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이야기

홍수막이와 횡수橫數막이

愚悟 2011. 1. 8. 14:15

홍수막이와 횡수橫數막이

 

매년 음력 정월이 되면 한 해 동안 생각지도 못한 재액이 닥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통상 정월 보름까지 무당집에서 신령님께 간단하게 드리는 치성을 홍수막이라고 한다.

그러면 신년에 다가올 수 있는 액막이를 왜 홍수막이라고 했을까 알아보기로 하자.

 

<태백일사/삼환관경본기>를 보면,

「부루태자가 우사공(虞司空, 禹임금)에 이르기를, ‘나는 북극 수정水精의 아들’이라고 하였다. 수정자의 주신主神은 삼신상제三神上帝이다. 삼신상제는 조선의 주신이자 우리 민족의 주신이다.

또한 그대의 왕(舜임금)이 나에게 청하기를 물과 땅을 다스려 백성들을 도와 이를 구하려 한다 했는데 삼신상제는 내가 가서 돕는 것을 기꺼워하시므로 내가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내 천부왕인을 보이시면서 말하기를 ‘이것을 패용하면 능히 험준한 곳을 다녀도 위험이 없을 것이며 흉한 일을 만나도 피해가 없을 것이다. 또 여기 신침神針 하나가 있나니 능히 물 깊고 얕음을 측정할 수 있고 변화가 무궁무진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서 수정자水精子란 수정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수정’은 물의 근원이다. 그러니 물의 근원이 되는 분의 아들이라는 말이다. 즉 물의 정기를 타고 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 신의 역할을 대리하는 자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는 부루태자가 하늘의 용왕을 대신한다고 스스로 말함으로써 땅 위의 용왕의 역할을 대신한 것이다.

 

하늘에서 ‘수정’은 남방주작칠수에 속한 첫 별자리인 ‘정수(精宿)’라고 한다. 땅에서 정수는 아홉 개의 우물이다. 팔괘 방위에 우물이 하나씩 있고 그 가운데 하나가 더 있는 것이다. 이 아홉 우물에서 샘솟는 물을 구룡토수(九龍吐水)라고 한다. 이 물을 길어다 술을 빚으면 그 술은 정화(淨化)하는 힘이 생겨난다고 한다. 그래서 정화주로 많이 사용한다.

 

용가의 우두머리인 부루태자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사공에게 자신을 수정자의 아들이라고 말할 수가 있었으며 홍수를 막는 비결로 오행치수법을 기록한 금간옥첩金簡玉牒과 물의 깊이를 알 수 있는 신침神針과 물을 진압할 수 있는 황거종皇鉅宗을 주어 홍수를 막게 하였다.

 

그리고 단군왕검은 용이 물을 다스리듯 부루태자가 물을 다스릴 수 있다고 수사자蒼水使者로 불렀다. 창부는 창수사자부루가 준말이다. 그러므로 창부거리는 바로 창수사자부루거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루태자는 물만 마음대로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천부왕인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액을 막고 인간들을 복되게 하므로 그때부터 ‘홍수막이’란 말이 생겨났고 지금도 정월달이면 무당들이 단골들의 일 년의 액운을 막아 주는 것을 ‘홍수매기’라고 한다.

그러기에 창부거리에서 홍수를 막는 것이다.

 

그러나 이 홍수막이를 횡액막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역사를 알지 못하고 홍수막이의 근원을 알지 못하니 나름대로 말을 만들어 횡수막이라고 한다. 운이 옆으로 쓰러진 것을 바로 세워져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끌어다가 합리화 시키고 있다. 그리고 네이버 사전 역시 횡수橫數막이라고 하고 있으니 무교를 모르고 역사를 모르는 무식한 학자들이 만들어 낸 명백한 오류로 바로 잡아야 한다.

또 이것을 뜻밖에 닥쳐오는 불행이란 뜻으로 횡래지액橫來之厄이라 하고 이것을 횡액橫厄이라고 하였다.

 

무교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으로 무교 속에는 잃어버린 우리 상고사를 비롯하여 문화와 풍습이 살아있는 민족의 역사와 문화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는 전통문화이면서 민족종교다.

그러므로 무교인들은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 용어를 귀중히 여기고 지켜나가야 한다. 이 말은 무교의 용어와 의식에는 역사적인 사실과 민족의 정체성이 살아있는 아주 귀중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무교인은 이 뜻을 자손대대로 전달하여 잃어버린 우리 역사와 문화를 회복하는데 중요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전하여야 한다.

 

무교인들이 자꾸 옛 용어와 의식을 버리고 새로 만들게 되면 그 속에 담겨져 있는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미리 알고 있었던 조상들이 만든 속담이 바로 “구법 버리고 신법 만들지 말라.”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 잘난 척 고 싶어 하는 무교인들이 자꾸 구법을 버리고 신법을 만들고 있다. 이 홍수막이만 하더라도 횡수막이라고 하면서 옆으로 쓰러진 복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식으로 엉터리 소리를 하고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꾸 이렇게 무교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뜻을 왜곡하다보면 무교는 영원히 미신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무교의 근원을 우리 상고사에서 찾아 보전하여야 민족종교로 그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며 미신이라는 굴레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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