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할미 이야기

횡설수설 '놈'시리즈

愚悟 2008. 8. 15. 13:26

횡설수설 나쁜 놈 시리즈

금년은 유난히 더 더운 것 같다. 더위를 많이 타서 여름을 유난히 싫어하는 나는 이번 폭염 기간 며칠은 죽음 그 자체였다.

웬만한 집이면 다 가지고 있는 에어컨 한 대 없이 뜨거운 태양이 밀고 들어오는 거실에 앉아 선풍기를 껴안고 책을 본다는 것은 미련한 짓이기 전에 고문에 가까웠다.

동이의 신화에 하늘에 열 개의 태양이 동시에 떠서 대지를 온통 불태웠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당시 하늘에서 가장 활을 잘 쏘았다는 천신 <예羿>가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10개의 태양 중 한 개만 남기고 아홉 개를 활로 명중시켜 땅으로 떨어트려버렸다. 그러나 옥황상제는 자신의 아들인 태양을 아홉이나 죽였다고 벌을 내려 땅으로 내려가 살게 하였다는 신화가 생각난다.

또 이렇게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는 때는 ‘폭무’라는 것을 은나라를 비롯한 고대에서는 많이 행하였다는 것을 문헌을 통하여 알 수가 있다.

폭무曝巫란 요즘같이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는 때 무당을 폭염 속에 앉혀두고 기도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신은 무당이 불쌍해서 무당과 대화를 통하여 비를 내리게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종의 인간을 하늘에 제물로 바치는 것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풍습으로 많은 신화들의 반대로 중지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뭄이 들면 병에 물을 넣은 뒤 소나무 잎으로 병 입구를 막고 그 병을 대문 앞에 쳐둔 금줄에 거꾸로 매달아 솔잎 사이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게 하였다고 한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엉뚱한 곳으로 방향이 흘렀다.

며칠 전 밤부터 내린 소나기와 장대비 탓에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폭염도 저만큼 물러가고 어느덧 폭염의 끝자락에 섰다.

아직 한낮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도 불어주고, 새벽에는 이불을 덥지 않으면 한기를 느낄 정도니 살만 나는 것 같다.

요즘 날씨 탓을 하며 많이 나태해 진 것에 대한 부담감도 털어버리고, 다시 내 스스로를 추스르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서 모처럼 시원한 오전 책상에 앉았다.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독불장군처럼 혼자 살아갈 수가 없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주변에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그 중에서는 나에게 덕을 주는 사람과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사람, 나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럼 어떤 사람을 골라서 사귀어야 하는지 당태종을 위대한 군주로 만들었다는 신하 <위징>의 육사六邪에 빗대어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는 구신具臣으로 관직에 안주하고 봉록만 탐하는 놈이니, 내가 무엇을 하던 관심도 없는척하다가 나의 결과물에 대한 이익만 챙기려는 얌체 같은 놈이다.

두 번째는 유신諛臣으로 아첨만 하는 놈이니, 내가 무엇을 하던 좋은 소리만 하는 기생 같은 놈이다.

세 번째는 간신奸臣으로 간사하고 어진사람을 질투하는 놈이니,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자꾸 멀어지게 하는 아주 경계해야 할 나쁜 놈이다.

네 번째는 참신讒臣으로 잘못을 감추고 사람들을 이간질하는 놈이니, 자신의 허물엔 관대하고 남의 허물에 목에 핏대를 세우는 웃기는 놈이다.

다섯 번째는 적신賊臣으로 대권을 쥐고 전횡하는 놈이니, 나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에만 전념하는 패 죽일 놈이다.

여섯 번째로 멸신滅臣으로 군주의 눈을 가려 불의에 빠지게 하는 놈이니, 나를 자꾸 나쁜 길을 가게 하는 저승사자 같은 놈이다.

과연 내 주위에는 이런 유형의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지 한번 곰곰이 살펴보고 멀리 하는 것이 나의 발전을 위하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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