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창 칼럼

무당의 입 방아질

愚悟 2024. 12. 26. 13:19

 

무당의 입 방아질

 

 

12.3 비상계엄 후 대한민국의 모든 것은 곤두박질쳤다. 계엄 관련자들은 대부분 구속되고 수많은 별들이 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 와중에 별이 되고 싶어 날개 짓하는 무당이 있어 안타깝다. 유튜브에 윤석열 사주를 풀이하여 계엄사태를 미리 예견했다는 것은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무당은 전 정보사령관 노상원이 자주 찾아와 나눈 대화를 모 방송국과 자세히 인터뷰하였다. 지난 대선 때 인천의 어느 무당이 김건희 여사와 전화상담한 내용을 녹음하여 김의겸 의원의 유튜브 및 시사보도 방송에 등장한 적도 있었다.

 

대한민국 모든 분야에서 계엄의 그림자를 지우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암울한 시기에 이런 행태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대선 때와 같이 이 무당 역시 노상원과의 상담을 기회로 유명세를 타고 싶다는 얄팍한 속내를 드러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적절한 행동은 무당들의 무지와 과시욕, 그리고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부적절하고 무교에 끼치는 파문은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처사다.

 

무교인도 엄연히 사제라고 할 수 있다. 신부는 고해성사의 내용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까지도 내어 준다. 왜 목숨까지도 버리면서 고해성사를 지킬까? 그것은 종교적인 신념과 신부로서의 의무감, 그리고 자긍심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신부가 고해성사 내용을 특정인에게 흘린다면 천주교의 믿음은 사라지고 신부는 사회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다.

 

형법 제 317조에는 업무상비밀누설 조항이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제사, 약종상, 조산사,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공증인, 대서업자나 그 직무상 보조자 또는 차등의 직에 있던 자가 그 직무처리 중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할 때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고 되어 있다. 그리고 형법 제 149조에는 업무상 비밀과 증언거부를 규정하여 법정에서의 증언일지라도 타인의 비밀을 공개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 법조항에 종교인이 거론되지 않는 것은 종교인의 양심에 맡기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교인의 상담도 여기에 준하여야 한다. 신부의 고해성사를 지키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내담자와의 상담내용 공개는 엄격히 규제되어야 하고 비밀은 지켜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내담자와 상담내용을 공개하였다면 사제로서 자격 박달이다.

 

어떻게 하면 무교인의 신뢰를 높이고 사회로부터 존경 받을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에, 무당의 신뢰를 지하로 추락시킨 무교인은 과연 사제라는 의식이 있는지 묻고 싶다.

 

필자는 왜 무당이 되었으며, 무당으로서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자고 주장하여 왔다. 수천 년 우리 민족의 삶과 지혜를 제공하며, 민족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민족 종교인 무교가 미신으로 치부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고 올곧은 종교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무교인 모두 노력해야 한다.

 

이런 민감한 사항을 TV나 방송에서 이야기 하면 큰 유명세를 타서 점집 앞에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란 생각은 아주 큰 착각이다. 이번 기회에 자신이 족집게 무당이라고 홍보하고 싶겠지만, 그 의도와 반대로 무당은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결과만 초래하였다. 내담자들이 무당들과 상담하면 내 비밀이 공개될 수 있다는 의구심만 키워 주었다.

 

무속인을 무교인으로 무속을 무교로 부르기 위해서는 깊이 사유(思惟)하는 무당이 되어야 한다. 사유의 능력을 높이고 사제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을 두텁게 하기 위해서는 무교종교학을 배워야 한다. 신의 선택으로 무당은 되었지만, 무당이 된 이상 사제로서 자격과 인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교육의 부재가 초래한 아주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행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