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과 기공사의 차이
보통 무당이 되고 난 후에는 밖을 잘 다니지를 못한다고 한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시장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 몸에 붙어 있는 귀신을 보게 되기 때문이라 한다. 그로 인하여 괜히 머리가 아프고 어깨가 눌리곤 하여 좀처럼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붙어 있는 귀신들의 모습을 보면 어깨에 붙은 귀신, 다리를 붙들고 늘어진 귀신, 허리를 휘감고 있는 귀신 등 이상한 모습을 하고 사람들 몸에 붙어 있으므로 애기 무당들은 처음으로 그런 현상들을 보고 놀라서 심장병이 다 생긴다고들 한다.
사람이 죽으면 혼(魂)과 귀(鬼)와 백(魄:넋)나뉘어 진다.
혼은 하늘 즉 칠성에게로 돌아가고 백은 땅에 돌아가며 귀는 공중에 떠돈다고 한다. 우리들이 제사를 지내는 것은 바로 귀와 백을 모시고 지내는 것이다. 백은 3년 동안만 제사를 받으면 소멸돼 버리지만 귀는 자손 4대에 걸쳐 제사를 받음으로써 조용히 소멸된다고 한다.
우리가 부모가 죽으면 3년 상을 치르는 이유는 백이 3년 동안 제사를 받아야만
흡족해 하기 때문에 옛날에는 무덤 옆에 움막을 짓고 삼 년을 지낸 것이다.
또 우리가 조상님들의 신주로 모셔 놓고 제를 지내는 것은 바로 귀를 모시고 제를 드리는 것으로 사대부 집안의 사당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이처럼 충분히 제사를 받은 귀는 그대로 떠나가 버리기 때문에 자손에게는 아무런 해악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귀와 백이 정당한 위안을 받지 못하고 제사 또한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귀와 백이 서로 합해져 귀신이 되어 자손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사람들 중 정상적으로 죽지를 못하고 병이나 사고, 전쟁 등으로 죽은 사람은 정상적인 죽음보다 많은 원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죽음에 대한 정당한 위안을 받지 못하고 후손들로부터 제사도 제대로 받지를 못한다면 모두 원귀가 되어 공중을 떠돌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사 하지 못하고 소위 한을 품고 죽은 사람들은 대체로 죽어서 귀신이 되어 이승을 떠돌고 다닌다. 이런 귀들이 사람 몸에 붙게 되면 귀신이 붙은 그 부분이 몸이 아프게 되고 병원에 가도 잘 낫지를 않는 고질병이 된다고 한다.
또한 귀신들과 대화를 해 보면 모든 귀신이 하나같이 자기들을 저승으로 천도를 해 달라고 애원을 한다고 하는데 특히 사찰의 지장당, 즉 극락전 같은 곳에 가면 귀신들이 처마 밑과 기둥 뒤 등 여러 곳에 벌집에 벌이 붙어 있듯 수없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고들 한다.
무당들이 지장당을 가면 그 곳의 귀신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자신을 천도해줄 것을 애원을 하기 떄문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귀신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이승을 헤매는 귀신들 중에는 좋은 귀신도 있지만 인간에게 해를 입히는 귀신도 많이 있다. 이 원귀들은 기가 약한 사람들에게 잘 붙으므로 일반사람들이 극락전이나 지장당에 무심코 갔다가 귀신을 달고 올 수도 있으니 특히 유념하여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천도제를 지내는 스님들의 항의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나만의 견해가 아니다. 기도를 많이 한 사람들이면 누구나 귀신을 볼 수가 있고 극락전에 관한 이야기들을 한다.
어떤 고승들의 말에 의하면 중은 산 중생을 제도하고 무당은 귀신을 제도해야 하는데 중이 귀신을 제도하려는 요즘 세태가 잘못이다. 또 중들이 49제라는 명목으로 제를 지내도 제대로 천도시키지 못하는 원귀들이 사찰 경내에 가득하니 여기를 어찌 청정도량이라고 할수 있느냐고 한다.
기공을 많이 한 사람들도 귀신을 볼 수 있고 쫓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무당들처럼 한 많은 귀신들의 맺힌 한을 풀어 주고 이승에서 떠돌면서 인간들을 괴롭히지 말고 저승으로 갈 것을 종용하고 귀신을 잘 달래어 저승으로 보내 주는 것이 아니라 기공이라는 에너지의 집합체로 즉, 힘으로 사람 몸에 붙어 있는 귀신을 무조건 쫓아내는 것이므로 귀신들 입장에서는 자기의 맺힌 한을 위로받고 풀어 달라고 인간의 몸에 붙어 있는데 위로하고 풀어 주지는 않고 내쫓는 격이니 좋아할 리가 없다.
내가 아는 기공사 한 분이 자기 부인과 제자를 대동하고 귀신이 붙어서 약간 맛이 간 사람을 치료하러 간 것이다.
일행은 약간 정신이 나간 그 여자가 기거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 기공사는 사람 몸에 붙은 귀신을 쫓으면 영원히 사라지는 줄 알고 열심히 기공을 모아 그 사람에게 붙어 있는 귀신을 쫓아버렸다.
그러나 환자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귀신이 그 방 안에서 제일 기가 약한 기공사 부인에게 붙어 버린 것이다.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기공사는 그 여인이 맑은 정신이 등ㄹ어 온 것을 보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날 밤 기공사의 부인이 시골의 그 여자가 하던 행동을 그대로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기공사는 그 귀신이 사라지지 않고 자기 아내의 몸에 붙은 것을 깨우치고 자기 아내를 아무도 없는 산으로 데리고 가서 귀신을 쫓는 데 아주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귀신은 또 이승을 맴돌다 어느 사람 몸에 붙어 괴롭히며 자기를 저승으로 보내 달라고 조르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무당과 기공사는 다르다. 인간이 죽어서 귀신이 되고 귀신이 오랜 세월 도를 닦으면 신선이 되고 또 신이 되는 것이다. 어찌 귀신이라고 함부로 쫓아 버릴 수 있겠는가. 살아 생전에 업을 많이 지었든지 아니면 한이 많아 저승으로 가지 못한 귀신들을 잘 달래어 저승으로 보내 주는 것이 바로 우리 무당들의 소임인 것을 알지 못하고 무당을 귀신 모시는 집단이라고 매도하는 집단이야말로 귀신을 섬기는 집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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