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음력 7월 초하루라 <납덕골 정제>가 있는 날이라 현장을 찾았다.
새벽4시 반 경에 일어나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현장에 도착하니 5시 40분경이다.
안내를 부탁한 군포문화원사무국장과 합류하여 납덕골 우물로 향했다.
그러나 문국장은 우물로 가는 것을 머뭇거렸다.
이것은 예로부터 여자는 우물제사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결국 참석하지 않았다.
<납덕골정제>라고 이름을 지었지만 제물을 차리는 것을 보고 우물고사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제물은 간단하였다.
소머리와 삼실실과 그리고 숙주나물 그리고 실과 북어 한 마리였다.
예전에는 곡식류와 건어물도 올렸으며, 소머리 대신 검정 암퇘지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예로부터 용왕제사에는 돼지를 잘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 마을에선 검정돼지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용왕제라는 의미보다 용왕고사라는 의미가 더 강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납덕골정제> 마을의 안녕과 주민의 복을 기원하는 동제로 그 기원은 조선 중엽부터라고 한다.
납덕골은 <신안 朱씨><파평 尹씨><청주 韓씨>들이 들어와 이룬 마을이라 한다.
어느 동네 마을제사와 마찬가지로 화주, 즉, 당주를 뽑고, 당주는 일주일 전부터 언행과 음식 그리고 잠자리 등을 조심하며 근신한다고 한다.
제의절차는 1.분향 2.재배 3.고축 4.재배 5.소지올림 6.음복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제관도 두 분으로 간단하게 끝이 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어를 실에 묶어 우물지붕 밑에 매다는 것으로 우물제사를 마쳤다.
금년의 제관은 이완기(당71세)씨와 납덕골정제보존회장인 주근동(당60세) 두 분이서 제관이 되어 지냈다.
<납덕골정제>는 언제부터 정제井祭라고 불렀는지 모르지만 상차림으로 봐서 한눈에 ‘우물고사’라는 것이 분명하였다.
고사상의 필수요건은 바로 실과 북어다.
실과 북어가 가지는 의미는 대단한 것으로 고사상에 이것이 빠지면 고사라고 부를 수가 없다.
실과 북어는 바로 조선왕검의 할아버지격인 중여곤衆艅鯀을 나타내는 의미다.
<태백일사/삼환관경본기>에 보면 「웅녀군(熊女君)의 후손으로서 여(黎)라고 하는 이가 있었는데, 처음으로 단허(檀墟)에 책봉 받아 왕검이 되매, 덕을 심어 백성을 사랑하고 영토를 크게 넓히니 여러 곳의 왕검들이 나와 특산물을 바치며 이로써 귀화하는 자가 천여 명을 헤아렸다.」란 구절이 있다.
중여곤이 단허(壇墟:옛날 제사 터)에 책봉 받아 왕검이 되었다는 것은 제사장으로 임명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460년 후에 우리가 말하는 국조 단군왕검이 탄생하게 되었다.
여艅는 즉 중여곤衆艅鯀을 말하는데 중여 라는 말은 삼신을 받드는 제사를 모신다는 뜻도 된다. 그리고 ‘여艅는 ‘짐이 곧 나라’, ‘짐이 곧 나’라는 천자 자신을 칭하는 짐(朕)으로 변한다. 짐은 곧 사당에 차를 올리는 제주祭主라는 뜻이다.
장자가 쓴 <소요유>에서 곤은 크기를 알 수 없는 북방의 큰 물고기로 비유하였다. 또한 「곤의 크기는 몇 천 리 인지 알 수 없고 변하여 새가 되었는데 그 이름이 붕鵬이라고 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곤의 덕이 얼마나 크고 깊다는 것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 또한 장자에 따르면, 곤은 우주의 북극에 산다고 하였다.
또 곤鯀자를 파자하면 고기 어魚자와 실 사糸로 나누어진다. 고기 어魚자의 의미는 북방의 큰 물고기로 북극에 산다고 하였으니 추운 바다에 사는 생선이다.
그리고 사糸는 그대로 실을 말하는 것으로 조상의 유지를 계승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또 고사에서 빠질 수없는 중요한 음식이 시루떡인데 여기선 떡을 바치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부터 고사를 보고 ‘제祭’를 붙였는지 모르겠다. 이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으로 제사祭祀의 의미를 모르는데서 비롯된 명칭이다.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것을 ‘제祭’라 하였고, 땅에 제사지내는 것을 사祀하였다.
그러니 ‘우물고사’를 정제井祭라고 고쳐 부른다고 우물고사가 제祭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른 아침부터 현장에 나와 뒷일을 마다않고 땀을 흘리며 열심히 뒷일을 맡아하는 속달리 백여기 통장님의 노고가 헛되지 않게 납덕골 우물고사는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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