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이야기

굿에서 사용하는 돼지의 의미

愚悟 2024. 5. 21. 12:54

굿에서 사용하는 돼지의 의미

 

 

굿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희생양은 바로 소와 돼지다.

이렇게 소와 돼지가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풍습이기 때문이다.

소는 하늘에 바치는 재물이라고 한다.

하늘에 소를 바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뿔이 있기 때문으로, 양도 뿔이 있기 때문에 하늘에 바치는 희생양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를 파자하면 뿔’+ ’+ 로 구성되어 있다. 하늘의 노여움을 풀기 위하여 뿔이 달린 소를 바쳤다는 것을 말해준다.

동두칠성 또는 동방창룡칠수로 부르는 일곱별인 각항저방심미기角亢氐房心尾箕의 첫 번째 별이 바로 각수이다. 이 각수에게 바치는 재물이 바로 뿔이라는 설 도 있다. 예전에는 동물의 뿔로 술잔을 만들어 칠성에게 바쳤는데 소와 양의 뿔로써 술잔을 만들기 위해서 희생되는 첫 번째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돼지는 하늘에 올리는 재물이기 보다 지신에게 올리는 재물로 알려져 있다. 그 까닭은 돼지가 지니는 다산성으로 다산은 풍요로움을 뜻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소수민족 중 묘족苗族이 있다. 이 묘족들은 지금도 치우천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고 있다. 이 묘족들은 매년 고사절鼓社節이라는 제사를 지내는데 한족들을 피하여 서쪽으로 이동할 때 목고木鼓를 울리면서 행동을 통일하는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조상님께 풍년을 기원하거나 풍년이 들어 감사하다는 의미로 올리는 제사가 되었다. 이 고사절에는 반드시 돼지를 잡는다.

 

이때 잡는 돼지는 반드시 검은 수퇘지를 목을 따서 잡는다고 한다. 또 잡은 돼지의 털은 불로 태웠으나 요즘은 시늉만 하고 만다. 그리고 먼저 돼지머리를 잘라 피와 함께 조상님께 바친다. 그리고 가슴에서 복부까지 도려낸 고기를 열두 덩어리를 만들어 나누어 먹는다.

 

꼬리가 달린 뒷다리는 전체 돼지를 대표하는 것으로 가장 귀한 손님으로 분류되는 어머니나 며느리의 남자 형제들이 가지고 간다.

 

우리도 굿을 하고 난 뒤 돼지를 나눠 가질 때 꼬리가 달린 돼지 뒷다리는 반드시 당주 무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무당이 몇 명이나 될까?

이러한 풍습은 모계사회 때부터 비롯된 것으로 그 당시는 여자가 중심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풍습이다.

 

묘족들은 고사절에 돼지에 대한 금기어가 있다.

돼지를 돼지라고 부르지 않고 관인官人이라고 부르는데 돼지라고 부르면 조상님이 화를 낸다고 한다.

또 돼지 잡는 것을 관인이 절을 한다고 하며, ‘장원급제하였다한다. 돼지털을 태우기 위하여 볏짚에 불을 붙이는 것을 해가 뜬다.’라고 말하며 피는 부초소금은 라고 한다. 또 돼지가 살이 쪘다면 목화가 폈다한다. 묘족은 단풍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조상신으로 섬기기도 한다.

 

돼지는 풍요를 상징하는 것 이외에도 수신의 성격도 띄기도 하는데 바로 돼지는 12지지 중 해에 해당하며 강물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뒷받침해 주는 것으로 고대 기우제 때 돼지를 제물로 바쳤다는 기록이 많이 나온다.

 

<회남자淮南子>에서 돼지를 희로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황해도 굿에서는 돼지를 잡아 타살군웅을 놀기도 하는데 이렇게 돼지 목을 따서 피를 받아 굿을 하는 것은 동이족만 가지는 고유의 제사법 같기도 하다.

돼지 피는 정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피를 중요시한다.

그리고 돼지를 육각으로 떠서 다시 굿을 한다.

군웅거리에서 돼지를 육각으로 떠는 것은 치우천왕이 죽고 난 뒤 부활할까 두려워한 황제헌원이 치우천왕을 육시한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치우천왕이 청구에 신시를 열고 제사를 지낼 때 돼지를 제물로 바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치우천왕이 옮긴 수도가 청구다. 청구는 탁록涿鹿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는데 이 탁록이란 뜻에서 돼지와 뿔 달린 사슴을 잡아서 하늘에 제사를 드렸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저 멀리 그리스인과 로마인들도 돼지는 자연의 풍요와 비옥함의 상징으로 신에게 바쳐졌다. 특히 로마인에게 들돼지나 멧돼지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데, 다른 동물과 달리 자신이 위험할 때만 공격하기 때문에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대담무쌍함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다. 또 그리스에서는 제물에 쓰인 돼지의 피로 살인범의 죄를 정화시키기도 하였다.

 

이렇게 돼지가 제물로 바쳐졌다는 기록이 고구려 온달 전에 나오는데, 해마다 33일이 되면 낙랑의 산언덕에 모여 사냥하여 잡은 돼지와 사슴 등으로써 산천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