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를 바라보는 원로 사학자의 잘못된 시각
한국 실증주의 사학계를 대표하는 원로 사학자 이기백(79) 전 서강대 교수가 자신의 저서인「한국전통문화론/일조각」에서 무술(巫術.무교)신앙은 거의 전적으로 기복신앙적인 성격을 드러내기 때문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종교가 아니며, 계승할 가치가 없다. 라고 주장 했다.
이 책에서 그는 전통문화 중에서도 계승할 것(전통)과 버릴 것(인습)을 구분해야 한다면서 무술신앙을 인습의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무술신앙에 대해 "무술신앙이 진정 생명력 있는 종교였다면 핍박과 천대 때문에 세속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컨대 완전히 기복신앙으로 전락한 무술신앙은 이미 오늘의 한국에서 종교적인 사명을 감당할 능력을 상실했다"(19쪽)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술신앙은 하나의 역사적 사실로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복원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의 하나"가 된다면서 이를 위해 예컨대 무가(巫歌)를 수집하거나 박물관에 보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그는 "여기에 더하여 무속 촌을 세우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은 새로 인위적으로 만들 수도 있는 일이지만 무술신앙과 인연이 깊은 곳에 세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가령 개성 근교에 있는 덕물산(德物山)과 같은 곳은 가장 안성맞춤이 아닐까 싶다"(20-21쪽)고 말 하였다.
또 그는 "무술신앙은 계승할 수는 없지만 보존할 필요는 있다"고 하였다.
필자는 이 글을 보고 과연 이기백씨가 한국 최고의 원로 사학자인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물론 이병도박사의 직계 제자로서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한국 최고의 사학자란 분이 우리의 전통 문화를 바라보는 편협 된 시각으로 이런 글을 실었다는 것에 대하여 경악을 금치 못하며, 우리 사학계의 편협 된 사고와 아직도 식민사관을 버리지 못하고 그기에 젖어 있는 것 같아 통곡하는 심정으로 조목조목 반박하여 본다.
먼저 무교를 핍박과 천대 때문에 세속화되었기 때문에, 즉 기복신앙으로 전락하였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종교적 사명을 감당할 능력을 상실하였다고 하였다.
먼저 무교를 핍박하고 천대하였던 시절이 언제부터 인가 살펴보자.
그것은 바로 외래종교인 불교가 들어오면서부터 시작이 되었다고 볼 수 가 있다. 그러나 고려시대까지만 하여도 불교와 함께 무교도 민족종교로써 대접을 받으며 백성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숭유억불 정책으로 인하여 불교와 더불어 같이 퇴락하고 민중 속으로 숨어들었던 것이다.
무교를 핍박하고 천대하기 시작한 때가 바로 외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던 시대라는 것이다. 민족의 주체성과 자주성을 상실한 시기, 민족의 정체성을 잊어버리고 모화사상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조선시대와 일제 강점기 시절에 무교의 탄압이 가장 심하였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또한 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종교 중에 기복적인 성격을 띠지 않는 것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 지구상에 종교가 탄생하게 된 동기가 바로 인간의 나약함에서 비롯되었고 이것이 바로 신의 힘을 빌려 인간의 의지를, 인간이 원하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부처님 앞에서 혹은 예수님 앞에서 자기의 소원이나 집안 식구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것은 기복적인 것이 아니고, 무교에서 행하는 것만 기복적이라는 발상 자체가 기독교적인 발상으로 신 사대주의 사상이라 생각한다.
교회나 절에 헌금이나 시주를 하는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소원을 간절히 비는 것이나 무교에서 굿을 하는 것이나 다른 점이 무엇인가 묻고 싶다.
이것은 무교의 정신과 무교행위의 진정한 뜻을 모른 채 단순히 무교의 역기능만 바라보고 무교를 폄하하기 위한 즉흥적인 생각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다. 종교의 역기능은 무교뿐만 아니라 어느 종교든 다 존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종교에 종사하는 사제의 잘못이지 그 종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또 무교를 생명력이 없는 종교라고 하였다.
과연 생명력이 없었다면, 오늘날까지 무교가 우리들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이렇게 이어 오지 못하였을 것이다.
어느 종교가 이렇게 오랜 세월 핍박과 천대 속에서 소멸되지 않고 살아 온 종교가 있는 가? 무교는 종교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생활의 지혜로 우리네 삶으로 우리 민족의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지 않았으면 오랜 세월 핍박과 천대 속에서 견뎌 내지 못하고 소멸되고 말았을 것이다.
무교는 우리 민족과 함께 살아 숨 쉬며 민중과 아픔을 함께하는 진정한 민족종교로써 우리 민족이 외세에 의해 구심점을 잃었을 때 더욱 무교는 빛이 났던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도당굿, 부군굿이라는 이름의 마을 굿을 통하여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 또 흩어진 민심을 한 곳에 모우는 즉 대동단결 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음으로 일제강점기에는 굿을 하면 일본 순사가 무당들을 잡아갔던 것이다. 이것이 해방 후 한참동안 굿을 하면 지서(파출소)에 신고를 하고, 경찰관이 잡아가는 악순환이 계속 되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렇게 무교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민족의 종교로, 또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의 생활의 지혜로 삶 그자체로 면면히 이어져왔다.
이러한 무교를 생명력이 없는 하등 종교로 폄하하는 것 역시 기독교 적인 발상으로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무술신앙은 하나의 역사적 사실로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복원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의 하나"가 된다. 라고 본인이 말 하였듯이 무교는 오랜 상고시대부터 위정자의 통치 수단으로, 또는 우리 민족이 지켜온 생활규범으로써, 우리 민족의 발자취를 말해주는 살아 있는 우리의 역사라는 것이다.
많은 상고사의 책들이 위서 논쟁에 휘말려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 무교는 그 상고사 책들이 위서가 아닌 우리 민족의 역사라는 절대적인 증거들을 많이 제시해 주고 있다 하겠다. 위서 논쟁에 휘말리는 우리 상고사의 책에서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이 무가에 등장하는가 하면은, 상고사의 수많은 영웅들이 무교의 각종 신으로 모셔져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지금 무가는 서사무가로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지만은 우리 사학자들이야 말로 우리 민족의 상고사를 다시 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 무가를 연구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이 담겨있는 무교를 단순히 기복적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으로 부정적인 한쪽만 보고 판단해 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다 하겠다.
물론 민속학자도 아닌 사학자로서 우리 무교의 기본 정신이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지 자세히 생각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교의 기본 정신인 생생지생(生生之生)이라는 우주의 대원칙과 여기서 파생한 화해동심(和解同心)과 해원상생(解寃相生)이라는 정신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감히 이런 소리는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무교의 기본정신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모든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며 공생한다는 생생지생과 모두 한 마음으로 동참하여 마음속의 원한을 풀고 상생의 길로 들어선다는 화해동심, 해원상생의 원칙은 이 시대에 사는 우리들이 가슴 속 깊이 새겨 실천해 나가야 하는 대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교의 깊은 정신을 모르고 무교를 무술(巫術)이라고 폄하하여 무교를 계략이나 술수를 부려 선량한 사람들을 속이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무교를 단순히 점이나 보고 굿이나 하는 무식한 집단이라고 비하하는 사고를 가졌기 때문에 우리나라 최고의 원로 사학자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무당들은 단순히 점이나 보고 굿이나 하는 사람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담고 있는 한을,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기가 막히는 사연들을 무당 앞에서 다 풀어낸다는 것이다. 소리 내어 엉엉 울면서 가슴 속의 응어리를 다 풀어낼 수 있게 하는 무당들의 역할은 어느 종교의 사제보다 더 훌륭한 사제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겠다. 이러한 광경을 목격하지 못한 사람은 무교를 폄하하는 말을 하면 안 된다.
지구상의 어느 종교의 사제 앞에서 이렇게 울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가? 현재 어느 종교의 사제가 자기 앞에서 속내를 드러내며 엉엉 울게 할 수 있으며, 처음 보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면서 같이 울어줄 수 있는가? 이것은 우리 무교가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역할이다. 어느 종교에서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무교의 무당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인 것이다.
물론 많은 무교인들이 아집과 편견으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장사꾼이 되어 버려 돈만 밝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어느 종교라도 흔히 있는 일로써 그 종교 자체를 부정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마지막으로 "무술신앙은 계승할 수는 없지만 보존할 필요는 있다"라고 하였는데 무교의 계승은 인간의 의지나 누구의 지시로 하는 것이 아니다. 무교의 계승은 본의 의사와 상관없이 신(神)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으로 우리 민족이 존재하는 한 무교는 영원히 계승될 것이며 가슴 속으로 이어져 보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 우리는 인류의 창조하신 창조의 신 마고삼신 할머니 자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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