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
오두방정에 육해살이 꼈나? 무슨 놈의 장구를 그 따위로 치나? 콩을 볶나 깨를 볶나 총 나간다 칼 나간다, 칼 나간다 총나 간다, 오뉴월 장마에 보리 마당질 하듯 줘 박는구먼, 아이구 숨차 어떻게 박아대는지 춤을 추다 못해 비벼댔으니 거웃이 다부서 졌지 뭐야, 배라먹을 것들
장고 :
아유, 배라 먹긴 왜 배라 먹어요? 춤 따라 장구치지 장구따라 춤추나? 도산할미가 오두방정 육해살이 꼈는지 그냥 할미새 씹까부르듯 해 놓구선
무당 : 니에미 공알
장고 :
그 따위로 까불어대니 거웃아니 뭐든 안부서지겠소? 한짝 날개가 떨어지지 않길 천만다행이지 뭐야
무당 : 큰일날 소리 하지말우, 시집도 안간 팔십처녀 혼일길 막히겠우, 지금 한창 혼인길이 열려서 중신애비가 들락날락 야단인데 날더러 할미새 씹까부르듯 네에미 공알만 찾았다구? 별난씹엔 왕방울이 달려든다드니 고놈의 조둥아리들이 왕방울이 달렸나봐. 왕방울로 주둥아리를 문질러 줄까부다.
장고 : 아유 밥두 못먹고 죽어라고요.
무당 : 죽으면 말지.
장고 : 죽으면 큰일나요.
무당 : 큰일은 내가 났네.
장고 : 왜요?
무당 :
왜요는 일본놈의 요가 왜요라더라. 시집을 가야 할텐데 혼수감이 적어서 일대동에 명복주고 혼수감 좀 얻어러 왔다가 제에미 공알만 췄대나, 할미새 씹까불렀대나 누명만 썼으니 이 누명 어떻게 벗지 내가 언제 공알공알 했나?
장고 : 그럼 뭐라고 했어요
무당 : 일대동 만대동에 명복주구 가난 때는 벗겨주고 부귀천 돋아주구 아들 딸 놓고 잘살아라 부귀덩덩했지.
장고 : 아이구 그런줄도 모르고 그랬구먼 하두 까부르며 춤을 추길래 그런줄만 알았죠.
무당 : 옳지 옳지 누명을 쒸운 것이 아니구 잘못들어서 그랬다구?
장고 : 그럼요.
무당 : 그러면 누명도 벗고 오해도 풀었으니 공알타령이나 한번 해볼까나.
<공알타령>
맞이가요 맞이가요 좆대활량에 공알맞이
새빨갛다 앵두공알 새파랗다 청파공알
밤콩밭에 방울공알 수수밭에 붉은공알
쿡쿡찔러 보리공알 써걱써걱 메조공알
허풍스런 강냉이공알 짝짝붙는 입쌀공알
공알시대루 모를붓고 좆대활량이 댕겨가네
아궁앞에 벌린공알 시룽위에 얹힌공알
발딱누운 대접공알 납작하니 접시공알
우뭉하네 주발공알 암팡맞네 종지공알
갱궁건너 쌜쭉공알 울창위에 걸린공알
둘둘말아 멍석공알 빨래줄에 늘어진 공알
독수공방 궁상공알 다쓸어먹어 빗자루공알
훔침질에 도둑공알 색주가에 뱃동서공알
만공알을 다던져두구 내집공알이 제일일세
장고 : 아니 일데동 만대동 사람들이 벽장을 치구 있는데 공알공알은 뭐며, 웬년의 공알은 그리두 만우?
무당 : 만 인간이 제일 좋아하는 건데 으뭉스럽긴...
<중 략>
무당 : 그러나 저러나 내가 시집을 가는데 이녁들 잔칫날 오겠나?
장고 : 잔칫날이 언젠지 알아야 가지요.
무당 : 내 잔칫날? 윤동지달 초하루날 발딱시야.
장고 : 그런 날이 어딨수? 그럼 혼수감은 뭐해 가지고 가누?
무당 :
일광단 월광단, 고리비단, 새비단, 홍두깨 통비단, 이석이불에 조석포대기, 등만 남은 저고리에 말없는 치마, 가랑이 없는 홑바지에 등터진 버선에 밑창없는 갓신 신고 가지 뭐.
장고 : 그럼 음식은 뭘뭘 차리나?
무당 : 개똥부침개에 쇠똥반대기, 말똥곶감에 소오줌 청주에 모기 뒷다리, 지렁이 갈비에 파리 산적에 할껀 다해 가지고 가.
장고 : 술은 무슨 술로 준비했나?
무당 :
술이라고, 술술 잘풀리라고 여러 가지 술을 준비했지,
눌러떴다 방문주에,
솟아떴다 금로주에,
구데기 둥실 동동주에,
턱턱걸러 막걸리에,
하루빚어 일병주에,
이틀빚어 이화주,
사흘빚어 삼화주,
석달열흘 백일주,
뚝떨어졌다 낙하주 등 많이 준비했지,
장고 : 아휴, 그만하면 잘해가지고 가누먼, 그럼 무슨 가마를 타고 가나?
무당 : 닭의 둥우리 타고 가지 뭐.
장고 : 가마는 누가 메고가나?
무당 : 조막손이 메고 가지,
장고 : 어떤 집으로 가누?
무당 : 하늘루 문난집으로 가지 뭐,
장고 : 돼지우리로 가누먼,
무당 : 사방이 다 터져서 얼마나 시원한지 몰라, 그런데 이녁들은 서방을 몇이나 데리고 사나?
장고 : 아이구 망칙해라 서방을 하나 데리고 살지 몇이나 데리고 살어?
무당 : 방정맞은 것들, 강가에 어린애 세워둔 것 같이 맘이 안놓여서 어떻게 사나? 그러다 떨컥 죽어면 어떡혀,
장고 : 삼오십오, 열다섯에 시집와서 아들에 손주, 손주에 아들 오대 육대가 되두 꺼덕없이 산걸요.
무당 : 오대 육대를 살았어두 검은머리 청춘이 그대로 있다구?
장고 : 그럼요
무당 : 고까지 하나 있으나 없으나 한거 나나 줘, 난 서방이 아흔 아홉이거든, 백 채우고 말게.
장고 : 아이구 욕심도 많으라 아흔 아홉 서방을 어따 다 써먹나?
무당 :
그런소리말우, 놀구먹는 서방은 하나도 없어요. 앉은뱅인 집보죠, 조막손은 나무해다 불때주죠, 항해장산 옷감대주죠, 미곡장산 쌀대주죠, 씨루발인 실어들이죠, 몽당바린 몰아들이죠, 하나도 버릴게 없다우,
장고 : 듣고보니 정말루 버릴 서방 하나도 없구먼,
무당 : 욕심난다고 눈들 맞추지 말어 우리 서방들은 다 표가 나니까,
장고 : 무슨 표가 나요?
무당 :
응 무슨 표가 나냐구? 뒷동산에 올라가서 모닥불 피워놓고 내가 굿해 가지고 오면 굿반대기 꿔먹느라구 불을 하두 불어서 주둥이들이 뾰쬭해요.
장고 : 아이구 망칙해라, 그까짓 굿반대기 꾸워먹고 있는 서방 누가 좋다구 눈을 맞춰, 맘 푹 놓으셔, <생략>
이렇게 굿은 굿판에 참석한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재담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많이 있다. 특히 방아타령 같은 것은 그 시대에서 여성들이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겉으로 들어 내지 못하는 성적인 갈등에서 오는 불만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것으로 굿판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을 배꼽을 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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