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동짓날
매년 12월만 되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거리에 활기가 넘치고 크리스마스트리의 점등식은 뉴스의 화제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기독교 세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크리스마스가 본래 기독교에서 말한 것처럼 예수가 탄생한 날이 아니라면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
우리는 예수 탄생일로 12월 25일이라 알고 있지만 탄생일을 다른 날로 정하여 축하하는 나라들도 많이 있다. 아르메니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1월 6일을 성탄절로 정하여 축하하고 있다.
초기 기독교는 예수 탄생일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예로 3세기 초기만 해도 그리스도의 탄생일에 대해 3월 28일, 4월 2일, 4월 19일, 5월 20일 등 다양한 견해가 있었다. 그러다가 로마에서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4세기 초, 예수 탄생 축하는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정해진 것이다.
그러면 12월 25일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정하게 된 그 내막을 알아보자.
로마에서는 <새터날리아(Saturnalia)> 라고 불리는 토속 종교의 축제가 있었다. 이 축제는 일 년 농사의 대한 감사의 의미로 농경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풍년을 자축하는 대규모 축제로 그 기간이 12월7일부터 24일까지 행하여졌다.
또 페르시아에서 유입되어 로마에서 기독교가 공인될 때까지 기독교와 경쟁하며 귀족들과 군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미트라교>에서는 이 날을 의로운 태양인 <미트라>가 새로 탄생하는 날로 여겼다.
유럽인들은 겨울 중 가장 어두운 날에, 빛과 생명의 탄생을 기리는 축제를 열었다. 북유럽에서는 이런 축제를 가리켜 <율>이라고 했는데, 12월 21일 그러니까 동지 무렵 가장 큰 통나무를 집으로 끌고 와 불을 지폈다. 율 통나무가 약 12일 동안 불꽃을 내뿜는 동안 마을에선 떠들썩한 잔치가 벌어졌다. 유럽의 긴 겨울은 가축들을 먹일 풀이 없어 더 이상 가축들을 기를 수가 없었다. 그러기 때문에 번식을 위해 몇 마리만 남겨놓곤 다 죽여서 축제를 벌인 것이다.
또 독일에서는 이교도 신인 <오딘>이 한겨울 축제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독일인들은 <오딘>을 두려워하였고, 오딘이 밤에 내뿜는 불빛에 의해, 이듬해 농사가 결정된다고 믿었다.
이러한 축제들의 공통점은 태양이 정기를 잃어 낮의 길이가 극히 짧은 한겨울에 한다는 것이다. 12일 동안 불을 지피고 불을 내 뿜고 하는 것들은, 바로 태양을 대신하는 것으로, 잃어버린 태양의 정기를 찾고자 하는 인간들의 움직임 이었다고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새터날리아>가 끝난 다음날인 12월 25일은 고대 로마의 달력으로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은 동짓날이라는 것이다.
274년, 태양신 미트라를 열렬히 숭배했던 로마 황제 아우렐리아누스(재위 270~275)는 12월 25일을 <정복되지 않는 태양의 탄생일(naltalis solis invicti)>라고 명명하여 축제일로 정했다.
그리고 로마교회는 이교도를 배척한다는 명분으로 태양의 탄생일이었던 12월 25일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바꾸어 명명했다.
12월 25일에 성탄 축하 행사를 거행한 것은 공식적인 기록으로는 354년에 처음 나타난다.
이렇게 해서 로마에서부터 시작된 크리스마스는 379년, 콘스탄티노플에서도 축하하였고 이집트, 중동 지방을 거쳐 전 세계에 전파되었다.
그럼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대 로마시대의 <새터날리아>라는 축제기간이다.
12월 7일부터 12월 24일은 우리 24절기 중 동지가 들어 있는 시기이다. 동짓날은 낮의 길이가 가장 짧다. 이것은 동지가 지나면 낮의 길이가 다시 길어진다는 뜻이다. 한낮의 길이가 짧다는 것은 태양이 그 정기를 잃어 죽어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동짓날을 기하여 태양의 길이가 다시 길어지니 태양이 다시 부활한다고 생각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태양이 다시 태어나는 성스러운 그날을 기하여 기독교에서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잡은 것이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우리의 동짓날이 꼭 있다는 의미는 크리스마스는 우리의 동짓날과 같은 것으로 다시 부활하는 해를 맞이하는 날이지 예수의 탄생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도 해맞이에 대한 기록이 <삼국유사>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설화 편에 나온다. 그 때 정기를 잃어버린 해의 부활을 바라는 제사를 지낸 곳이 지금의 영일만이고 그 시기는 동짓날이라고 생각한다. 영일만이라는 이름이 바로 해를 맞이하는 곳이라는 뜻으로 영일현(迎日縣) 또는 도기야(都祈野)라고 하였다.
그러면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일은 언제인가? 그러나 아쉽게도 성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이 기록된 4복음서 어디에도 그의 탄생일이 나타나 있지 않다. 역사학자들은 대략 3~4월경, 그러니까 겨울이 아닌 봄에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것만 바도 크리스마스는 예수그리스도 탄생일이 아니라 태양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축하하기 위한 동짓날이라고 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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