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천 리포트

김유신도당굿

愚悟 2010. 3. 4. 11:23

 

매년 1월 1일 즉, 설날이면 어김없이 보광동에 있는 김유신 장군 사당굿이 열린다. 

예전엔 산위에 자리 잡았지만 지금은 재개발로 인하여 아파트 빌딩 사이로 난 계단이 산길을 대신하여 5층 높이 정도 오르면 김유신 사당의 대문인 용화문이 나온다. 

 

예전에는 마을사람들의 마음을 한곳에 모아주는 이웃간의 반목을 해소시켜주는 和解同參 解寃相生의 현장이었지만, 재개발로 인하여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졌어 그런지 굿판이 썰렁하다.

 

그러나 매년 시주를 하던 마을사람들은 멀리 흩어져 있어도 김유신사당굿을 위한 시주만은 반드시 한다.

올해도 시주를 한 분들이 수십명에 대략 잡아도 일천만원 가까이 되는 것 같다.

재개발로 마을을 떠나 뿔뿔이 흩어진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정성들이다.

굿판은 주무인 단옥이 만신과 이옥선 만신외 여러분, 그리고 악사는 당대의 명인 김광수 선생과 양화영 선생 등이 김유신 장군을 모신 사당 <명화전>에서 멋들어지게 펼치고 있었지만, 마을을 떠난 주민들의 참여가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오후가 되면서 재개발로 흩어졌던 예전 마을주민들이 삼삼오오 찾아들었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많은 마을분들이 꼭 찾아와서 김유신 장군님께 인사를 드리고 간다고 한다. 

김유신 사당굿은 많은 학자들의 조사가 진행되어 기초 조사는 끝난 단계다.

그러나 아직 이런 저런 이유로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점 등이 아쉬움을 남는다.

 

현재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봉화산도당굿, 밤섬부군당굿,애기씨당 당굿에 비하여 조금도 손색이 없는 굿판이다.

또 김유신 사당이란 당집이 잘 보전되고 있어 더욱 가치가 있는 마을굿이지만 아직 지정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의 당집들은 대부분 개발로 인하여 아파트 빌딩 숲사이에 겨우 자리를 잡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예전부터 섬기던 주민들은 개발로 인하여 다 흩어지고 생전보지도 못한 낯선이들만 자리를 매운 당집 주변의 현실은 곧 당집의 굿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할 수도 있다.          

                 

지금 굿판에 참석하는 1세대들이 다 세상을 떠나고 나면 과연 누가 당굿에 찾아 오겠는가?

그렇게되면 무녀들만 모여서 굿을 하게 될 것이고 손님이 없는 굿, 관심을 받지 못하는 마을굿은 마을굿의 기능을 상실하고 곧 사라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은 우리의 우수한 전통문화가 사라지거나 잊혀지는 것을 방지하고 자손만대로 영구히 보전하자는 취지다.

그렇다면 서울의 굿이 무형문화재로 많이 지정되었다고, 한쪽 즉, 무속쪽만 너무 많이, 지정되었다고 당장 서둘어야 하는 마을굿을 궁색한 핑계로 지정을 미루지 말고 다시 조사하여 지정하였으면 한다.

무형문화재로 보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곳은 몇곳이던 지정을 해주는 것이 무형문화재 제도를 만든 취지에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특정분야가 많이 지정되었으니 안된다는 것은 무형문화재를 나눠먹기 식으로 지정하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부디 무형문화재의 취지를 살려 특정분야라고 배제하지 말고 김유신도당굿도 하루빨리 지정되어 내년 도당굿부터는 더욱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신나는 굿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