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의 ‘악양’ 이란 지명에 숨어있는 이야기
섬진강을 끼고 있는 조용한 산골 경남 하동군 악양면은 봄이면 야생차문화축제로 떠들썩하다.
故 박경리 선생의 <토지>의 무대가 되는 평사리의 최 참판 댁이 있는 곳으로 더 잘 알려진 ‘악양’이란 지명은 신라 35대 경덕왕 때 생겼다.
그러나 이 악양이란 지명은 중국 후난성湖南省의 웨양岳陽의 지형과 너무나 흡사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매년 5월 5일 단오날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용주제행사가 남호에서 열린다.
중국의 악양시는 강릉단오제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할 때 단오의 시작은 악양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반대하기도 하였다.
중국의 악양은 악양루란 유명한 정자가 있으며 그와 마주하고 있는 군산君山은 동정호의 명주明珠라 칭해질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로 동정호에 떠 있는 섬이다.
‘동정호’는 물길이 8백리나 되는 긴 호수이다. 남쪽과 서쪽에서 샹장강湘江 · 위안장강沅江 · 리수이강麗水 · 쯔수이강資水 등 허난성의 4대 하천이 흘러 들어간다.
여름에 강물이 불어날 때에는 양쯔강 물이 동북쪽에 있는 쑹즈松滋 · 타이핑太平 · 어우츠藕池 · 티아오셴調弦의 4개 수로를 통해 유입된다.
군산에는 순舜임금의 왕비 아황 묘와 진시황의 봉산인封山印, 한무제의 사격대와 주향정酒香亭 등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산 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아름다운 대나무 숲인 반죽斑竹, 매화죽梅花竹 등이 꾸며져 있다. 또 은침차銀針茶를 재배하는 차 밭이 곳곳에 있으며, 30여 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소상강 반죽대가 아왕娥皇전으로 넋이런가?” 에서, 소상강은 아황이 순임금이 살해당하고 나서, 그 소문을 듣고 물에 빠져죽은 곳이다.
‘반죽대’는 소상강에서 자라는 반점이 있는 대나무이다. 아황을 추모하는 대나무로 알려져 있다.
‘동정호’는 고려 때 충혜왕이 나이 30세에, 몽고에 볼모로 잡혀 갔다 그곳에서 귀양 가는 길에 독살당한 곳이다.
충혜왕이 몽고로 끌려갈 때 백성들 사이에서 불려진 <아야요阿也謠>란 노래가 있다.
<아야요>는 “아아! 지금 가면 마고지나에 언제 돌아오려나,” 하는 짧은 노래이다.
이 노래가 <고려사> 충혜왕忠惠王조에 기록되어 있음으로 우리나라의 옛 이름이 마고지나麻姑之那였음을 알 수 있다.
소상강瀟湘江은 동정호로 물이 흘러들어가는 강으로 순 임금의 부인 ‘아황’이 빠져 죽었다.
‘아황’은 우리 무가의 첫머리에 ‘아황임금만세’ 라고 나오는 주인공이다.
B.C 2333년 단군왕검이 조선을 개국하여 통치할 무렵 지금의 ‘안휘성’ 부근에서 일어난 요堯임금의 딸이다.
‘전욱고양顓頊高陽’에게서 제위를 물려받는 ‘제곡고신帝嚳高辛’은 전욱고양의 세 째 아들인 중여곤衆艅鯀에게 제위를 물려주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제곡고신은 양위 승계원칙을 무시하고 제위를 그의 서자이자 둘째 아들인 지摯에게 물려주었다.
이렇게 되자, 제곡고신의 장자인 요가 이복동생 지摯를 죽이고 제위를 빼앗았다. 그리고 그의 두 딸 아황娥皇은 모일급정비로, 여영女英은 자일급차비로 순舜에게 주면서 단군왕검의 신하였던 순을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순이 쿠데타를 일으켜 요임금을 죽이고 제위를 찬탈하여 임금이 되었다. 그리고 중여곤의 사위인 우禹가 순행 중이던 순임금을 죽이고 제위에 올랐다. 이때 아황과 여영은 순임금의 죽음을 알고 소상강에 몸을 던져 빠져죽었다.
그 후 두 여인은 상수의 여신이 되어 아황은 상군湘君, 여영은 상부인湘夫人으로 불리게 되었다. 초나라의 대신인 굴원屈原이 아황과 여영을 위하여 <상군>과 <상부인>이라는 시를 지어 애도하기도 하였다.
아황은 상아라고도 불린다. 또 항아라고도 불린다. 상아나 아황이라고 할 때는 순의 부인으로, 항아라고 할 때는 천신인 예羿의 부인으로 불린다.
이것은 상고시대의 결혼풍습인, 두 사람의 남편과 두 사람의 부인이 공동부부가 되어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양급제兩級制(푸나루아 Punalua) 때문이다. 이 제도는 사돈에 겹사돈이 겹치고 또 겹쳐서 복잡하고 헷갈린다. 여기다 신화가 뒤엉켜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것이 상고시대 계보다.
예와 항아의 신화에 ‘서왕모’가 나온다.
열 개의 태양이 한꺼번에 떠서 대지의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리든 사건이 요임금 때 있었다. 땅의 모든 것은 불태워졌고 불구덩이 같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가 타죽을 것 같았다. 요임금은 천제에게 이 난제를 풀어달라고 간청하였다. 천제는 천신 예羿를 땅으로 보내어 천도를 어긴 해들을 처벌하도록 지시했다.
예는 태양을 향하여 활을 쏘았다. 화살은 태양에 정확히 꽂혔고 태양은 하나씩 땅으로 떨어졌다. 태양이 떨어진 곳에는 태양 대신 화살에 맞은 황금빛 까마귀가 쓰러져 죽어 있었다.
천제는 자신의 아들인 해를 아홉 명이나 죽인 ‘예羿’에게 분노하였다.
예는 그 벌로 하늘로 올라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선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약이 있어야 했다. 불사약은 천산 요지연에 사는 ‘서왕모’가 가지고 있었다.
‘요지연瑤池淵’은 지금 천산의 ‘천지天池’로 불린다. ‘우루무치’시에서 동북쪽으로 천산산맥의 봉우리인 박격달봉博格達峰에 위치한 고산호수라고 한다.
요지瑤池는 북두칠성이 내려오는 연못이라는 뜻으로, ‘서왕모’가 불사의 열매인 반도蟠桃복숭아를 神들에게 나누어주는 잔치, 요지연瑤池宴이 열리는 곳이다. 이곳의 잔치가 얼마나 성대하였기에 ‘요지경’이라는 말이 생겼다.
서왕모는 우리의 ‘마고’와 같은 신인인데 중국에서 ‘금모낭낭’으로도 불리고 있다.
‘예’는 서왕모에게 도움을 청하였고, 서왕모는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는 불사약을 하나 주었다.
이때 항아는 예의 부인이었다.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는 것을 두고 ‘예’를 원망하였다.
마침 예는 하백의 부인의 꼬임에 빠져 간통을 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항아는 분노하여 불사약을 혼자 먹고 하늘로 올라간다. ‘예’를 두고 혼자 온 것에 대한 천제의 문책이 두려워 태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하늘의 섬인 달에 잠시 머물게 된다.
달에 도착한 ‘항아’는 두꺼비(섬여蟾蜍)로 변해 버렸다. 섬蟾과 여蜍라는 문자에는 달이라는 의미가 있다.
고 박경리 선생 <토지>에 소상강이 나온다. 섬진강을 소상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섬진강은 두꺼비 강이라는 뜻이다. 두꺼비 강은 섬여蟾蜍강이고 항아의 강이다. 여기에서 소상강에 빠져 죽은 순의 부인 아황을 찾을 수 있다.
또 동정호라는 작은 호수가 있었지만, 군방부가 불하하여 동정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또 근처에는 성제산(형제산)이 있다.
이 성제산은 순임금과 아황이 관련된 악양, 소상강, 동정호라는 지명이 있으므로, 순임금의 사촌형제 오회를 뜻하는 산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악양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나열해 보았다.
하동군에서는 이런 ‘악양’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개발하여 지역홍보에 활용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출처를 밝히지 않는 무단 도용 절대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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