 물에 물 탄 듯이
농사 잘되고 만사형통하게 도와주시고
가운데 봉峰은 金자 보물 봉이요
네 귀퉁이 노적은 농사지어 곡식봉이며 자손 부귀영화봉입니다.
모든 감흥신령님 잘 받으시고 도와 주세요
라고 비손으로 빌고 난 뒤 국자로 조라술을 떴다 쏟았다 하면서 “나라천 대주 오시오 명내 복내가 나는 술입니다.” 하며 주인을 불러서 술을 먹인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그 술을 한잔씩 나눠 마신 뒤 떡판 위에 쌓아 놓은 떡의 수를 헤아려 짝수 인지 홀수인지 맞추어 본다.
짝수가 되어야 모든 일이 잘되고 운수대통할 것이라 하여 좋아한다.
고사를 다 지내고 나면 수수깡으로 미리 만들어 둔 좁쌀반데기, 수수반데기, 입쌀반데기를 짚으로 만든 며꾸리라는 그릇에 가득 담아 지게에 지고 이웃집과 가가호호 방문하여 나누어 준다. 떡을 나누어 주면서 “누구 집 굿 구경하러 오세요.” 라고 하면서 굿하는 것을 알린다.
그러면 굿하는 저녁에 동네 사람들이 각자 녹두청포묵이며 감주, 쌀 그리고 각종 제물을 비롯하여 그날 먹을 음식도 한 가지씩 해가지고 와서 밤새 굿 구경을 하면서 음식을 함께 나눠 먹었다. 이러한 풍습은 품앗이로 이루어졌기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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