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할미 이야기

강江이 가지는 상징성

愚悟 2024. 10. 10. 15:43

이 가지는 상징성

 강은 우리말로 가람이라 부르고 한자로 이라고 쓰는데, 어원은 ''이라 한다. 몽골어 고을(), 만주어 골오(河身), 튀르크어로 골(,) 등이 모두 같은 어원이라 한다. 바이칼 호수의 도 고어는 이며, 갈매기의 도 물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강은 경계선이나 통로, 또는 위기에서 벗어나는 곳의 상징적인 장소로 많이 나타난다. 주몽이 부여의 왕에게 쫓겨 만난 곳도 엄수라는 강으로 어별魚鼈 즉 물고기와 자라들의 도움으로 그 강을 건널 수 있었기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무가 설화 바리공주 역시 갖은 고난 끝에 강을 건너서 서천서역국으로 들어가 생명수를 얻는 것으로 나타난다. 칠성굿에서 칠성님이 서천서역국에서 오실 때 24강을 건너서 오시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기독교 모세의 기적이란 것도 역시 강을 대신한 바다가 갈라지면서 기독교의 번성을 예시하였다.

이렇게 강은 이쪽과 저쪽을 구분 짓는 두 세계의 경계선을 상징한다. ()과 공()을 결합한 한자다. 여기서 자는 하늘과 연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물 수는 강이 바로 하늘과 연결되는 통로라는 의미가 담긴 한자다. 그러기에 강은 늘 죽음과 이성의 경계선으로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죽음을 맞이하여 저승으로 갈 때는 반드시 강을 건너서 가는 것으로 묘사되곤 한다. 기독교의 요단강이나 인도의 어머니인 갠지스강, 그리고 우리 무교에 나오는 강들이 모두 하늘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강을 건너는 것은 곧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동서양 신화나 설화에 나오는 위인들의 이야기에 나오는 강은 건너면 위기를 모면하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의미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생명을 주는 동시에 생명을 앗아가는 존재로 많은 여신들이 존재하고 있다.

지노귀굿을 할 때 긴 무명천을 길게 늘어 잡고 배를 가지고 길을 가르는 것 역시 저승의 강을 건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늘의 강은 은하수로 표현된다. 사람이 죽어서 하늘로 올라가 은하수를 건너 심판을 받고 천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무교에서는 강은 우물, , 바다 등과 함께 수신水神이 거처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용신의 영역으로 그를 위한 정성을 드린다. 강은 인간의 생명줄이란 생각에서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다.

 

강의 신을 하백河伯이라 하는데, 본래의 이름은 빙이氷夷 또는 풍이馮夷라고 한다. 이 명칭은 하백이 바로 이족夷族이란 말로, 우리들의 조상이란 뜻이다. 하백이 수신이 된 것은 선약을 먹고 물을 만나 신선이 되었기 때문이라 한다.

하백의 용모는 흰 얼굴에 훤칠한 미남으로 북해에 사는 능어陵漁처럼 하반신이 물고기 모양이며, 늘 용이 끄는 연꽃수레를 타고 미녀와 함께 구하九河를 유람한다고 한다.

 

중국 설화에는 하백을 폄훼하기 위하여 물에 빠져 죽어서 된 신이라고 하며, 남의 약점을 잘 이용하고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하다고 전한다. 중국에서는 매년 황하를 비롯한 큰 강에서는 하백제河伯祭를 지내는데 미녀를 강물에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그리스도는 강을 경배의 대상으로 대양大洋의 아들이나 요정의 아버지로 여기며 신성시하였다. 그래서 강에 살아있는 말이나 소를 공물로 바치기도 하였다.

중국의 고대국가는 산이 무너지고 강의 물이 마르면 나라가 망한다고 하였는데, 국가의 기틀은 산천山川에 의지하기 때문에 물이 마르면 반드시 산이 무너지고 나라가 망하였다고 한다.

 

강은 냇물이 모여서 형성된 큰물이므로 모두 함께 한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강은 이곳과 저곳을 구분하는 경계인 동시에 두 곳을 연결시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리고 물줄기가 사방으로 통하므로 외부 세계와 통하는 곳, 또는 이별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 결합하면 조정과 대립하는 개념이 되는데, 즉 강호江湖라는 말은 선비가 벼슬이나 세속적인 가치를 버리고 숨어사는 곳을 나타내기도 한다.

 

강은 정화와 재생이란 의미도 있다. 인도는 갠지스강에서 몸을 씻으며 정화의식을 가지며, 죽은 자를 강물에 띄워 보내기도 한다. 기독교의 침례의식 역시 강물에 몸을 씻는 것으로 정화를 위한 의식들이다. 강물에 몸을 씻는다는 것은 재생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신화에 바다의 여신 테티스가 그녀의 아들 아킬레우스를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하여 스틱스강에 담갔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도 있다.

 

그리고 강과 연결되는 곳이 샘이다. 천은 물이 해가 있는 하늘로 솟아난다는 모양을 그린 글자다. 하늘로 솟아오르는 샘은 양의 샘이란 뜻으로 무당들이 솟을 용궁이라 하여 중요한 기도터가 된다.

 

세상의 물은 비와 샘물을 근원으로 시작하여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천과 강과 바다를 이루는 것이다. 자는 골짜기를 타고 흘러가는 물의 모양을 나타내는 글자다. 여기서 으로 발음하는 것 역시 물은 하늘을 향해 흘러간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렇게 이 흘러가는 곳이 바다다. 바다는 한자로 라고 쓴다. 의 의미는 바로 바다는 하늘의 해와 같다는 의미다.

결국 하늘에서 내려온 비와 샘이 모여서 흘러간 곳이 바다로 이 물들은 다시 하늘로 돌아간다는 철학을 나타낸 글자로 우리 선조들의 우주 순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바다에는 용솟음 현상들이 가끔 일어나는 것 역시 바다가 하늘로 올라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현상을 우리는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현상이라고 하여 상서롭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강이 지니는 상징성을 사라지고 강은 흐른다는 속성 때문에 세월이나 덧없는 인생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러나 역류하지 않는 강의 일방적인 흐름은 굳건한 인간의 표상을 나타내기도 하므로 강물은 인생사에 많은 가르침과 깨우침을 주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