汗蒸幕에서
뜨거운 막 속에 마대麻袋를 뒤집어쓰고 들어가 자신의 한계를 실험하다보면, 그 결과물로 얻어지는 것이 몸속에 있는 노폐물을 땀으로 배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증막이란 놈이 한번 들어가고 두 번 들어가 보면 자꾸 들어가고 싶어지는 것 같다. 샘물이 솟아오르듯 땀구멍을 뚫고 올라오는 숨겨둔 노폐물, 넓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자랑스러워하는 앞가슴의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만족감 등, 은밀하지만 생리작용이 저마다 축제를 벌이는 것 같이 요란하고 바쁘게 움직인다.
고목에 나뭇잎이 솟아나듯 땀구멍을 뚫고 고개를 내 밀고 또 흘러내리는 땀의 움직임을 느낄 때 는 뜨거운 한증막 속에서 잘 견디었다는 성취감과 행복감이 함께 흘러내린다.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어 나는 한증막을 자주 찾는다.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편이지만 가끔은 사람들이 없어 나 혼자 또는 둘 정도만 막 속에 있을 때가 있다.
희미한 조명과 뜨거운 열기, 나와 한 사람만이 남겨진 막 속엔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마대를 뒤집어쓰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누군지 전혀 알 수 가 없다.
또 상대방이 누군지 굳이 알 필요가 없기에 무관심한 것은 상대방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러나 둘 만이 있는 희미한 한증막 속에서 들리는 여인의 신음소리는 잔잔한 호수 같은 나의 마음에 돌을 던진 격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활 수 있다.
“아~ 시원해, 아~, 아~ ”
이런 신음 소리를 한증막이라는 한정된 좁은 공간에서 한 번도 아니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 듣고 있다 보면 나의 상상력은 어느 듯 날개를 달고 그 신음 소리와 어울리는 장면을생각하며 상상 속으로 빠져 든다.
이 상상은 꼬리를 물고 돌고 돌아 다시 한증막 속의 여인이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게 된다.
그 여인의 신음 소리에 화답이나 하듯이 그 소리에 맞춰 나도 가끔
“음~”
하고 신음소리를 내어보지만, 나의 신음 소리는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고, 보고 싶은 것을 보지 못하고 뿜어내는 고통의 신음소리 같이 느껴진다.
너무 궁금한 나머지 마대자루를 살며시 풀어헤쳐 상대방을 살펴보지만 뜨거운 한증막의 열기만 얼굴을 덮칠 뿐, 상대방은 나의 호기심과는 무관하게 마대를 푹 뒤집어쓰고 아름다운 신음소리를 계속 질러 된다.
나는 그 여인의 모습이 너무 궁금하여 그 신음 소리에 맞는 나이와 미모를 상상하며 유명 연예인의 모습을 그려 보기도 하지만, 그 여인을 직접 보고 싶은 호기심은 점점 풍선처럼 부풀어 그 여인이 뒤집어쓰고 있는 마대를 들쳐보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느라 나는 또 다른 신음소리를 뱉어낸다.
한참 후 그 연인이 한증막을 나간다.
나는 조금 더 땀을 빼고 싶지만 그 여인의 모습이 궁금하여 나갈까 말까를 한참 갈등하다 기어이 참지 못하고 후다닥 따라 나선다.
악~~~
저렇게 생긴 아줌마가 그런 소리를 내다니,
혼자만의 아름다운 상상을 고이 간직할 것을, 행복했던 그 순간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허망함이란 한증막에서 그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할 것이다.
듣는 것이 다 진실이 아니며, 보이는 것이 다 진실이 아니듯, 상상한 것 또한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우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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