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접과 생산의 날 칠월칠석
우리 조상들은 양수인 홀수 날이 겹칠 때는 길일이라 하여 그냥 넘어가지를 않고 그날을 상징하는 신께 제사를 드리고 민속놀이를 즐기면서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곤 하였다.
1월 1일이 그렇고, 지금은 시들해져버린 3월 3일인 삼짇날, 강릉단오제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5월 5일인 단오날, 그리고 7월 7일인 칠석날이다.
칠석날 다음은 9월 9일로 구구절이라고 북한과 중국에선 대대적으로 놀이를 즐기지만 우리는 사찰에서만 중양절이라고 하여 객사 조상들을 천도하는 날로 알고 있다.
그러나 9월 9일 중양절은 산신님 탄생일 이다.
또 조선시대 땐 치우천왕에게 제사를 드리는 날이기도 하였다.
이 제사를 둑제纛祭라고 하는데 다른 제사와 달리 무관이 제관이 되며 임금이 참여한다고 한다.
삼짇날이나 칠월칠석날은 다른 날보다 더욱 민족의 정체성을 되살릴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날이다. 특히 무교에선 아주 중요한 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겨우 무교단체 또는 재야에서 칠석제를 지내거나, 사찰에 가서 복을 기원하는 불공을 드리는 날이 되어버렸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칠월칠석날은 불교와는 아무른 상관이 없는 날이다.
칠석날은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번 은하수를 건너 만나는 뜻 깊은 날로 바로 직녀성의 날이기도 하다.
연인이지만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는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1년에 단 하루, 음력 7월7일 칠석七夕에 오작교烏鵲橋 다리에서 만난다는 이야기다.
천문학에서 견우牽牛와 직녀라는 두 별자리가 북극성을 중심으로 정반대 위치에 떨어진 채 하늘을 회전하다가 칠월칠일에 합쳐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견우는 독수리별자리를 구성하는 알타이어(Altair) 별이며, 직녀는 거문고별자리의 베가(Wega) 별을 지칭한다.
‘베가’는 직녀로 여성을 상징하는 세 별이며, 또 ‘베가’는 삼(베)을 짜는 집이란 뜻이니 ‘직녀’ 즉, 삼신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태백일사/삼신오제본기>에서는 인류의 조상이라고 일컫는‘나반’이‘아만’을 만나기 위하여 하늘의 강, 즉 은하수를 건너는 날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하늘의 은하수는 천해天海라고도 하였으며, 이것이 지금의 북해北海라고 하였다.
또한 천도天道, 즉 하늘의 도는 북극에서 일어난다. 고로 천일天一의 물이 나온다. 이를 북극수라 하며 북극은 수정자水精子가 기거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하늘에서 ‘수정’은 남방주작 칠 수에 속한 첫 별자리인 ‘정수精宿’를 말한다.
정수는 우물 정井자 모양의 별자리며 흔히 동쪽 우물이란 뜻으로 동정東井이라고 하였고 남자들의 첫 경험에서 얻어지는 사정을 ‘동정’이란 말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여기서 보면 천일의 물, 즉 천일 생수와 수정자 등 물과 관련된 말이 많이 나온다.
이것은 물이 바로 생명의 근본으로 생명은 생산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여성은 자궁은 새 생명을 잉태하는 곳으로 생산을 담당하는 곳이며 모두 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여성들이 일 년에 한번 칠석날 깊은 우물을 청소하고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칠석날은 여성들의 날로 칠석제는 유일하게 여성들이 제관이 되어 지낸다.
칠석제의 제물도 양을 상징하는 남성의 성기의 형상인 오이, 가지, 호박, 당근 등을 바치기도 한다.
이런 이치를 모르고 일부 무속인들은 오이나 당근을 칼로 마구 치면서 귀신을 쫓고 있으니 한심할 노릇이다.
칠석날은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번 만나는 날로 이 날 하늘에서 음양의 교접이 이루어져야 땅에서 자라는 모든 식물도 열매를 맺고 맛이 든다.
칠석날이 지나야 땅에서 자라는 농작물 즉, 벼가 이삭을 맺어 여물어 가고, 모든 과일은 맛이 들어 그 과일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생산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칠월칠석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바로 중용이라 할 수 있다.
칠석날은 양의 기운이 극에 달한 5월5일 단오와 달리 양과 음의 기운이 같은 시기라고 한다.
조상들은 음과 양의 기운이 같은 날인 칠석날을 왕이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최고의 가치와 기본으로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가르침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 바로 임금의 용상 뒤편에 항상 자리 잡고 있는 일월오악도日月五嶽圖다. 일월오악도는 임금의 위상과 왕실의 번영을 기원을 의미하는 그림이라고 학자들은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일월오악도는 바로 칠석날 해와 달이 동시에 떠있는 우주 자연의 현상을 나타낸 그림이다. 즉, 해와 달은 양과 음을 대표하는데,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다는 것은 바로 양과 음의 기운이 같다는 것을 나타내고 그 아래 그려진 오악은 바로 팔도강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일월오악도는 임금이 나라를 다스릴 때 음양의 기운이 똑같듯 불편부당함이 없이 공평하게 나라를 다스리라는 교훈이 담긴 것으로, 임금이 정사를 볼 때 항상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그림인 폭포와 사슴 등 그림은 임금의 위상과 장수 등을 나타낸다고 해석하면 되겠다.
그러나 천문을 모르고 칠석날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요즘 사람들은 이 일월오악도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다.
즉 칠월칠석은 생산을 할 수 있는 여성들의 날이며, 생산의 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대한민국은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에 머물려 있으니 칠석날을 여인의 날, 사랑의 날로 선포하여 아기를 많이 낳게 하는 것도 칠석날이 가지는 의미에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칠월칠석은 민족의 전통음식인 떡을 먹으며 사랑을 나누는 날이 되었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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