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칠석날이 가지는 의미
요즘은 칠석날이 되면 여기저기서 칠석제를 드린다고 법석을 떨고 있다.
칠석제의 기록은 <형초세시기>에 처음으로 기록되어있다. 초나라 역시 동이東夷의 나라이기 때문 바로 우리의 전통풍습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우리의 전통을 다시 찾아 재현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반가운 일이기는 하나 칠석제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나 이해도 없이 무작정 행사나 하고 보자는 식의 칠석제가 많아졌다.
보통 칠석날이라고 하면 견우와 직녀가 일 년 중 까치와 까마귀가 은하수에 만들어 준 오작교를 건너 만나는 날로 알고 있다. 그래서 칠석날을 사랑하는 연인들이 만나는 날로 정하자는 주장을 필자도 예전에 하였으며 지금 많은 칠석제들이 연인의 날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그래서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에 버금가는 날로 만들고자 많은 사람들이 칠석제를 기획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돌이켜 생각하면 천문에 능통한 우리 조상님들이 칠석날을 만든 의미를 크게 축소 왜곡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우쳤다.
칠월칠석날은 양과 음의 기운이 똑같은 날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칠석날 저녁 무렵에 해와 달이 동시에 서산에 떠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칠석날 서산에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다는 것은 음과 양의 기운이 어느 한쪽에 지우침도 없이 똑같다는 의미이다. 이 모습을 병풍에 담아 임금님 용상 뒤에 세워둔 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일월오악도日月五岳圖다.
日月은 해와 달이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그리고 오악五岳은 조선시대에 팔도강산 중 나라를 수호하는 다섯 개의 산이라는 의미로 ,백두산이 북악北岳, 묘향산이 서악西岳, 삼각산이 중악中岳, 지리산이 남악南岳 그리고 태백산(금강산)이 동악東岳으로 조선의 영토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조선의 영토를 의미하는 팔도강산 위에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는 병풍을 임금님 용상 뒤에 세워둔 것은 임금이 나라를 다스릴 때 어느 한쪽으로 지우침도 없이 불편부당하게 나라를 다스리라는 교훈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겠다.
즉 모든 정사를 보살핌에 있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말고 공명정대하게 하라는 뜻이다. 또 해와 달같이 밤낮으로 항상 백성들을 보살피라는 의미도 담겨있는 그림이다. 단순히 임금님 뒤를 장식하기 위하여 세워둔 그림이 아니라 칠석날이 담고 있는 깊은 뜻을 나타낸 것이다.
또 칠석날은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 위에서 만나는 날이다. 이것은 음과 양이 어느 쪽이 강하고 약함도 없이 같은 기운아가 때문에 은하수 위 오작교 다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남녀가 만난다는 것은 음양의 조화와 교접을 의미한다. 즉 음양의 조화인 남녀의 교접은 생산을 의미하고 생산은 풍요를 나타낸다. 바로 칠석날은 우리 조상들이 일 년 농사를 수확하기 전 마지막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날이기도 한 것이다.
칠석날을 기하여 하늘에서 음양의 기운이 서로 조화가 이루어져야만 땅에서는 결실을 맺게 된다. 그것은 칠석날이 지나야 벼가 이삭을 팬다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칠석날이 지나야 과일도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을 내기 시작하며 곧 이어 수확을 할 수가 있다.
<태백일사/삼신오제본기>를 보면 「하백河伯은 천하天河의 사람으로 나반의 후손이다. 7월 7일은 바로 나반이 하늘의 강을 건너는 날이다. 이 날 용왕에게 명하여 하백을 부르나니, 용궁에 들어가 하백으로 하여금 사해의 뭇 신을 주관케 하시느니라. 천하는 다른 이름으로 천해天海라고도 한다. 지금 북해北海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천하의 주께서 말씀하시길 천도天道, 즉 하늘의 도는 북극에서 일어난다. 고로 천일天一의 물이 나온다. 이를 북극수라 하며 북극은 수정자水精子가 기거하는 곳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보면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이라는 말은 없다. 인류의 조상인 나반이 은하수를 건넜다고만 하였는데 은하수를 건너는 이유는 인류의 또 다른 조상인 아만을 만나기 위하여 강을 건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반과 아만은 우리의 아담과 이브다. 즉 여기서도 남녀가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남녀의 만남은 곧 생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여기에서 물과 관련이 있는 하백이 나온다. 하백은 다른 말로 물의 신이라고도 한다.
하늘에서 ‘수정’은 남방주작 칠 수에 속한 첫 별자리인 ‘정수精宿’를 말한다. 정수는 우물 정(井)자 모양의 별자리며 흔히 동쪽 우물이란 뜻으로 동정東井이라고 하였고 남자들의 첫 경험에서 얻어지는 사정을 ‘동정’이란 말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여기서 보면 천일의 물, 즉 천일 생수와 수정자 등 물과 관련된 말이 많이 나온다. 이것은 물이 바로 생명의 근본으로 생명은 생산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천문을 보면 견우와 직녀의 사랑이 얼마나 애절하고 아름다운 가는 별자리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즉 직녀성인 녀수女宿 위에 패과敗瓜라는 깨진 바가지란 뜻이 담긴 별이 있다. 직녀는 견우를 만나려고 그 깨진 바가지로 은하수 물을 퍼내려고 하였으나 깨진 바가지론 그 많은 은하수 물을 다 퍼 낼 수 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직녀는 점대漸臺라는 정자 모양의 별자리에 올라 견우를 그리워하면서 사랑의 정표를 자기가 짜고 있던 베틀 북을 견우에게 던졌는데 그것이 포과匏瓜라는 별자리가 되었다. 견우 또한 직녀가 그리워 논밭을 갈 때 끌던 소의 코뚜레를 던졌다. 그 별이 필수畢宿라는 별자리가 되었다. 다시 직녀가 견우에게 자기의 아름다운 머리를 빗든 빗을 던졌다. 이 별이 바로 기수箕宿라는 별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칠석제를 지내는 제관들은 반드시 여자로 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아마 여자는 생산과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하백이 여자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여기서 하백은 수신(水神), 하령(河靈), 오작(烏鵲)의 다른 말이다. 이 말을 바꾸어 말하면 하백이 사해(四海)의 뭇 신을 주관하면서 나반이 아반을 만나러 갈 때 하늘의 은하수에 다리를 놓아 준 사람일 것이다. 또 신을 자기 의지대로 부릴 수 있다는 것으로 하늘나라 용궁의 무당이란 말이 된다. 곧 하백이 무교에서 말하는 용태부인을 말함이 아닌가 생각한다.
칠석날까지는 대부분 장마철이다. 그러나 칠석날을 전후하여 비를 멈추게 하는 것은 은하수의 신, 물의 신이라는 하백이 생산을 준비하기 위하여 취하는 조치라고도 생각한다.
우리 조상들은 칠석날이 되면 집집마다 우물을 청소하여 청결히 하고 시루떡을 해서 우물에 바치고 칠석제를 지냈다. 또한 장마철에 눅눅해진 사고史庫에 보관중인 책들을 햇볕에 말리기도 하였다.
지금은 다인들을 비롯한 뜻있는 많은 사람들이 칠석날이 되면 칠석제를 올린다. 그러나 칠석날에 쓰는 제물은 반드시 생산을 의미하는 오이, 가지, 호박 등을 제물로 사용하여야 한다. 칠석은 여성의 날로써 남성의 양물을 상징하는 재물을 올려야만 생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월7일 목요일 오후 5시부터 운현궁에서 칠석다례 및 천지의 문을 여는 공연이 있습니다. 많이 참석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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