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교인과 함께한 민족의 시원지 바이칼 호수
6박7일 바이칼 기도 여행이 드디어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대한항공편으로 바이칼의 관문인 ‘이루크츠크’로 출발하였다.
2017년 몽골 ‘홉스굴’을 다녀온 뒤 시작한 바이칼 여행계, 계원들과 늦게 합류한 5명 모두 총 25명이 1년 만에 다시 뭉쳐 민족의 시원지라 일컫는 바이칼 호수를 향했다.
낯익은 ‘이루크츠크’ 공항에 도착하니 러시아 가이드가 대기 중이다.
2년 전 바이칼 여행 시 가이드를 한 아가씨로 ‘이루크츠크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다. 그 당시 가이드로 불합격이란 느낌이 있어 순간 실망하였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특히 전형적인 슬라부족 여인들은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이 세기 때문에 서비스업에는 맞지 않는다.
첫째 날은 곧장 숙소에 도착하여 내일을 위한 휴식에 들어갔다.
이튿날 오전 10시 바이칼 호수로 우리를 데려달 줄 버스가 도착하고 일행들은 모두 버스에 올랐다. 이루크츠크에서 바이칼 호수 선착장까지는 약 4시간이 소요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광은 몽골을 연상케 한다. 하긴 이곳도 몽골의 일부분이었으니 새삼 이상할 것도 없다.
가는 도중 부랴트 현지 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식사는 스프와 빵 그리고 찐 만두였다. 가이드가 만두 속의 육즙을 주스라고 표현하는 바람에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바이칼 호수 선착장에 도착했다. 2년 전에 비해 별반 변한 것이 없다. 다만 중국 관광객이 엄청 많이 늘어났다. 그 당시는 관광버스를 배에 싣고 ‘알혼섬’으로 들어갔지만 지금은 소형 승용차 외에는 못 들어간단다. 알혼섬에서는 그곳에서 운영하는 봉고차 택시만 이용할 수 있게 바뀌었다.
그리고 바지선 직원들이 중국 관광객들의 무질서는 극에 달해 선착장의 직원들이 굉장히 예민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제일 앞에 줄을 섰지만 중국관광객들의 인해전술에 바지선 직원들도 속수무책 우린 계속 밀려 배를 타지 못했다.
그 와중에 가이드를 비롯한 몇사람은 배를 타고 건너가는 바람에 가이드가 없는 우리는 배를 태워주지 않는다고 하여 난감함에 항의를 하였다.
러시아인들은 중국인과 한국인을 구분할 수 없었기에 한국 사람도 중국인으로 오해 받고 있었다.
중국 관광객들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인해전술 때문에 배를 딸 때 선착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중국인들은 질서와 염치를 집에다 두고 여행을 떠나는 모양이다. 세계 곳곳 관광지에서 버스나 배 등을 승하차 할 때 보여주는 중국인들의 태도는 우리네 60년대 수준으로 외국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있다면 안전을 위해 일찍 포기해야 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알혼섬 숙소에 짐을 풀고 식당으로 이동 후 러시아식 저녁을 먹었다.
거친 빵과 감자와 소고기를 넣어 끊인 스프, 그리고 샐러드 등 일행들은 별로 입맛에 맞지 않는 듯 하였다. 그러나 컵라면이 있으니 걱정 없다는 표정들이다.
그리고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이틀간 진행된 부르칸 바위에서 기도, 부르칸 바위는 일명 샤먼바위로도 불린다. 몽골의 징기스칸이 신령스러운 바위라 하여 매년 제사를 드리는 곳으로 부랴트 샤먼들의 성지로 격년으로 샤머니즘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부르칸 바위 입구에 세워져 있는 세르게, 하늘의 기운을 받아 부르칸 바위로 이어지는 듯 한 13개의 하늘기둥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13개는 일 년을 의미한다. 서양은 황도 12궁으로 일 년이 12개월이지만 우리 민족을 비롯한 북방샤먼 또 아메리카 인디언과 남미의 잉카 등등에서는 황도 13궁으로 일 년은 13개월이다.
또 이 기둥은 열세 분의 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 무속의 서낭당과 같은 의미를 지녔다고 보면 된다.
부랴트 샤먼을 비롯한 전 세계 샤먼들이 바이칼 호수 부르칸 바위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하늘기둥 세르게에 인사를 한 후 예단인 하닥을 바치고 술을 뿌리는 것이다.
우리 일행은 무속인 12명 일반인 13명이었지만 샤먼바위 바로 앞이나 세르게 밑에서 자리를 잡고 깊은 명상에 들어갔다. 무교인들은 신도들의 행운과 건강을, 일반인들은 민족의 번영과 평화통일 그리고 인류의 화합과 신의 축복을 기원하였다.
영롱한 북두칠성이 금방이라도 내려 올 것 같은 곳, 손을 뻗으면 손에 잡힐 듯 한 북두칠성과 삼태성 등 바이칼호수의 밤하늘은 한국에서 본 하늘과 다른 신비로움이라 할 수 있었다.
이틀 날 알혼섬 관광길에 나섰다. 알혼섬 면적은 730㎦로 세계 호수 섬 중 4번째로 큰 섬이다. 첫 번째 도착지는 모래언덕, 예전에 죄인들을 수용했다는 곳이다. 호수 변에 모래는 해변 못지않게 깨끗하고 고왔다. 모두 호수에 발을 담그고 사진 촬영을 위한 공중부양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어서 사막이라 할 수 있는 모랫길을 건너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하보이곶이다.
알혼섬의 두 번째 샤먼성지 하보이곶은 늑대이빨이란 뜻이다. 바위모습이 늑대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베리아 샤먼들은 가장 위대하고 힘이 센 신을 늑대로 표현한다.
부르칸바위가 소신령(素神靈)이 강림하는 곳이라면 하보이곶은 육신령(肉神靈)이 강림하는 곳이다.
몽골을 비롯한 북방 샤먼들은 화이트샤먼(White Shaman)과 불랙샤먼(Black Shanan)으로 구분을 한다. 화이트 샤먼은 소신명을 모신 샤먼으로 기복과 치병 등을 담당하고 불랙샤먼은 육신명으로 전쟁과 악귀퇴치 등을 담당하는 샤먼이다.
그리고 점심시간, 알혼섬은 마을을 벗어나면 식당이 없다. 그러니 하보이곶 역시 식당이 없기에 봉고차 운전기사들이 점심준비를 한다니 재미있는 식사가 될 것 같았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만들어 준 스프와 빵 그리고 꽁치 통조림국,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투덜대어 봐야 별 도리가 없다. 여기서 유일한 식사는 이것뿐이니까. 식사 후 민족회의 김영기 의장이 어제 부르칸 바위에서 ‘통일기원제’를 지내고 가지고 온 수박을 후식으로 먹으니 입안이 개운한 것이 모두 행복해 하며 위안을 삼았다.
이어진 바이칼 호수에서 수영, 수영이라기보다 몸 담그기가 맞다. 바이칼 호수에 손을 씻으면 1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하니 몸을 담그면 최하 30년은 건강하게 더 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바이칼 호수에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용감한 여성 장윤선 박사를 시작으로 남자들도 차례로 뛰어들었다. 생각보다 물이 차지 않았다. 또 강변의 경사가 완만하여 물놀이에는 딱 좋은 환경이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한 행복함과 민족의 시원지 바이칼호수의 품에 안겼다는 감격스러움이 동시에 교차하는 감정은 글로써 형용하기 힘들지만 나의 영혼과 육체가 정화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어 무천문화연구소에서 준비한 특별한 이벤트로 유람선을 타고 여유롭게 바이칼 호수를 즐기는 시간이었지만, 가이드의 이해부족으로 보트를 타고 바이칼 호수를 달리게 되었다. 시원하게 30분 정도 달리니 갈매기 섬에 도착했다. 잠시 머무는 시간동안 무교인들은 방울 부채를 들고 기도에 전념하고 일반인들은 갈매기에게 빵조각을 주는 재미에 빠졌다.
까만 갈매기와 흰 갈매기가 가득한 작은 섬, 끝없이 넓은 호수를 날아다니며 지친 날개를 잠시 쉴 수 있는 휴식처인 듯 하다. 바이칼 호수에는 작은 섬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섬 아래에는 동굴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호수가 얼기 전에는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겨울에 바이칼을 방문하여 동굴 속으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다.
4일째 알혼섬에서 나와 이루크츠크 시내 관광,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에 들러 내일 아르샨공원에서 합동 천제를 지낼 재물을 준비하고 각자 선물들을 구입하였다. 그리고 우리네 대학로를 연상케 하는 거리에서 저녁식사, 그리고 거리 악사에 맞춰 한바탕 춤을 춘 일행들 백야로 길어진 낮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며 즐거운 시내 관광을 마쳤다.
5일째 찾아간 곳, 우리네 산신과 똑같은 산신을 모시고 주변에 곰 동상이 있는 공원, ‘아르샨공원’ 일명 단군공원이다.
<단군세기>에 마지막 47세 단군 고열가가 조선을 폐관하고 산에 들어가 신선이 되었다는 기록에서 비롯된 산신, 어떻게 부랴트공화국 공원에 산신이 모셔져 있을까?
부랴트인과 한국인의 DNA가 몽골 등 다른 국가의 사람보다 가깝다는 사실이 산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아르샨공원에서의 천제,
고서희 선생과 서유정 선생이 즉석에서 마련한 상에 미리 준비한 제물을 정성스럽게 받치니 모든 준비가 끝났다. 먼 곳에서 이 신성한 곳까지 왔으니 누군들 제일 먼저 축원을 드리고 싶지 않겠느냐 만은 서로들 양보를 한 후 대구의 안현희 선생이 가장 먼저 축원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서유정 회장, 고서희 선생 순으로 축원을 하고 굿을 한 거리씩 하였다. 축원 도중에 러시아인 및 현지인들이 공수를 받겠다고 보채는 바람에 핫바탕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아르샨 단군공윈에서 천제와 산 위 폭포에서 기도로 하루를 보냈다.
6일째 마지막 날은 바이칼 호수 주변을 달리는 관광열차, 일명 환바이칼 열차를 타고 관광하는 날이다. 기차를 8시간을 타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먹거리를 단체로 많이 준비했다. 기차여행의 필수 음식인 삶은 계란을 준비하기 위한 호텔방에서 계란 60개를 삶은 서유정 회장, 어제 저녁 한국식당에서 미리 준비해 온 밥에 김 가루를 넣고 주먹밥을 만든 고서희 선생, 환바이칼 기차 운행사상 주먹밥과 삶은 계란을 준비한 관광객은 처음일 것이다.
출발시간이 빨라 호텔에서 식사를 제대로 못한 분들이 많았기에 기차를 타자마자 준비하기 시작하여 삶은 계란 2개와 주먹밥 한 덩어리씩 배분하였더니 모두들 너무 맛있어 하고 행복해 했다. 환바이칼 열차는 생각보다 환상적인 기차여행은 아닌 듯 하다. 오후 시간이 되니 모두 피곤한 듯 잠을 자는 잠바이칼여행이 되었다.
저녁 8시에 러시아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공항으로 출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밤 12시에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깰 때는 인천공항이었다. 25명의 안전을 책임지느라 무지 피곤했나보다. 여행기간 중 불편한 점과 가이드의 부족함도 많았지만 불평불만없이 저를 잘 따라주신 덕분에 아무 사고 없이 즐겁고 행복한 기도 여행 마치게 되었습니다.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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