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할미 이야기

콩과 우리민족

愚悟 2006. 12. 24. 00:30
 

부정을 쳐낼 때 던지는 콩


우리 민족에겐 콩과 관련된 음식이 무척이나 많다. 또한 콩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랄 뿐만 아니라 척박했던 땅을 옥토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러한 이유로 그 당시 농사라는 개념이 없을 당시 콩은 가꾸지 않더라도 잘 자라서 인간에게 콩이란 곡물을 제공한 유익한 식물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콩은 인간이 최초로 재배한 작물이라 생각되며 이 콩은 인간이 최초로 하늘에 제사를 드릴 때 천신(薦神)한 음식이라 생각한다. 그 예로 콩두(豆)의 모양이 제사 드릴 때 사용하는 제기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한인천제 시절에 제사를 지내는 일을 주관하던 신하의 이름이 바로 수해(豎亥)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여기서 수(豎)를 파자해 보면 바로 콩 두(豆)자가 나온다.  수해가 가장 먼저 콩을 하늘에 바친 사람이 아닐까 한다.

또한 우리는 백태(白太), 청태(靑太), 서모태(鼠眸太), 유월태(六月太) 등 콩을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면서 ‘태’자를 붙이고 있다.

본디 ‘태’자는 크다는 뜻 이전에 태시(太始), 태초(太初), 태고(太古) 등에서 처음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인간이 가장 먼저 농사를 지은 곡물도 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최초로 바친 음식이 콩이라는 뜻이 있다.

우리 민족에겐 콩을 이용한 음식이 많이 있다. 된장이나 간장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콩나물을 재배하여 먹기도 한다. 또한 콩을 갈아서 두부라는 것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이러한 콩이 태초에 하늘에 제사를 드릴 때 사용한 콩이었기에, 인간에게 유익한 곡식이었기 때문에 이 콩을 부정을 쳐내는 역할을 하나님이 부여하였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스스로 믿어 왔던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교도소에서 나오는 사람에게 제일 먼저 두부를 먹이는 풍습이 있다. 이것은 더 이상 나쁜 액운은 여기서 끝나게 해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두부는 콩을 원료로 만들어졌으며 또 두부 자르듯 여기서 끝나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이런 행위는 무교에서 부정을 쳐내는 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콩을 원료로 한 두부가 부정한 것을 소멸시키는 것으로 여기게 된 이유가 바로 콩을‘태(太)’로 부르는 대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태초에 하늘에 바친 성스러운 음식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드시는 음식이기 때문에, 모든 부정한 것을 스스로 소멸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무교에서는 금기사항을 어기면 부정이 든다고 한다. 인간들의 생사병로에 따라오는 부정이 있으며 흙을 다루어도, 돌을 다루어도, 나무를 다루어도 부정을 탈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부정을 탈을 때 무당들은 부정을 쳐 낸다고 한다. 부정은 그냥 나가는 것이 아니고 쫓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굿을 하거나 부정을 쳐낼 때 사용하는 것으로 콩과 두부, 팥 그리고 미나리와 북어, 황토흙, 소금이 있다. 콩과 두부를 사용하는 것은 앞에서 이야기하였다. 팥을 이용하는 것은 팥의 붉은 색이 벽사의 의미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미나리를 사용하는 것은 미나리 뿌리는 물을 정화시키는 힘이 강하다. 그래서 미나리 밭을 통과하는 그 어떤 물도 깨끗하게 정화되어 흘러나온다. 미나리의 이러한 작용 때문에 부정한 것을 정화 시킨다는 의미로 미나리를 사용하였다고 생각한다. 북어는 곤(鯀)이라는 이름에서 나오는 북극의 가장 큰 물고기라는 의미와 곤이 제사를 주관하는 제관으로 부정을 쳐 내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황토 흙 역시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바다의 적조가 발생하면 황토 흙을 뿌리는 것은 황토가 가지고 있는 독을 정화, 해독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소금도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상점들은 가게 문을 열기 전에 반드시 조그마한 용기에 소금을 담아서 가게 문 양옆에 놓아두는데 이것은 바로 소금이 부정한 기운을 쳐내어 장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뜻이다.    

무교에서는 서리태 즉 검은 콩을 터주가리 또는 부루단지라고 부르는 업 항아리에 넣어 천신에게 바치기도 한다. 이것은 곧 천신(天神)을 뜻하기도 한다. 이 말에서도 우리가 태초에 콩을 하늘에 바쳐 제사 지냈다는 것을 무교에서 증명하고 있다.

또한 무당들이 항상 사용하고 가장 대표적인 무구인 방울이 바로 콩의 모양을 따서 만들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우리 민족이 얼마나 콩을 곡식 이상으로 중요시했는가를 알 수 있다.

〈본초강목〉을 보면 팥에 대한 효능이 「물집을 없애고 옹종과 농혈을 물리치고 목 타는 것을 없애고 이질을 그치게 하고 투역과 졸피증에 좋으며 열독을 다스리고 악혈을 몰아내며 비위를 튼튼하게 한다.」라고 되어 있다.

우리 민간에서도 동짓날 팥으로 죽을 쑤어 역질을 예방하고자 하였으며 이웃 동네에 역질이 돌면 즉시 팥죽을 쑤어 집 안팎에 뿌리고 또 가족에게 먹여 역질을 예방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무교에서는 팥을 신장에 비유하며 부정한 것을, 귀신을 쳐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녹두라는 콩이 있다. 이 녹두는 중화시키는 힘이 있어 독한 음식을 먹고 사경을 헤맬 때 녹두 즙을 내어 먹이면 해독이 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한의학에서는 약을 복용할 때 빈대떡이나 숙주나물 등을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민족이 태초부터 재배하면서 제물로 바치고 곡식으로 사용하였던 콩이 지금은 거의 재배되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콩들이 수입되고 있다. 우리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 3성 및 연해주 지방에서 무수히 많이 재배되던 콩들이 우리 곁을 떠나버렸다. 아니 우리들이 버린 것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그 척박한 땅을 옥토로 만들어 주던 콩이 사라져 가는 것이다.

두만강(豆滿江)이라는 이름은 콩을 실은 배가 가득 찼다는 뜻에서 나온 이름이라 한다. 또 태평양(太平洋)이라는 이름도 발해에서 일본으로 콩을 수출할 때 붙여진 바다 이름이라 한다. 콩을 3년 동안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둔 시절이 태평(太平)세월이라고 하였다는 말뜻을 다시 새겨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