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거리>
<해주본영 광대줄타기>
추속 연휴동안 여기 저기서 많은 굿판이 열렸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두곳을 다녀와서 느낀 점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먼저 경복궁 민속박물관 강당에서 추석 다음날 열린 <추석맞이 굿>은 경관만신의 명성에 걸맞게 화려함과 우와함이 넘치는 한판이었다.
화련한 상차림과 무대 설치 그리고 멋들어지게 꾸민 프로그램 등 그 만신의 명성에 맞게 잘 꾸며진 한판이었다.
추석을 맞이하여 경복궁과 민속박물관을 찾아 온 많은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좌석을 꽉메운, 성황리 이루어진 굿판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외견상 그 화려함이나 명성에 비해 경관만신의 춤사위는 약간 실망스러웠다.
황해도굿의 화려한 몸동작과 춤사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춤꾼들 모양 이쁘게만 추려는 만신의 춤 사위에서 황해도굿의 웅장함과 넘치는 힘 그리고 전쟁을 앞둔 장군들의 기백과 끼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신문 등 여러 곳에 홍보를 하며 진적이나 행사 때 마다 많은 학자들을 몰고 다니는 만신이라하여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굿판에 참석하였지만 굿이 진행동안 지루함과 답답함에 몇번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곤 하였다.
그러나 마지막 비수거리(작두)에서 명성에 걸맞지 않는 비수 타는 능력을 보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를 빠져 나왔다. 아무리 실내 공연이라 하지만 비수거리에서 하는 기본 동작도 하지 않고 한쪽 손은 장대를 잡고 쩔쩔매는 무녀의 모습은 너무나 안스럽게 여겨졌다.
과연 그 만신은 장군을 몸주신으로 모시고 있는 무녀가 맞는가 의심이 갈 정도로 비수를 타는 능력은 떨어졌다.
일반인들이야 그냥 굿판에서 비수를 타고 하니 신기하여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지만 오랜세월 굿을 본 나로썬 정말 실망스러운 굿판이 아니었나 한다.
민속박물관 강당이란 곳은 아무나 굿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박물관에서 엄격히 심사를 하여 검증된 무당들만이 설 수 있는 무대이다. 많은 무당들이 민속박물관 강당에서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고 싶어하지만 아직 민속박물관 강당에서 굿을 하지 못한 무당들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무당은 벌써 3번째하는 굿이라 한다.
무당들 세계에서도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 좀 씁쓸한 느낌을 받았다.
10월8일 오전 10시 파주 통일 전망대에서 열린 <황해도 해주본영 도당굿> 보존회에서 연 굿판은 초촐하고 아담한 한판이었다.
화려함이나 많은 관중들 그리고 프로그램 한장 없었지만 지난 9월 정읍에서 열린 민속경연대회에서 문광부장관상을 받은 <해주본영대동굿>을 선 보였다.
경관만신 본인과 그의 신딸들로 구성된 굿판은 투박하고 꾸밈이 없어 좋았다고 하기엔 그렇지만 가능하면 원형에 맞게 하려는 노력들이 돋보였다.
그날의 경관만신은 9살 때 신병으로 무당이 되어 벌써 40년 가까이 무당으로 지내면서 몸에 익힌 기예를 한껏 발휘한 무대였다. 화려한 조명과 치장은 없었지만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너무나 진지한 그녀의 춤사위에 빠져 들어갔다.
동일전망대 마당에서 북쪽 땅을 바라보며 사각상 9개를 높이 쌓아두고 비수(작두)를 탈 때는 참석한 관중들이 모두 숨을 죽였다.
비수를 탈 때 동서남북 사배를 하고 쌀산을 뿌리고 다양한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은 평소 옆집 아줌마같은 소박한 모습보다 위풍당당한 장군의 모습 그대로 였다.
비수에 올라 선 장군은 남북통일을 기원하며 국민들의 일치단결과 가가호호 행복을 기원하고 북쪽 땅을 향하여 남북통일을 외칠 때는 모두 큰 박수로 화답하였다.
또한 해주본영에서 그 당시 부군당굿을 하고 탈을 쓰고 행한 줄타기 광대놀이를 재현할 때는 익살스러운 몸짓과 표정 그리고 재담으로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져 추석연휴를 맞아 모처럼 통일전망대를 찾은 사람들의 배꼽을 지게 하였다.
민속박물관과 통일전망대 두 곳을 연 이틀 다니고 난뒤 나도 모르게 두 굿판을 비교하게 되었고, 화려함보다 내실을 기한 통일전망대의 굿판에 후한 점수를 주게 되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마다 존재하는 굿에 대한 특색을 잘 살려 굿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자들의 의하여 많은 영향을 받는 요즘 무당들은 그냥 학자들의 눈에 드는 굿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학자들은 저마다 전공이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굿을 보지 못하고 자기의 전공에 따라 굿을 보고 평가한다.
굿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천지신명을 모시는 의식이고 절차다.
천지인 삼신을 모두 모신 무당들이 그 신명이 실린 그대로 굿을 하지 않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가식으로 굿을 한다면 그 굿의 정성이 하늘에 닿을 수 없을 것이며 굿의 효험 또한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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