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할미 이야기

복숭아나무 이야기

愚悟 2024. 9. 20. 16:08

 

복숭아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다만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 데 필요한 나무라고 알고들 있다. 그러면 복숭아가 왜 귀신 쫓는 나무가 되었는지 설화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설화에서 귀신을 쫓는 인물 가운데 복숭아나무와 관련이 있는 신도(神筡)와 울루(鬱壘)가 있다.

《풍속통의(風俗通義)》에 의하면 신도와 울루는 동해의 도삭산(度朔山)에 살았다.

도삭산(度朔山)에는 삼천리나 뒤덮고 있는 큰 복숭아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 꼭대기에는 금계(金鷄)가 한 마리 있었다. 금계는 태양이 솟아오를 때면 부상수(扶桑樹)에서 우는 옥계(玉鷄)의 우는 소리를 따라서 울었다고 한다.

 

금계의 울음소리가 퍼지면 신도와 울루는 복숭아나무 동북쪽 나뭇가지 사이에 있는 귀문(鬼門)에서 인간 세상에서 돌아오는 귀신들을 조사하여 나쁜 짓을 많이 한 귀신은 갈대 끈으로 꽁꽁 묶어 호랑이 밥으로 던져 주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섣달그믐날 복숭아나무와 갈대 끈을 든 신도와 울루의 모습을 조각하거나 그린 그림을 대문 양쪽에 문배로 걸어두면 사악한 귀신을 막을 수 있다고 전한다.

 

‘신도’와 ‘울루’는 액막이 신이다.

이 두 신이 형제 신이라는 설과, 같은 신의 별명이라는 설이 있다. 또한 그 정체에 관해서도 귀신이나 번개를 쫓는 몽둥이에서 전화(轉化)되었다는 설과, 뇌신(雷神)이 변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복숭아나무와 관련 있는 인물은 바로 천신(天神)으로 천제의 명을 받아 열 개의 태양 중 아홉 개를 활로 쏘아 떨어트린 동이의 조상 명궁 예(羿)와 관련되어 있다.

천제의 아들인 아홉 개의 태양을 화살로 쏘아 떨어뜨리고 그 후에도 인간을 해치는 온갖 괴물들을 죽여 사람들을 고통에서 구하였으나 천제의 아들인 아홉 개의 태양을 활로 쏘아 죽였다는 이유로 천제의 미움을 샀다. 

그 결과 인간을 위하여 많은 공을 세우고도 하늘나라로 올라가지 못한 명궁 예(羿)는 부인 ‘항아’마저 서왕모에게 얻어온 불사약을 몰래 혼자 먹고 달로 가버려 폐인이 되다시피 지내왔다. 그러나 그의 활 쏘는 실력만큼은 전혀 녹슬지 않고 여전히 천하의 명궁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때 ‘예’에게는 활쏘기를 배우는 제자가 한 명 있었다. 그가 바로 봉몽(逢蒙)이었다.

그러나 봉몽은 스승 예가 살아있는 한 천하의 명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시기 하여 스승 ‘예’를 활을 쏘아 죽이려고 많은 시도를 하였으나 활로써는 도저히 죽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 예가 술에 취한 틈을 타서 결국 복숭아나무 몽둥이로 때려죽이게 된다.

그리하여 그때부터 귀신들은 ‘예羿’가 맞아 죽은 복숭아나무를 무서워하는 것이라 한다.

 

복숭아나무 몽둥이는 바로 종규(終葵)를 떠 올리게 하는데 종규라는 두 글자의 발음이 합쳐지면 바로 추(椎)가 되며 바로 방망이를 뜻한다고 한다.

옛날 제나라 사람들이 복숭아나무 몽둥이를 종규라고 했으며, 바로 귀신을 잡을 때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굿상에 차리지 않는 복숭아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신전에 올라가 있다. 신당이나 각처의 산신각에 모셔져 있는 산신(山神) 옆에는 반드시 동자와 동녀가 함께 서 있다. 동녀가 서있는 모습을 보면 반드시 쟁반에 복숭아를 담아 두 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모습을 볼 수 있다. 팔선녀의 무신도를 보면 앞줄에 서 있는 선녀들이 복숭아 열매를 쟁반에 담아서 들고 있으며. 그 외 칠성을 비롯한 많은 무신도에서 복숭아 열매가 등장하고 있으니 어찌 설명할 것인가?

 

복숭아와 관련된 신인들의 설화가 한·중·일 3국에서는 전해지고 있다.

동이족 설화에는 신선 중에 도부신인(桃符神人)이란 신선이 있으며, 이 도부신인은 바로 동녀가 들고 있는 복숭아 속에서 태어난 선인이라고 한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복숭아와 관련된 설화가 축제로 발전한 것이 있다.

바로 모모타로(ももたろう)축제로 강물에 떠내려온 복숭아 속에서 태어나는 동자, 즉 신인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라고 한다. 중국 신화에 나오는 서왕모는 서역에 있는 곤륜산에서 복숭아밭을 일구었다고 한다. 복숭아 열매는 마고가 인간을 탄생시키는 데 사용되는 열매였지만 중국에서는 서왕모의 열매로 기록하였으며 서왕모를 금모낭랑(金母娘娘)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황해도 만신들이 굿상에 바치는 많은 떡 중에 복숭아를 의미하는 천도(天桃)떡이 있다. 일명 천두(天斗)떡이라고도 부르지만 별 ‘두斗’와 복숭아 ‘도桃’를 같은 의미로 보는 것이다. 천도는 신선들의 과일로 신선도(神仙桃)라고 부르기도 한다.

복숭아가 신선들 세상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것은 복숭아를 별과 같은 개념으로 보기 때문이며 그 별은 바로 북두칠성을 상징한다.

 

서사무가 속에는 새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는 신기한 꽃들이 있다.

바리공주 설화에 나오는 꽃은 죽은 생명을 살리는 ‘살살이 꽃’ ‘피살이 꽃’ ‘뼈살이 꽃’ 등 세 가지 상상화가 있다. 또 서천 서역에서 얻을 수 있는 생명을 탄생시키는 꽃은 서리화 · 이화 · 도화 · 함박꽃 · 삿갓꽃 · 백모란 · 시모란 등이다.

그 외 설화 속에서 환생의 상징으로 나타나는 꽃은 연꽃 · 봉선화 · 복숭아 · 할미꽃 · 진달래 · 며느리밥풀꽃 등이 있다.

 

탄생과 환생을 상징하는 꽃들 가운데 복숭아꽃이 포함되고 있다는 것은 복숭아는 하늘의 나무로, 꽃이나 열매로써 생명을 탄생시키는 신선도라고 할 수 있다. 복숭아나무는 신성한 나무로 여겼기에 귀신을 쫓는 기운이 있다고 믿었으며, 예로부터 미친병이나 귀신을 쫓을 때 많이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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